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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지난연재 김정빈 시인의 감꽃마을
엄마 가신 날
그땐 울 줄도 몰랐지 아직 어렸으니까 이젠 슬픈 게 뭔지 알아도 새로 떠나실 순 없잔아? 편지도 못 닿는 나라 그래서 고개만 자꾸 숙여지고 고니들처럼…. 속으로 마음만 아파지고 어른될수록….  * 어머니가 두 번 돌아가실 수만 있다면 두 번째는 정말…
탱자꽃이 필 무렵이면
털을 부수하게 일으켜 세운 개 한 마리가 탱자꽃이 필 무렵이면 언제나 마을엘 찾아와서 귀머거리 꼬마네 집 울타리를 뱅뱅 맴돌며 코를 킁킁거렸다. 웬일인지 다른 곳으론 영 가지 않고 귀머거리 꼬마와 할머니가 사는 오막살이 초가집 울타리에서만 뱅맹 맴을 돌았다. 동네 아이들은 언제나 골목골목…
[해설]작고 고요한 세계의 아름다움
어린아이의 무지와 노인의 지식은 똑같이 순수함을 나타낸다. 그것은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우리는 순결을 가지고 왔다가, 그것을 가지고 사라진다. 순결은 우리의 훌륭한 동반자이다. -환라몬 히메네스 어린 시절의 삶이 행복의 한 원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른들이란 다름아닌 어린 시절이라는 &…
어린 배나무
말이 없이도 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기까지 눈처럼 새하얀 꽃잎을 피워 별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어린 배나무는 긴긴 겨울 동안 얼마나 울며 추위를 참았는지 모른답니다….  * 이 시는 너무 평범하다. 그러나 나의 부족함을 잘 보여주는 시일지라도 그 시절의 …
장안산 메아리
하도 오래도록 찾는 이 없어 언제부턴가 목이 쉬더니 너무도 오랫동안 불러 주는 이 없어 얼마 전부터는 귀까지 먹었다나 봐 아마 천이백 살은 되었을 장안산 메아리는….  * 천이백 년이 아니라 이천삼백 년 전의 인물이지만, 이 시는 나의 경험에 고대 중국의 …
노을빛 종소리
산 고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붉은 노을빛을 띨 때면 나는 안답니다, 오늘도 종지기 할아버지는 또 먼산바라기로 하루를 보내셨다는 걸…. 세 살인가 네 살인 꼬마가 하나 있었지요 엄마도 아빠도 없고 단지 할아버지가 있을 뿐이었던 눈이 퀭한 그 아이 어느땐가, 그 아이…
해질 무렵
해질녘 빈 들판 바람이 불어 아이의 긴 그림자 흙먼지 털고 쑤꾹새도 숨어서 우는 빼앗긴 시간 어둠이 덮어오는 해질 무렵  * 어린 시절, 해질 무렵이면 나는 뒷산에 올라가 멀리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다. 때로, 그 서쪽 하…
어떤 할아버지
막걸리를 마시고는 텁텁텁 할아버지는 아들도 딸도 없어서 답답답 할아버지는 강둑에 나와 앉아 먼먼먼 할아버지는 겨울은 다가오는데 쓸쓸쓸 할아버지는  * 시가 사용하는 언어는 한편으로는 의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리(음성)이다. 의미가 있는 듯하면서도 막상 굳이 의…
누나와 언니는
누난 왜 가끔씩 살구꽃나무 아래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일까 마치 무슨 속삭이는 소리가 어디 아득한 데서 들려 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언니는 왜 가끔씩 뒷산 복사꽃나무 아래에 앉아 혼자서 하모니카를 불곤 하는 것일까 마치 그 노랫소리가 어디 머나먼 바다 마을까지 전해지기라도 …
가을날
하늘은 아무 말이 없어도 빠알간 고추가 지붕 위에 널려 있는 가을날이면 왠지 꼭 누군가 날 부르는 것만 같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개 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외딴집 날 부를 이라곤 하늘밖엔 없을 테니까요….  * “뉘 부르는 소리 있어”라고 박화목 시인은 …
파란색은 왜 슬픈가
머루 두 송이를 유리구슬과 바꿨다 파아란 유리구슬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그런데, 왜 파란색은 슬픈 것일까?  * 블루, 즉 파란색은 영어권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파란 하늘이 높은 것과 이상적인 것을 떠오르게 해준다. 그러나 다시, 높고 이상…
내가 나에게
혼자 놀다보면 내가 나에게 속삭일 때가 있어요 혼자 걷다보면 내가 나에게 말을 걸 때가 있어요 왠지 곁에 누군가가 꼭 있어야 할 것만 같아 내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지 않음 안될 것만 같아 내가 나를 친구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내가 나를 다독여 줄 때가 있어요  * 외로움은…
안타까움
아빤 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가시는 걸까? 샛노란 원추리꽃이 저기 피었는데!  * 이 시를 단어 배치만 바꾸어 “샛노란 원추리꽃이/ 저기 피었는데/ 아빤 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가시는 걸까?”라고 하면 시가 되지 않는다. 비록 사물에 대한 경탄의 …
영 너머 풍경
영 너머 시냇가에 외딴집 한 채 그 집 앞마당엔 복사꽃나무 복사꽃 붉게 피면 실비 내리고 실비 맞고 나와 앉은 야윈 그 아이. 아이는 일곱 살 슬픈 눈망울 촉촉한 눈망울로 엄마 부르고 부르는 그 소리는 이슬에 묻혀 물안개만 자욱한 영 너머 풍경….  …
꽃들에게는 국경이 없습니다
꽃들에게는 국경이 없습니다. 그래서 꽃들에게는 외국어라는 것이 없습니다. 장미를 영국의 나라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 장미의 속내 마음은 영국만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한 송이의 장미가 안으로 지닌 속내 마음은 진실, 기쁨, 조촐한 만족 꽃들이 주고 받는 해맑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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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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