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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지난연재 정찬주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고래등같은 집에 숨이 막혀왔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13

천강에 비친 달 한양 길 세종이 오두막을 다녀간 지 두 달만이었다. 사헌부에서 나온 중늙은이 감찰이 오두막으로 찾아와 희우에게 대사헌 하연(河演)의 명을 전했다. 희우는 작은 보따리를 하나 만들어놓고 기다리던 참이었으므로 의심하지 않고 감찰을 따라나섰다. 대사헌이 희우에게 내린 명은 다시청 다모로…
“喜雨, 궁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12

천강에 비친 달 오두막 차 오두막은 다랑이 밭뙈기들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순둥이 삽살개 한 마리가 자기 몸에 머리를 묻은 채 졸고 있는 것 같았다. 오두막 마당가에는 묵은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감나무 가지에는 직박구리 몇 마리가 날카로운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오두막의 동정을 살피고 온 찰방…
“백성의 살림살이가 궁금하구나”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11

천강에 비친 달 강무(講武) 1423년 이른 봄. 북한강에 발을 담그는 운길산 산자락에 용이 그려진 붉고 노란 기들이 펄럭였다. 깃대는 한 군데만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영역을 표시하듯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다. 병조에서 나온 군사들이 엿새 전에 설치하고 간 깃대였는데 오늘은 양주…
“우리 글자 창제가 하화중생이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10

천강에 비친 달 은부채 신미는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출가한 이후 처음으로 새벽예불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신미를 깨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미는 아침공양 시간 뒤에 겨우 일어났다. 그것도 주지스님의 헛기침 소리를 듣고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지스님이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
“전하, 우리글자를 만드시옵소서”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9-

천강에 비친 달 동별궁의 정담 두 대의 가마는 창을 든 어영청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아갔다. 꽃가마 안에는 함허와 신미가 타고 있었다. 함허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신미는 불안하여 밖의 동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가마의 행선지를 정확하게 아는 군사는 아무도 없었다. 세종이 어디서 그들을 맞…
임금님이 왜 나를 부르시는 걸까?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8-

천강에 비친 달 첫눈 신미는 승려가 된 이후 처음으로 백일기도를 무탈하게 끝냈다. 늦여름에 땀을 쏟으며 시작한 백일기도는 찬바람이 엄습하는 초겨울 문턱에서 회향했다. 신미는 사십이수관세음보살이 영험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깊이 절감했다. 사십이수관세음보살이 준 가장 큰 가피라면 술과 여색…
사십이수관세음보살 미소짓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7-

천강에 비친 달 사십이수관세음보살 오대산으로 가려던 신미는 흥천사에 남았다. 스승 함허가 신미의 오대산행을 단호하게 막았던 것이다. 중물이 덜 든 풋중이니 대중 속에서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미는 몹시 아쉬웠지만 함허의 당부를 따랐다. 다행히 흥천사 주지가 방을 하나 내주겠다고 약속…
"흥천사 대중이 과인을 기쁘게 했소"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6-

천강에 비친 달 흥천사 천도재 세종은 천도재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재를 지내는 5층 사리전(舍利殿)에는 흥천사 승려들과 왕족들 및 신하 몇몇이 들었다. 세종은 흥천사에서 가장 큰 방인 대중방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대중방에서도 재 지내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세종은 군주의 법…
“승도타락이 排佛의 큰 이유였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5-

천강에 비친 달 어찌 구구하게 세상인정 따르리 신미는 차츰 현등사의 승려로부터 말하기를 꺼려하는 조선불교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함허는 이따금 임금이 불교를 배척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승도들의 타락에 있다고 탄식했다. 태종은 아버지인 태조, 형인 정종과 달리 드러내놓고 배불정책을 폈다. 그는 …
“梵字는 네게 행운을 줄 것이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4-

천강에 비친 달 4회 한 잔의 차, 한 조각 마음 현등사는 대중이 평소에는 열 명도 못 되었다. 함허가 지도하는 경전 반이 개설되면 열댓 명으로 늘었다가 강의하지 않을 때는 대여섯 명으로 줄었다. 등 경전 반이 개설되면 소식을 들은 승려들이 전국 절에서 모였다가 흩어지곤 했다. 울울한 숲에 둘러싸인 현등사…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3-

천강에 비친 달 3회 불속에 핀 연꽃 신미는 조종천의 물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산모퉁이에서 오른편 산길로 들어섰다. 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해지기 전에 현등사에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마음이 급해지면 입안에 침이 마르고 목이 타는 법이었다. 신미는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기 위해 개울로 내…
“주린 자엔 밥이 관세음보살이다”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2-

천강에 비친 달 기쁜 비(喜雨) 신미는 복천암에서 1년 6개월을 보냈다. 마침내 승복을 입을 수 있는 사미승이 되었고, 주지스님은 불경을 더 공부하고 싶다면 함허가 주석하고 있는 가평 현등사로 떠나라고 일렀다. 주지스님 머릿속에는 암자의 양식이 떨어져 입을 하나 덜자는 속셈도 있었다. 신미는 주지스님의…
“중이 임금 눈에 들어 무엇합니까”
정찬주 장편 ‘천강에 비친 달’ -1-

지금까지 한글창제의 정설은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창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세종왕조실록 어디에도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창제하는데 주도적으로 기여했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훈민정음 해례를 쓴 정인지는 집현전 학사들 중에 어느 누구도 훈민정음의 오묘한 원리를 알지 못한다고 기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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