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대형 철재구조물이 만들어졌다.
서울시와 현대카드가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하는 '스노우잼' 행사를 위한 대형 점프대이다. 스노우보드 점프 대회를 대한민국의 심장부 광화문 광장에서 펼치겠다는 주최측의 취지가 아무래도 아슬아슬해 보인다.
높이 34m의 철재구조물은 13층 짜리 고층아파트와 같은 높이다. 높은 경사도의 슬로프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고 묘기까지 펼치며 급강하를 하게 될텐데, 안전확보가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안전장치라고는 슬로프 난간에 걸쳐진 쿠션과 그물망뿐인데 고속으로 급강하하다가 까딱 실수라도 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견주는 경기이긴 하지만 갑자기 강풍이라도 분다면 선수의 안전은 장담하기 힘들다. 또 조립식으로 엮어 만든 점프대 역시 예기치 못한 충격이라도 가해진다면 정말 큰나큰 대형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흉물스런 스노우 보드가 설치된 광화문 광장을 돌아보노라니, 애초 광화문광장을 조성할 당시 취지가 생각 난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한국의 대표적 광장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의 광화문광장에는 역사가 어디 있고 문화가 어디 있는가? 개장 당시부터 떠들썩하게 했던 꽃밭부터가 그렇다.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할 광장의 대부분은 꽃들이 점령하였고 광장을 돌아봐도 그 어디에도 역사와 문화는 없다.
광장에 육조거리를 조성하여 역사를 재현하겠다던 계획은 바닥에 글자 몇 자 새긴 것이 전부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넓은 중앙분리대라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지금은 복원중인 광화문 위에 점프대가 만들어졌다. 경복궁이 어떠한 곳인가? 우리나라의 임금들이 정치를 하고 생활을 하던 역사적인 곳이 아니던가? 그러한 문화재 앞에 광화문 보다 더 높은 점프대를 만들었으니 이미 역사와 문화는 한참 전에 물 건너간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영국이 버킹검궁 앞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겠나? 아니면 일본이 오사카성 앞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겠나? 중국이 자금성 앞에서 이런 행사를 하겠나?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속내가 궁금하기만 하다.
혹시라도 남산을 롤러코스터로 휘휘 감아 한 바퀴만 돌면 서울시를 모두 감상하게 하는 생각은 또 없는지 걱정스럽다.
광화문광장의 스노우 점프대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 영화 국가대표와 해운대를 얼버무려 놓은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진정 역사와 문화를 생각한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사 하나 줄이고 사찰이나 우리의 전통 문화재복원에나 좀 더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역사와 문화재보다 더 좋은 관광브랜드가 어디 있겠는가?
아마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