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보고 신륵사의 강변, 여강의 벼랑 위에 선 삼층석탑이 위태위태해 보인다. 여강 너머에서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지반침하나 물길의 변화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이 유실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4월 7일 오전 11시 여주 신륵사 입구의 여강선원 앞에서 야4당의 의원 5명이 합동현장의원실 개소식을 열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 민노당 홍희덕·이정희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 5명의 야4당 의원들은 ‘강은 흘러야 합니다. 국민의 73% 이상 반대하는 4대강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개소식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전국 사찰에서 4대강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돌입한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천주교 또한 4대강 반대의지를 공식 천명, 대대적인 전국 확산 사회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성명서의 서두를 열었다.
또 “강을 살릴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까지 할 수 있다는 4대강사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의 예산 10% 정도면 전국 초등학생, 중학생의 무상급식이 가능한데 과연 누구를 위한 4대강사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22조로 출발한 4대강토목공사는 30조를 넘어서 그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잡아먹는 불가사리가 될지 모른다”며 “건설업자 출신의 대통령이 건설업자들에게 이익을 넘겨주려는 최악의 토목공사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4대강저지 현장학교 운영 △4대강 현황 사진전과 영상전 △종교계·시민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장감시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의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포 불교환경연대 대표 지관스님은 “4대강 사업은 크게 두 가지를 죽이고 있는 것으로 불교 교리와 배치되는 사업”이라며 “하나는 강바닥을 파고 엎는다면 강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이 죽을수 밖에 없어 불살생을 원칙으로 하는 불교의 교리에 배치되고, 다른 하나는 4대강 유역에 산재해있는 문화재와 유적들이 수장 되어 사라지고 있으니 이 또한 커다란 하나의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신륵사 앞 국민관광지에서 대중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불만과 걱정이 가득했다. 신륵사 입구 앞의 황금모래사장이 파헤쳐 져서 뚝방으로 바꿔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보에 다시 위락시설들이 들어서면 기존의 국민관광단지는 무엇하러 만들어놓았느냐는 것이었다.
“강바닥에 떠내려온 퇴적물들을 준설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지금처럼 전부 파내어버리면 결국 물고기들은 살수가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립니다. 퇴적물만 준설을 해야지 돌이며 바위들까지 모조리 들어내버리면 물고기들의 서식환경이 사라지는 겁니다. 여주군에서는 해마다 1억6천만원의 자금을 쏟아 부어 물고기 치어 방류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곳 어부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질 못합니다. 퇴적물이 가득한 강 밑바닥은 물고기의 서식처가 될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 쓸데없는 혈세 낭비지요.”
“무조건 적인 준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생태환경을 살리면서 남겨둬야 할 것은 남겨 둬야하는 사업입니다. 또 강 앞의 모래사장을 전부 파헤쳐버리면 관광지로써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지금 있는 관광지는 죽이고 여주보에 조성되는 새로운 관광단지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의구심만 생긴다는 현지주민들의 목메인 하소연들이다. 여주보에 신설되는 관광위락단지 사업은 대부분 외지인들이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특권층을 위한 사업일 수 밖에 없으며, 즉 4대강 사업은 강도 현지주민도 못 살리는 사업이라며 지자체장과 정부에 대한 원망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강천보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호대교에서도 주민들의 한숨이 터져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는 강폭을 삼분의 일로 줄여놓고 수백 대의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강바닥을 퍼내고 나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많습니다. 이제껏 탁상행정으로 인해 개인 사유지가 훼손이 되어 국토해양부와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강천보 인근에 사는 한 주민에 따르면, 2년 전 강둑 공사가 시작되면서 시멘트 구조물로 강둑을 쌓고는 집 담장까지 강변 구간으로 계획구간으로 편입을 시키는 바람에 집 모양이 망가져서 여러 차례 진정을 넣고 가까스로 조정을 받았다.
이곳의 제방은 45%의 경사도로 시멘트 구조물을 퍼즐처럼 조합해 조성해 완공돼 있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집 아래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그런데 저렇게 시멘트로 강변에 둑을 쌓으면 강을 죽이는 것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새로 공사하는 반대편 제방도 이렇게 만들면 정말 큰일 날 일입니다. 그리고 저렇게 강폭을 형편없이 줄여놓고 공사를 하고 있는데 만일 조금만 큰비가 내리기라도 한다면 저곳은 다 터지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한강 하류까지 진흙탕물이 그대로 흘러갈 꺼예요. 수도권 식수원도 위험해지는 겁니다.”
나이 지긋하신 노신사는 손가락을 짚어가며 설명을 한다. 지금도 비가 조금만 많이 내리면 흙탕물이 넘치고 있는데 큰비라도 오면 우려가 된다며 걱정 섞인 이야기들이 오간다.
아무리 많은 오탁방지 펜스를 쳐놓았더라도 한계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준설토 처리 역시 새로운 걱정거리로 내놓는다. 주변의 논과 밭을 이 준설토로 다 매우기는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준설토 처리 역시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4대강 사업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꼭 필요한 준설과 하천의 정비가 그것이다. 너무 낮아진 강바닥은 수해방지를 위해 적당한 깊이와 수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 생태의 무분별한 파괴까지 담보하는 무차별한 개발에 대해서는 현지주민들까지 반대에 합류하고 있다. 과연 이 4대강사업이 국민들이 원하는 사업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여강 현지주민이 말하던 이야기가 귓전을 맴돌게 만든다.
“남한강의 가장 큰 문제는 충주호와 팔당호에 있습니다. 댐이 있어 퇴적물이 쌓이고 강을 가로 막아 놓고 있으니 물고기가 왕래를 못해 고립이 되었는데 아무리 많은 물고기를 풀어 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자연 복원입니까? 거기에 다시 또 보를 막는다면 더 큰 생태계 파괴의 악순환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강이 강의 모습대로 흐르면서 자연 순환계가 살아있는 친환경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즉 우리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이 콘크리트 어항이 아닌 가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원래 있던 것이 사리지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과 개발이 공존하는 진정한 강 살리기의 대안만이 이 국토을 물려받을 후손들에게 대한 면책사유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