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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지난연재 정찬주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국왕을 도와 세상을 이롭게 했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끝-

천강에 비친 달 〈43〉우국이세(祐國利世) 눈보라가 앞을 분간하지 못할 만큼 거셌다. 신미는 잠시 주석하고 있던 진관사 산문을 나섰다. 말이 눈보라 때문에 눈을 잘 뜨지 못했다. 긴 속눈썹에 눈송이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말은 미끄러운 내리막산길에서는 아예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말구종이 고삐…
세종, 최초의 찬불가를 만들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42

천강에 비친 달 〈42〉세종의 찬불가수양에게 ‘광화문 괴자(愧字)사건’을 보고받은 세종은 즉시 의금부 판사를 불러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도록 명했다. 의금부에서는 정 2품의 지사(知事)가 종 4품의 경력(經歷)을 대동하고 나와 화살과 괴자가 쓰인 종이를 수거해 갔다. 수사 대상은 의금부의 수사관들이 논의 끝에 …
“화살의 종이를 펴보아라”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41

천강에 비친 달 〈41〉괴이한 글자세종이 양주 묘적사로 강무를 떠난 사이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믐날 컴컴한 한밤중에 누군가가 광화문을 향해 화살을 쏘고 달아난 흉악한 사건이었다. 화살에는 종이가 길게 접혀 있었다. 새벽에 보고를 받은 내금위장은 아연실색했다. 꿩 깃털이 꽂힌 조우관(鳥羽冠)을 쓴 …
세종 28년, 훈민정음이 반포되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40

천강이 비친 달 〈40〉슬픈 훈민정음2세종이 내준 가마를 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정인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신의 저고리에 쓰인 정음 28자가 눈을 감지 못하게 했다. 보름달빛이 창호에 어릴 때쯤에는 정음 28자가 발광하는 듯했다. 금쪽같은 보름달빛이 방안에 깊숙이 들자 정음 28자도 환해졌다. 정인지는 …
“곧 훈민정음을 반포할 것이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9

천강에 비친 달 〈39〉슬픈 훈민정음1예조판서이자 집현전 대제학인 정인지는 세종의 지시를 받고 퇴궐하지 못했다. 정인지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 전에 신하들에게 면박을 주고 꾸짖는 세종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여러 가지 지병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까닭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세종은 무슨 일이든 조급해 …
“백성을 생불로 여기십시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8

천강에 비친 달 〈38〉소헌왕후 내불당에 온 지 3년 만이었다. 신미는 그동안 흥천사를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세종의 심부름으로 세자와 수양, 안평 등의 대군이 아무 때나 내불당에 오므로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신미는 흥천사에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아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자신이 내불당…
“전하는 숭불로 기울어 버렸어”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7

천강에 비친 달 〈37〉호불과 배불집현전 학사들은 삭풍이 몰아치고 강물도 얼어붙는 한겨울에는 출근하지 않고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다. 사가독서란 관청에 나와 공무를 보지 않고 임금이 휴가를 주어 집이나 절에서 학문연구와 독서를 하는 제도를 말했다. 추위가 바늘처럼 뼛속 깊이 파고드는 한겨울의 사가독서 기…
“과인은 이를 훈민정음이라 한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6

천강에 비친 달 〈36〉 신숙주 세종이 교서관(校書館) 정자 김수온을 집현전 학사로 제수한 특명은 절묘했다. 김수온의 성격은 문약하지 않고 무인처럼 호방하고 활달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책을 가까이하는 독서광이었다. 책을 빌려 가면 암기를 해버릴 정도였다. 신숙주가 책을 빌려주었는데 암기를 하…
“수온이 부수찬에 제수될 겁니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5

천강에 비친 달 〈35〉특명세종23년(1441). 내불당 기둥에 내어걸린 등롱마다 불이 켜졌다. 작은 요사의 방들도 환했다. 큰 재가 있는 날의 밤이 아닌데도 그랬다. 불빛이 자객처럼 숲속까지 스며들었다. 숲 안팎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어른거렸다. 내금위 군사와 어영청 군사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펴고 있었다. 내불당 요…
“드디어 한글 원각선종석보가…”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4

천강에 비친 달 〈34〉〈원각선종석보〉장맛비가 오락가락했다. 비를 맞아 풀밭에 떨어진 매화나무 매실들이 새알처럼 탐스러웠다. 비에 젖어 싱싱하고 탱탱했다. 그러나 까마귀와 까치는 신맛이 나는 매실보다는 단맛이 들고 있는 자두를 부리로 쪼았다. 아직 덜 익은 자두인데도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 땅바닥에 떨어뜨…
“대사님을 건드리면 누구든…”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3

천강에 비친 달 〈33〉진흙탕 연꽃동궁에 급히 세자와 수양, 안평이 모였다. 내금위장(內禁衛將)의 보고를 듣기 위해서였다. 내금위장은 대조회를 마치고 바로 왔는지 흰 철갑을 두르고 있었다. 병조의 소관인 내금위(內禁衛) 임무는 임금을 지근거리에서 밤낮으로 호위하는 일이었다. 내금위 군사들은 조회 때만 갑옷을 …
“나 신미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2

천강에 비친 달 〈32〉자객육조거리에 관원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아침이었다. 흥천사 뜰에 날아든 새들의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먹이를 찾아 수국의 낭창낭창한 잔가지를 건너뛰며 지저귀었다. 팽나무 그늘에서 작은 부리로 풀밭을 헤집는 까치도 보였다. 뜰에 아침 햇살이 들기 전의 풀밭은 촉촉했다. 밤이슬이 풀잎…
“쇤네가 대사님으로 변장을…”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1

천강에 비친 달 〈31〉소쩍새 울음소리세종 20년(1435).대자암 뜰에 매화나무 꽃이 가지마다 피어나고 있었다. 매화향기가 법당 안으로 밀려들곤 했다. 대자암 뜰에는 주지의 취향대로 이식해 온 청매, 백매, 홍매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청매는 흰 꽃에 꽃받침이 연둣빛이었고, 백매는 흰 꽃에 꽃받침이 연분홍빛이었고,…
“내불당에 신미대사가 온다니…”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0

천강에 비친 달 〈30〉내불당내원불당(內願佛堂)을 줄여서 내원당 혹은 내불당이라고 불렀다. 왕실의 소원을 부처에게 비는 곳이라는 뜻의 집이었다. 세종은 내불당을 보호하는데 앞장섰다. 창덕궁에 있던 내불당을 경복궁 뒤쪽으로 옮긴 불사도 세종 때의 일이었다. 태조의 첫째부인이었던 신의왕후의 위패를 봉안한 금…
“범자 칠음체계는 원래 우리 것”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29

천강에 비친 달 〈29〉 술상세종은 가끔 세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와서 수양과 안평을 불렀다. 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도 세종은 동궁에 들러 수양과 안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대비가 동궁의 기왓장을 두들기며 암막새 끝에서 허연 물줄기가 되어 직하하고 있었다. 낙숫물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세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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