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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지난연재 김정빈 시인의 감꽃마을
아가의 세계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8
때는 봄 한나절, 아기는 까닭도 의문도 없는 흙장난을 하며 놀고 있고, 엄마는 그 주위를 해무리 같은 사랑으로 둘러싼 채 오래 오래 서 계셨습니다. * 이 시 또한 타고르의 시에서 시상을 빌리긴 하였지만 실제 내용은 거의 전부가 필자에 의해 새로이 창작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앞에서 보인 여…
아가의 세계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7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이윽고 엄마가 고개를 드셨을 때, 아기는 어느새 엄마 품에서 빠져나와 혼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배꽃은 꿈결엔 듯 아기의 몸 위에도 가만가만 내리고, 아기는 모래성을 지었다 흐트립니다. 엄마는 아기를 와락 안아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시고는 두…
아가의 세계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6
세상이 갑자기 유년이 되어 빛났습니다. 팔랑거리는 나뭇잎 소리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거울처럼 고요한데, 술래를 놓친 아기 다람쥐가 엄마의 무릎 가까이에 다가와 앉았습니다. 배꽃 들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고요히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흰 꽃잎들이 눈보라처럼 나부끼는데, 엄마는 고개를 숙인 …
아가의 세계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5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엄마는 다가온 아기를 꼬옥 안으셨습니다 엄마는 신성한 행복에 잠겼습니다. 아기는 투정부리는 것도 잠시 잊고 엄마의 다저안 사랑의 꽃둘레 안에서 눈만 깜박이고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묘한 향기가 집안에 떠돌았습니다. 그것은 책에도 없고 노래에도 없는 비밀스런 속삭임이 …
아가의 세계4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오, 아가야! 너의 세계는 눈물이 소금으로 되고, 투쟁이 장난으로 되는 나라. 고요 가운데 가장 고요한 고요가 너의 눈 속에 깃들고, 순결 가운데 가장 순결한 순결이 너의 숨결 안에 쉬고 있나니― 너는 생명의 생명, 너는 천진의 천진, 너는 사랑의 사랑이니라. 그리하여 너는 나를 무한에 이어주는 여리…
아가의 세계3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사랑스런 나의 아가야, 너는 지상에 내린 작은 천사란다. 내가 내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 중 가장 부드러운 사랑이 너를 있게 하였고, 내가 지녀 온 것 가운데 가장 맑은 마음이 너를 낳았나니, 너는 기쁨과 행운과 오롯한 사랑의 열매이니라. 아가야, 내가 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이어받았듯이 내 어머니…
아가의 세계2 -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hellip;. 하고, 엄마가 대답하셨습니다. 너는 짐작할 수 있겠니? 내가 처녀였을 때, 내 가슴 바야흐로 꽃 피려 할 때, 너의 달가운 피와 살은 나의 건강한 몸 속에 아침 노을로 떠올랐었다는 것을. 또한 너는 짐작할 수 있겠니?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던 때, 그, 가슴 …
아가의 세계 1-타고르의 시 <시초>의 시상을 빌려서
어느 아침 나절, 배나무 아래에 동그마니 앉아서 아기는 엄마에게 종알거렸습니다. 이제 쌀쌀하던 바람은 가고, 엄마, 오늘은 하늘도 개었습니다. 배꽃은 마침 한창이어요. 이백 년이나 된 높다란 배나무와 함께 우리 집은 화사한 궁궐이어요. 엄마, 이런 날은 여기 나무 그늘에 나와 얇고 가늘게 썰어져 …
심술궂은 우체부
엄마, 왜 하루 온종일 조용히 홀로 마룻가에 앉아 계신가요? 무얼 기다리시나요? 저는 알아요. 엄마는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시는 거예요. 지난 번에도 엄만 이렇게 마룻가에 앉아 누굴 기다리시다가 우체부 아저씨가 웃으며 다가와 편지 한 통을 주고 가시자 함빡, 웃음을 터뜨리셨잖아요? 그렇지만 …
아빠의 장난놀이
아빠는 책 쓰는 장난이 그리도 좋으신가요? 엄마가 애써 저녁 준비를 하시고 서재로 가셔서 열두 번을 부르셔도 잉크와 펜을 갖고 노시는 그 장난이 너무나도 재미있으신 나머지 아빠는 대답도 않고 돌아보시도 않으셔요. 저는 아빠가 그 장난을 왜 그리도 좋아하시는지 알 수 없어요. 아빠는 하루 온종일 쓰…
황금과 진주
엄마가 황금을 원하신다면 저는 뜰앞에 떨어져 쌓여 있는 샴빽꽃을 한 광주리 모아다 드리겠어요. 엄마가 진주를 원하신다면 저는 거미줄에 달린 이슬을 주우러 언덕 위 풀밭으로 나가겠어요. &ldquo;넌 바보야!&rdquo; 하고, 언니는 말하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정말로 바보인가요, 엄마? …
제가 돈을 번다면
저는 커서 뱃사공이 되겠어요. 강가로 나가 배를 타겠어요. 아이와 어른과 처녀와 노인을 이켠에서 져켠으로 건네주겠어요. 이켠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들오리떼가 날아 오르고 물새들이 알을 낳아요. 저켠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도요새가 진흙 위를 거닐고 손목에 짤랑거리는 팔찌를 찬 소녀들이 웃옷…
연약한 종이배
저는 물 위에 흰 종이배를 띄워요. 그렇지만 시냇물 속에는 돌들이 있잖아요? 밤하늘의 종이배인 조각달은 검은 구름이 다가오면 그 뒤로 숨지만 제 종이배는 작고 약하잖아요? 엄마, 제 종이배 하나와 제가 실어 보낸 슐리*꽃은 꿈꾸는 바다 저편 왕자를 기다리는 인어 아가씨의 궁전까지 가야 하는데 …
엄마의 장난감
새벽은 설레는 마음으로 장난감을 삼고, 아침은 맑은 공기와 더불어 장난질하고, 한낮은 반얀*나무 그늘에서 팔을 베고 잠자는 목동의 얼굴가에 벌과 나비가 되어 장난을 하고, 저녁은 뉘엿뉘엿 서산에 지는 해를 등뒤에서 밀어 꾸벅꾸벅 쓰러뜨리고, 밤은 하늘을 뒤덮는 까만 비로도 위에 조각달과 …
아가는 무얼 닮았나
복사꽃 복사꽃 복사꽃 붉은 빛은 엄마의 뺨에 어리는 사랑빛을 닮았고, 연잎 위에 이슬이 굴러가는 소리는 엄마가 불러주시는 노랫소리를 닮았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풀잎 위의 바람은 엄마의 정겨운 숨결을 꼭 빼닮았지만, 엄마, 엄마처럼 이쁜 뺨도 목소리도 엄마처럼 정다운 숨결도 안 가진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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