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저녁 7시, 시청앞 서울광장이 다시 촛불로 밝혀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무산됨에 따라 야간 옥외집회가 시간과 관계없이 허용되면서 만 2년 만에 다시 개최된 첫 대규모 야간 촛불집회다.
시민 2만여 명(경찰 추산 4,500여명)과 정계, 종교계, 학계의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생태계 교란과 자연환경을 도륙하고 있는 4대강사업을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함께연단에 올라 공약했던 4대강사업을 반드시 중단시키고 우리의 젖줄인 4대강을 지켜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민들 앞에 약속하는 순서도 가졌다.
그리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많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여 6.2지방선거를 통한 민심을 받들어 즉각 4대강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4대강 인근 농민들과 대구의 골재 채취업 근로자가 연단에 올라 현재 4대강사업으로 인해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는 우리 강의 상황과 현실을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특히 팔당 친환경농민들이 몸으로 막으며 지켜낸 남한강 두물머리 구역의 이야기며 문수선사의 소신공양, 음독 자살한 골재업 사장의 이야기를 전하던 대목에서는 시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부산 낙동강 인근에서 상경하였다는 한 여성주민은 “제가 낙동강 재두리미에게 지령을 받고 여기 올라왔다. 서울시청 앞에 모여 계신 국민들과 접선하라고 재두루미의 지령을 받았는데 낙동강을 살려주고 재두루미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지령”이라고 상경기를 발표해 참석자들의 속아픈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 시간 반가량의 결의대회가 끝나고 2부 행사는 문화제로 집회는 공연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도륙 당하고 있는 강의 아픔을 노래하고 자연이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내용들의 노래들이 나올 때 마다 좌중들의 표정엔 희비가 엇갈렸다.
그 좌중들 사이로 환경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불교환경연대 지관스님과, 오는 7월 17일에 있을 문수선사의 추모제를 알리며 홍보에 비지땀을 흘리던 불교환경연대회원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4시간 가량 계속된 촛불집회는 공권력과의 충돌 없이 무사히 끝을 맺었다.
광장에 흩어진 쓰레기를 말끔히 정리하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머리 위 하늘은 어느새 비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