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로 ‘네팔 탐방기’ 원고가 날아왔다.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불교학생회 2018대학원 회장 이혜린 학생의 네팔여행기다. 너무 종교적이고 어떤 면으로는 좀 무거운 성지순례의 글들만 보다가 가볍고 느낌에 솔직한 여행기가 신선하다. 젊은 불자의 참여에 감사드리며, 5회에 걸쳐서 싣는다. - 편집자.
1월 17일 수요일 : 출국
인천 국제 공항 제 1터미널에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출국하였다.
300인분 떡볶이 재료와 220개의 개별 선물, 그리고 특별선물 12개를 잔뜩 실은 박스들(15kg이 넘는 박스 4개와 캐리어 4개)이 무거워 가는 길이 험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 여행 일정중 가장 싱싱했던 순간
1월 18일 목요일 : 환승 및 도착
쿤밍 공항에서 환승을 했다. 대기시간이 11시간이라 미리 예약해둔 호텔까지 가야했다.
환승할 때 짐을 자동으로 옮겨주지 않아, 수하물 찾는 것부터 소속까지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짐 실을 픽업카를 보내달라고 호텔에 요청을 해야 하는데 호텔 직원 누구도 영어를 할 수 없었다. 우리도 중국어를 조금 밖에 할 줄 몰라 난감하던 차에, 공항 셔틀 안에서 한국어를 알아듣는 중국인 여학생을 만났다. 그 여학생의 도움을 받아 픽업카에 짐을 싣고 호텔로 가서 간신히 쪽잠을 잘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여학생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고척돔에서 열린 팬미팅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더라... 더 놀라운 것은 쿤밍 공항에서 11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또 비행기를 타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나 방탄소년단이 좋을 수 있을까...한류의 힘은 이런 것이구나. 또한 그 짧은 시간에 몰입해서 한국어 공부를 한 여학생이 존경스러웠다.
날이 밝아 다시 공항으로 출발해 환승 비행기를 탔다. 또 다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카트만두로 향했다. 밤에는 보이지 않던 건물이나 길들이 훤히 보이면서 대륙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5시간이나 걸쳐 중국 대륙을 날아왔는데 아직도 더 중국 땅을 지나가야하고 또 쿤밍 국제공항같은 공항이 중국에는 성마다 있겠지 하고 생각하니, 정말 중국은 넓은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 또한 중국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제공하는 인적 서비스나 장비들은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중국 공안들은 일처리가 느리고 살벌했으니...
환승, 그리고 짐과의 사투
시차로 인해, 여행사에서 보내 준 일정표와는 달리 환승해서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시간만 3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도착한 카트만두!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네팔은 정말 산악 지대였다. 굵은 산맥이 광활히 펼쳐져 있고, 바로 옆에 설산이 보이는 풍경이란 정말 잊기 힘들 것 같다. 산 중간중간 계단식으로 된 경작지도 보이고, 산에서 사는 사람들의 촌락이 보이기도 했다. 카트만두 시내를 보면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곳곳에 벽돌 공장이 보였다. 고층 건물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알록달록 칠해진 집들을 보고 있자니 이국적 귀여움에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네팔의 첫 인상
비행기에서 내려 비자를 발급받고, 밖으로 나가 가이드님을 만났다. 가이드님은 “어서오세요, 이황 대표님” 이란 종이를 들고 계셨는데, 이상하리만치 친근하고 첫 느낌부터 기분 좋은 분이었다. 일정 중 매일 아침 가이드님을 만날 생각에 들뜰 정도라고 할까?
카트만두 공항
차를 타고 카트만두 시내로 나가 호텔로 향했다. 카트만두 시내에 대한 첫 인상은 “무질서 중의 질서가 존재하는 신기한 곳” 신호등도 없고, 차선이 따로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닌데, 타이밍 좋게 끼어들고 건너고 이래도 사고 안나나 싶은데 정말 사고 없이 잘 간다. 가만 생각해보면 알아서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조심하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과속도 하지 않고 그래서 교통정리 할 필요도 없이 잘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서는 신호등이나 각종 교통 규정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과속도 무단횡단도그냥 하고 다른 규정도 어기는데...역시 법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발성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 첫 날 숙소. 문라리트 호텔 & 조식
호텔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받고,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갔다. 가이드님이 안내해주신 네팔 식당에서는 환영식으로 빈디를 미간에 찍어준다. 정갈하게 잘 정돈된 테이블에 코스로 요리를 제공해 주었다. 처음에는 콩으로 만든 수프, 그 다음은 만두를 비롯한 에피타이저, 그리고 네팔식으로 차려낸 본식까지 아주 맛있고 푸짐한 상차림이었다. 관광객의 입맛에 맞게 향신료를 적게 넣은 것이라고 하였는데, 맛있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향신료가 듬뿍 든 현지식을 먹고 싶었다. 그리고 특이했던 점은 네팔에서 사용하는 술잔은 흙으로 빚은 일회용 술잔이라는 것이다.
이 술잔은 손님이 가고 나면 바로 깨서 버린다고 하는데, 일단 다른 사람이 마시던 술잔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복이 달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술잔 만드는 사람도 먹고 살게 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깨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식사를 하는 동안 네팔 전통 춤과 전통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레썸삐리리는 지난번에 심복사에 방문한 비레탄티 드림팀 학생들이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서 금방 알아듣고 따라 부를 수 있었는데, 다른 노래들은 처음 듣는데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실존하는지 모르지만 목격한 사람은 많다는 설인 Yeti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표로도 쓰이는 Black yak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네팔 식당
네팔 식당
식사를 마친 후,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는 타멜 거리를 걸었다. 원래는 차들도 다니던 거리였는데, 2017년 10월부터인가 차량통행을 제한해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타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은 정말 이국적이고도 친근했다. 달라이라마 사진을 걸어놓고 티벳 가방, 옷 장사를 하는 티벳 사람들부터 아기자기한 손가락인형을 만들어 파는 네팔 사람들, 그리고 대마초로 만든 가방과 지갑, 슬리퍼 등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착했다. 거리를 걷다보니 신기한 것이 있었는데, 가이드님이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보면 인도사람인지 네팔사람인지 금방 알아보고 얘기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아마 한중일 3국이 서로를 구분해서 알아보듯 네팔사람과 인도사람도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까. 요즘 국경지역 인도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네팔로 많이 넘어와 장사를 한다고 한다. 관광객은 구분을 못하니 인도사람인지 네팔사람인지 알기 어려울 것 같지만 주관적 의견으로는 네팔사람들이 조금 더 순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졌다는 것이다. 인도사람에 대한 편견은 아니지만 네팔에서 장사하는 인도사람들의 눈에서는 그런 밝음보다는 삶에 찌든 눈빛이 보였기 때문에 느낌 그대로 이야기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타멜 거리
이혜린/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불교학생회 2018대학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