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영
<제2장> 5회
쫓겨나는 사람들
눈가루 같은 무서리가 내렸다. 선융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참선을 했다. 꼭두새벽은 승려들이 새벽예불을 보기 전에 경내에서 목탁을 치는 시간이었다. 선융은 새벽예불 같은 의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의식이 사람을 길들이는 것 중에 하나라고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내용이든 의식으로 굳어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렸다. 선융이 선호하는 것이 있다면 오직 자신의 의지로 시작하고 끝내는 참선뿐이었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자존감을 주는 것은 참선밖에 없었으므로 하루에 한번 정도는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면 가슴이 충만해지고 머리가 더 없이 맑아졌다. 선융은 참선할 줄 아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화두를 타파하던, 인생의 큰 의문이 풀리던 날의 경험이 되살아나고 무엇보다 자신을 가둬버리기도 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참선하고 나면 나와 세상이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들곤 했다.
선융은 이른 아침에 천국교회 사택 뒤쪽의 들판을 걸었다. 참선이란 꼭 앉아서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걸을 때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른다면 산책도 참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승려들은 그것을 행선(行禪)이라고 불렀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가 무념무상이었다. 보고 듣고 말하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선(禪)이었다. 들판은 무서리가 내려 얇은 망사를 드리운 것처럼 희끗희끗했다. 들판 저쪽 외딴집이 김 집사의 농가였다. 선융은 천국교회 사택을 나선 김에 김 집사 농가까지 걸어갔다. 김 집사는 농가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하십니다.”
“가을걷이를 일찍 하고 이사를 갈 생각이오.”
“어디로요?”
“터를 잡아 두었지요. 이 마을은 질렸어요. 도시에 나간 자식들에게도 이 마을에 살 생각을 말라고 했어요.”
김 집사의 뚱뚱한 아내가 고구마 텃밭고랑을 다니면서 바구니에 고구마를 담았다. 김 집사의 아내는 관절염이 있다며 다리를 약간 절룩거렸다. 선융이 바구니를 들어주겠다며 나섰다.
“아주머니,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손에 흙 묻히지 말아요.”
“사람 손은 다 같아요. 흙 묻히지 말라는 손도 있습니까?”
“그나저나 서운해요. 영감이 이 마을은 죽어도 싫다고 하니 별 수 없어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에 든 곳에서 살다가 죽어야 한데요.”
“추수를 끝내면 날씨가 추워질 텐데 걱정입니다.”
“농사꾼은 봄이 되기 전에 이사해야 돼요. 그래야 씨를 뿌릴 수 있어요.”
김 집사의 아내도 남편을 따라 이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선융은 김 집사가 왜 이사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는 대충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묻지 않았다. 십일조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인들이 김 집사에게 가한 따돌림은 실제로 폭력에 가까웠다. 김 집사는 면소재지에 있는 보건소에서 정기적으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사 가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될지 몰라요. 그래서 더 빨리 이사를 가려고 해요.”
“완치하려면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사를 가시더라도 약을 끊지는 마세요. 아주머니께서 잘 챙겨주셔야 해요.”
“우리 영감은 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해요.”
“왜요?”
“약만 먹으면 자꾸 졸린대요. 한번은 일하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적이 있는데 밭두렁에서 두더지처럼 자고 있는 것을 찾아낸 적이 있어요. 술 취한 사람 같았어요.”
“우울증 약에 수면제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지요.”
“다 십일조 탓이지요. 우리 영감은 고집이 세서 꺾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목사님이 십일조를 왜 내야 하는지 우리 영감에게 말해줘야 해요. 성경에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영감에겐 어림도 없어요. 내가 땀을 흘렸는데 어째서 교회가 열매를 가져가느냐는 거지요.”
“교인들이 김 집사님을 인색하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오해라니까요. 부자인 최 장로가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이래봬도 돈 쓸 데가 생기면 꼭 쓰는 사람이 우리 영감이에요.”
선융이 보았지만 김 집사 부부의 금슬은 놀라울 만큼 좋았다. 마을사람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할 정도였다. 부부가 일할 때나 쉴 때나 늘 함께 시간을 보냈다. 김 집사는 무릎이 아파서 절뚝이는 아내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걸었다. 마을 교인들이 따돌리니까 김 집사의 부부애가 더 깊었는지도 몰랐다. 김 집사 부부는 그들의 안식을 교회에 가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라는 그들만의 작은 집에서 얻고 있는 셈이었다. 저만큼 앞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던 김 집사가 허리를 펴면서 소리쳤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요!”
“영감 흉 봤어요!”
아내의 말에 김 집사가 선융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당신, 고구마 줄기를 집에서 가까운 이쪽 두둑만 잘랐구먼.”
“다리가 아파서 위쪽 두둑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어요.”
김 집사는 아내가 고구마 줄기를 반찬거리로 삼기 위해 자주 들락거린 두둑을 알아맞혔다. 선융은 신기해서 물었다.
“김 집사님, 무슨 표시가 납니까?”
“줄기를 잘라주지 않으면 고구마가 작지요. 보기에는 줄기가 무성한 두둑의 고구마가 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지요.”
