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의 바다!
불기2555년 5월 7일 밤, 종로는 불자들과 시민들, 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화합과 찬탄의 연등물결로 넘실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한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에는 국경과 종교, 인종과 이념의 장애는 없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함께 기뻐하고 어우러진 한국 최대, 최고의 거리축제 연등축제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종로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은 용등의 위용. 많은 시민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동국대 운동장에서 열린 연등축제.
‘함께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을 모토로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세상에 가득 퍼지기를 기원하는 세계인의 축제 연등축제가 5월7일 오후4시 서울 동국대에서 어울림마당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멋진 율동으로 장엄한 연희단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연 어울림마당에는 봉축위원장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각 종단 지도자와 조계사, 봉은사, 한마음선원, 도선사, 진관사 등 수도권 주요 사찰 신도 등 사부대중 3만여 명의 대중이 함께했다.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은 아름다운 연등을 들고 세상으로 나가 무명의 어둠을 물리치고 지혜광명을 밝히기 위해 힘차고 신명나게 행진하는 날”이라며 “이제 연등축제는 천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생동감 있는 전통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선언했다. 스님은 이어 “내가 변해 세상을 바꾸고, 몸을 낮춰 모두를 존귀하게 받드는 것이 바로 자성과 쇄신결사”라며 “당당하고 신명나는 몸짓으로 너와 남, 우리와 이웃, 사회를 밝게 비추는 광명의 걸음을 다함께 내딛자”고 말했다.

첨단예술인 비디어아트를 적용한 연등. 연등축제 콘텐츠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첨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도 불적지에서 볼 수 있는 아쇼카석주등도 등장했다. 연등축제가 세계의 불교축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제등행렬은 저녁 7시, 김희옥 동국대 총장의 출발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약 3시 간 동안 종로거리는 오색찬란한 연등과 화려한 장엄등, 경탄을 불러 일으키는 상징등으로 장관을 이뤘다. 제등행렬은 흥인지문(동대문)을 출발해 종로를 거쳐 종각 4거리까지 3킬로미터 구간에서 진행됐다.
종로거리는 불자와 시민, 외국인 등 제등행렬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형형색색의 연등행렬이 지날 때마다 환호성과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는 등 연등축제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인의 축제, 연등축제의 위상은 여지 없이 입증됐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등축제를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헌사가 결코 불교에 대한 정부의 배려 때문이 아님을 연등축제는 그 화려함과 웅장함, 그리고 뜨거운 열기로 보여줬다.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과 각종단 대표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선두에서 제등행렬을 벌이고 있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의 제등행렬. 정각원장 법타스님을 중심으로 석림회 스님들과 동국대 불교대학 학생들이 제등행렬에 적극 동참, 눈길을 끌었다.

연등축제에 웬 '가톨릭으로 대동단결!'. 깜짝놀라 알아보니 가톨릭대학교 불교학생회 회원들과 동문들이 만들어서 나온 등이었다.

화려한 공작등의 위용. 큰 호응을 받았다.

누워있는 여인이 호랑이를 배위에 얹은 등. 등의 다양한 표현에 대한 진화가 눈부시다.

어린이들의 앙증맞고 깜찍한 연등행사. 아기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비 아기부처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불러냈다.

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은 누가뭐래도 보살님들이다. 보살님들의 신바람나는 연등행렬이다.
봉축위원회는 이날 제등행렬에 5만여명의 불자들이 행진에 참가했으며, 외국인 1만6,000여명을 포함한 연인원 32만여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오후 7시 어둠이 드리우면서 제등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차량이 통제된 종로에는 연등행렬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탑골공원 앞에선 각 종단대표와 귀빈, 초청인사들이 먼저 도착해 연등행렬을 맞았다. 연등행렬은 길고도 장엄했다.
중앙승가대학교 학인스님들과 연합합창단, 종립학교인 동대부여고와 여중, 동대부고와 부중,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연화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상징적으로 선두등단을 형성했다. 진각종, 도선사, 개운사, 화계사, 청량사, 봉국사 등이 두번째 등단을 이뤘고, 세번째 등단은 국제선센터, 한마음선원, 사자암, 태고종, 네팔불자모임, 태국, 몽골불교로 구성됐다. 서대문 조계종 사찰과 조계사, 수국사, 관음종, 국제포교사와 외국인이 네번째 등단을 이뤄 장엄한 연등물결을 이었다. 직장직능불자연합과 금강선원, 천태종, 대불련, 동국대, 불광사가 다섯번째 등단을 형성했고, 마지막으로 총지종과 구룡사, 봉은사가 행렬의 끝부분을 장식했다.
연등행렬은 3시간여에 걸쳐 종로를 환하게, 화려하게 장엄했다. 불국토가 따로 없었다.
저녁 9시30분부터는 서울 보신각 앞 종각사거리에서 회향한마당을 펼쳐졌다. 회향한마당에는 ‘팝핀현준 크루’, ‘연꽃소녀들’, ‘김현성과 움직이는 꽃’, ‘박애리와 친구’ 등 실력있는 불자가수들이 공연에 나섰다. 또 제등행렬에 참여했던 모든 대중이 하나로 어우러져 꽃비를 맞으며 강강수월래를 함께하는 신명나는 잔치를 벌였다.
올 연등축제는 5월 8일에도 문화한마당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일요일에 제등행렬과 불교문화마당이 함께 열렸지만, 올해부터 분리돼 열리기 때문이다.
낮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열리는 불교문화마당에는 외국인 등만들기 대회를 비롯해 국제불교마당, 전통문화마당, 전래놀이마당, 먹거리·살거리, 나눔마당, NGO마당, 비움나눔, 등 총 8개 테마에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네팔불교의 부스에서 절을 하는 한국인 보살. 그녀는 부처님이 탄생한 나라 네팔을 순례했을때의 감동을 잊지못해 이곳을 찾아 참배를 하게되었다고 말했다.

불교문화한마당은 젊은이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무리지어 댄스를 추는 이들의 활기와 힘처럼 한국불교의 미래도 젊고 힘찼으면 좋겠다.

프랑스인 펠립스. 문화마당의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그는 한국불교문화에 대한 인상을 묻자 '최고'라고 힘추어 말했다.

어린 소녀에게 법고 치는 법을 전수하고 있는 정범스님(옥천암 주지).

해마다 문화마당에 등장하는 티베트 스님들의 만다라 제작 시범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