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을 부수하게 일으켜 세운
개 한 마리가
탱자꽃이 필 무렵이면
언제나 마을엘 찾아와서
귀머거리 꼬마네 집 울타리를
뱅뱅 맴돌며 코를 킁킁거렸다.
웬일인지 다른 곳으론
영 가지 않고
귀머거리 꼬마와 할머니가 사는
오막살이 초가집 울타리에서만
뱅맹 맴을 돌았다.
동네 아이들은 언제나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며
신나는 웃음소를 풀어 날려도
귀머거리 꼬마는 마루 끝에 나와 앉아
한 번도 웃지 않았고
털을 부수하게 일으켜 세운
개 한 마리가
탱자꽃이 필 무렵이면
마을을 찾아와서
귀머거리 꼬마네 집 울타리를
뱅뱅 맴돌며 코를 킁킁거렸다.
＊ 모두가 웃고 있는데 한 아이만은 웃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울 거라고？ 글쎄， 반드시 그럴까？ 아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아이에게 코를 킁킁거리며 자기 집 울타리를 맴도는 개 한 마리가 있는 한에 있어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