광화문에서 소 찾기
아주 먼 옛날부터 소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여러 가축 중에서도 소는 더욱 중요했고, 그만큼 정도 들었다. 순하고 순한 눈을 가진 소는 무거운 등짐 불평 없이 실어서 날라주었고, 묵묵히 논밭을 갈아주었다. 어디 그 뿐이랴. 살과 뼈와 가죽, 심지어 꼬리와 내장까지도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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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꿈보단 해몽이다
역사의 진행은 필연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너무나 단순한 질문인가? 필연 같은 우연인가? 아니면 우연 같은 필연인가? 필연이라면 운명론이나 숙명론과 다를 것 없고, 우연이라면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실 역사의 불교적 의미는 연기(緣起)다. 세상 만사는 얽히고설켜 있는 하나의 거물 같은 것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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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위태롭더라도 아들은 있어야
아마 757년 무렵의 어느 날 신라의 대궐.
고승 표훈(表訓), 무거운 침묵을 깨며 국왕에게 아뢰었다.
“무리를 해서 아들을 얻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경덕왕(景德王)은 말했다.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들을 얻어서 뒤를 이을 수만 있다면, 비록 나라가 위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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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普德), 도교 숭상하는 고구려를 떠나다
“삼교(三敎)는 마치 솥의 세 발과 같아서 어느 하나가 없어도 안 됩니다. 지금 유교와 불교는 왕성한데 도교는 성하지 못합니다. 당나라로부터 도교를 구해 사람들을 가르치게 하옵소서.”
고구려 보장왕(寶藏王) 2년(643) 3월 연개소문(淵蓋蘇文)이 왕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이 무렵 고구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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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의 회상
백제 성왕은 즉위 16년(538년)에 사비로 도읍을 옮겼다. 뒤로는 백마강이 흐르고 앞으로 평야가 펼쳐지는 부여는 중흥의 큰 뜻 이루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123년간의 왕경 시절 부여에서 꽃 핀 백제문화, 백마강 주변에는 여러 유적과 전설 아직도 전해온다. 천정대, 왕흥사지, 부소산성, 고란사, 낙화암, 자온대, 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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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요석궁(瑤石宮)에서 승복을 벗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겠는가?(誰許沒柯斧)
나는 하늘 받칠 기둥을 다듬고자 한다.(我斫支天柱)
어느 날 원효(元曉 : 917-618)는 이렇게 외치며 거리를 다녔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면, 하늘 받칠 기둥을 다듬고자 한다”고. 상식 밖의 일이었다. 수도승이 저자거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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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치마로 꿈을 사고 왕비가 된 처녀
김유신은 15세에 화랑이 되었고, 이 무렵부터 삼국 병합의 꿈을 꾸고 있었다. 17세 때에는 중악(中岳) 석굴에서 기도하면서 일통삼한(一統三韓)의 염원을 더욱 굳게 다졌다. 그에게는 용화향도(龍華香徒)로 불리는 많은 낭도가 있어서 밤낮으로 함께 모의하기도 했다. 삼국통일의 웅대한 꿈을 함께 실현할 동지를 찾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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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 있어
우리는 흔히 세계를 둘로 나눈다. 사바와 불국, 예토와 정토, 차안과 피안 등으로. 그리하여 저쪽 언덕 서방정토로의 왕생을 꿈꾼다. 그러나 원효는 말했다. 분명한 어조로 강조했다.
“어떻게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이 있으며, 어찌하여 동쪽과 서쪽이 있단 말인가?(何有淨穢之處 何有東西之處) 예토(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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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정토(西方淨土)를 향해 두 손 모으면
이 풍진 세상을 고해(苦海)라 했던가? 사바세계는 근심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바람 잘 날 없으니 파도 또한 높고, 난파당한 사람들은 물결 따라 부침(浮沈)한다. 욕심으로 오염된 세상은 예토(穢土), 그래서 깨끗한 나라 정토(淨土)는 우리의 희망이다.
피안(彼岸)의 땅은 서쪽으로 십만 억 국토를 지나서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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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을 태운 '사랑의 불길'
영묘사라고 적힌 기와가 발견된 경주 흥륜사지. 선덕여왕이 지귀를 만나기 위해 행차한 절이 이곳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라 왕경에 영묘사가 창건된 것은 선덕여왕 즉위 4년(635)의 일이다. 국왕의 발원으로 세운 이 절을 영묘사(靈廟寺)라 이름하고, 또한 왕은 친히 이 절에 행차하여 향을 피우곤 했다. 국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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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타사의 신라 구법승
실크로드는 비단결처럼 평탄한 길이 아니었다. 더구나 동쪽 끝 신라에서 출발하는 천축의 길은 서쪽 하늘 끝 그 어디에 아득하기만 했다. 신라 구법승들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은 너무나 간략하여 그들의 여정은 물론, 그 어떤 고난도 환희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신라 승려들이 동행했던 당나라 구법승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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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으로 간 신라 구법승
선재동자(善財童子)의 구도 행각, 젊은 구도자가 선지식(善知識)을 찾아서 도를 묻는다는 『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진리의 한 구절 들기 위해서 그는 칼산도 기어오르고 불 속으로 몸을 던지는 구도자였기에. 보살도 만나고 비구도 만났으며, 외도도 만나고 신도 만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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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스님의 노래에는
미래의 씨알이 숨어있다
그 무렵 고려의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 뒤덮고 있었다. 무신정권의 폭압과 몽고의 침략으로 금수강산은 유린되고 슬픈 사람들의 가슴은 멍들어 있었기에. 13세기 고려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야만 몽고의 말발굽에 짓밟힌 민족의 자존심과 난파의 현실은 분명 문화민족의 수치였고 크나큰 시련이었다.
그 풍진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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