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현재 양수리로 불리고 있는 곳의 순 우리말 지명이 두물머리이다.
삼척시의 대덕산에서 발원한 강물이 영월과 단양을 거쳐 충주호에 담겼다가 여주를 거쳐 흘러내려 온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강물이 화천과 철원을 거쳐 흘러내려 온 북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곳이 이곳 두물머리다.
두개의 물이 어우러져 비로소 한강을 이루는 곳,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를 찾았다.
남양주시에서 양평군으로 건너가는 신양수대교를 지나다보면 다리 아래로 대규모비닐하우스단지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곳이 바로 팔당친환경유기농업단지로 현재 4대강사업 구역에 속해있는 지역이다.
봄철이면 서울근교 딸기생산지로도 소문난 이곳 팔당유기농단지는 자녀들을 이끌고 찾아와 딸기며 각종 유기농채소들의 체험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유치한 2011년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개최하는 전 세계 110개국이 참가하는 세계유기농대회 유치 예정지로도 더욱 유명하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07년 9월 22일 이곳 팔당유기농단지를 방문하여 함께 상추를 뜯으며 ‘유기농만이 살길이다’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청년들이 친환경유기농으로 이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지원을 약속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시작된 4대강사업으로 인해 유기농농지는 강제수용 위기에 처해진 지역이 돼버렸고, 2011년 열리게 될 세계유기농대회도 유기농은 없고 이름만 걸린 세계유기농대회가 돼버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우려가 커졌다.
“유기농 농업을 죽이고 생명의 강을 죽이는 이 4대강사업의 목적이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이 문제(팔당유기농지 강제수용) 때문에 국토해양부장관을 몇 차례 만났습니다만, 늘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 선에서는 어쩔수 없다는 겁니다. 또 이 지역에 세계유기농대회까지 유치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제 와서 말을 바꿔 유기농지가 없어도 유기농 대회을 열수 있다면서 처음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 상황입니다.”
“국토해양부에서 지금 이곳 유기농단지를 강제 수용하는 이유를 들면서 현재의 유기농업이 질소와 인을 다량배출하고 있어 수질 오염원이기에 강제수용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현재 이곳 농민들이 관련근거를 제시해달라고 몇 번을 요청했으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관련근거를 제시하면 수용할 부분을 수용하여 문제점을 고쳐나가면서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부분들인데, 아무런 근거 없이 공사 강행만 밀어부치는 정부의 지금 행태는 야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팔당생명살림 방춘배 사무국장의 분노에 찬 말이다.
“멀쩡하게 잘 흐르고 있는 강에 콘크리트 제방 쌓고 그 가에 자전거도로 만든 다음 이곳 농지를 메우고 그 자리에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얘긴데 도대체 누구 좋자고 하는 사업인지 모르겠습니다. 입만 열면 친환경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이 4대강사업이 결코 강 살리기 사업도 아닐 뿐더러 잘하고 있는 친환경 농업까지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로만 하는 친환경사업은 오히려 반환경사업이고 녹색성장은커녕 죽음의 회색성장이 맞을 겁니다.”
마침, 여강선원에서의 일과도 바쁠 텐데. 짬날 때마다 찾아오는 수경스님의 건강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던 방 사무국장은 “제발 이 죽음의 4대강사업이 하루 빨리 중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이곳 친환경 유기농지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을 이으며 다음 날 있을 은평구에 위치한 불광사에서의 홍보활동에 내놓기 위한 직접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기에 손길이 바쁘다.
유기농이란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 축분과 깻묵과 부엽토, 톱밥 등을 이용해 만든 유기질 비료를 땅에 투입해 미생물들로 하여금 땅 힘(지력)을 살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친환경농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 유기농을 시작하고 난 다음 팔당의 수질이 ‘매우 좋음’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팔당수질개선본부의 발표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하고 있는 유기농이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은 아무래도 타당성이 결여돼 보인다.
2008년 람사르 총회에서는 우리나라는 논습지결의안을 내놓았었다. 논도 하나의 습지로 인식하여 각종 생물의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논이 습지의 역할을 하고 있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하여 보호하자는 결의안이었던 것이다.
헌데 지금 4대강을 콘크리트로 뒤덮으면서 강둔치에 경작하던 논들마져 전부 메워버리고 있는 실정이니 한숨만 날 일이다.
저탄소녹색성장을 국책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라면 콘크리트 제방을 쌓을 궁리를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논을 습지로 인식하고 더욱 보호하고 그곳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지원과 격려를 아껴야 할 텐데, 그럴 일도 모자랄 판에 그곳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골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니 답답함이 이를 데가 없다.
일손 바쁜 비닐하우스를 벗어나 유유히 흐르는 두물머리 강변을 걷는다.
써레질도 하지 않은 논이 황망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 논들이 있는 자리가 콘크리트 제방이 쌓이고 자전거도로가 된단 말이지. 사라져갈 강변 논둑에는 개냉이들의 흰꽃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저탄소친환경녹색성장. 아무리 봐도 지금하고 있는 4대강사업은 저탄소친환경녹색성장이 아니라 고탄소반환경회색성장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지금하고 있는 4대강사업은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모습을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