“반대군요.”
“고구마 줄기를 보면 허장성세란 말이 생각나요. 겉으로 번드르르하지만 속은 별것 아니란 말이지요. 돌아가신 선친께서 늘 겉보다는 마음이 윤택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고구마를 볼 때마다 선친 생각이 나요.”
김 집사는 목사의 설교보다 자신이 짓는 농사 경험에서 지혜를 얻고 있는 듯했다. 김 집사의 말 중에서 선융이 잊지 못한 것 중에 하나는 그가 땅콩을 설명할 때였다. 땅속에 있는 콩이니까 땅콩이라며 밭두둑의 땅콩을 캐면서 말할 때도 실감이 났던 것이다. 그의 말에는 노동의 진실한 힘이 있었다. 책에서 나온 지식이 아니라 체험에서 얻은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고 가요.”
“저는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점심 때 와요.”
“김 집사님께 오늘 또 배우고 갑니다.”
“교인들만 아니라면 이 마을에서 더 살고 싶은데 아쉬워요.”
“그러니까 교인들이 김 집사님을 내쫓는 셈이네요.”
“교인들 탓으로만 돌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제는 정이 떨어져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을 뿐이지요.”
선융은 김 집사와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 때 오겠습니다.”
“새댁이랑 와도 좋아요.”
“물어보고 같이 오던지 하겠습니다.”
주혜 역시 김 집사를 탐탁지 않게 여겨 왔으므로 선융은 두루뭉수리하게 말했다. 선융은 김 집사 고구마 텃밭까지 산책을 왔다가 돌아섰다. 아침 해가 숲 사이를 뚫고 올라왔다.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 들판에 따뜻한 기운을 흩뿌렸다. 추수가 끝난 거뭇거뭇한 들판에서는 대지의 입김처럼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선융은 교회 사택으로 돌아와 이사를 가겠다는 김 집사를 잠시 떠올렸다가는 달콤한 잠에 떨어졌다.
벽시계가 10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중목욕탕을 다녀온 주혜가 선융을 깨웠다. 선융은 이불을 끌어안고 더 자고 싶었지만 일어났다.
“선융 씨, 김 집사님이 와 계셔요.”
“점심 때 오라고 했는데.”
“얼른 나가봐요.”
김 집사가 경운기를 끌고 와 큰 자루를 내리고 있었다. 장인인 신목사도 거들고 있었다. 자루에 든 것은 고구마였다. 김 집사가 천국교회에 수학한 고구마를 가져온 것은 뜻밖이었다.
“김 집사님, 점심 때 가려고 했습니다.”
“목사님 사위가 식전에 고구마 캘 때 도와주었으니 사례를 해야지요. 또 그동안 목사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니 은혜도 갚을 겸 왔어요.”
“십일조로 알고 받겠습니다. 하하하.”
“목사님도 저를 놀리십니다, 그려.”
“농담이고요. 겨울철 화목난로 숯덩이에 묻고 구워먹으면 최고지요.”
신목사는 김 집사의 고구마를 기꺼이 받았다. 김 집사가 가지고 온 고구마는 세 자루나 됐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고구마 중에서 맛있기로 소문났는데 그 비결은 붉은 황토밭에 있었다. 김 집사가 경운기를 몰고 돌아가면서 선융을 보더니 눈을 찡긋했다. 점심 때 반드시 오라는 눈짓이었다. 선융은 신목사와 함께 고구마가 든 자루를 보일러실에 넣고 손을 씻었다.
“이 서방은 김 집사님과 친하게 지냈던가?”
“예, 제가 보기에는 지혜로운 농부 같았습니다.”
“오늘 보니 소문과는 다르군.”
“이사를 간답니다. 교인들이 김 집사님을 자꾸 내치니까 견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최 장로님과 사이가 안 좋으니 더 그래. 십일조를 내지 않으니까 교인들과 소원해진 것도 사실이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쪽 토박이가 아니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집사는 누구보다도 근면했다. 마을 사내들처럼 적당히 일한 뒤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거나 술내기 윷놀이를 하지 않았다. 밭일은 식전에 하고 논일은 아침에 마쳤다. 마을사람들이 수도나 보일러 시설을 손봐달라고 하면 낮의 오침 시간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하는 등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니 농협 통장에 다른 사람보다 저축을 많이 했고 보험도 여러 가지 들었다. 버스와 김 집사가 운전하는 경운기가 부딪쳤을 때도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농협에 든 갖가지 보험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이장의 지위를 잘 활용했다. 군청에서 농사일에 지원하는 자금이 나오면 재빠르게 신청했고 마을사람들이 급전이 필요해 논밭을 내놓으면 흥정해서 저렴하게 사들였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은 교인들처럼 김 집사를 따돌리지는 않았다. 너무 부지런하여 명절에도 같이 놀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특히 마을사람들 중에서 독거노인들은 그를 자주 찾았다. 김 집사는 온돌방에 구들장을 놓는 것부터 기름보일러 청소, 동파된 수도꼭지 교체, 돌담 쌓기, 묘 벌초 등 못하는 일이 없었다. 김 집사가 마을 이장이 된 것은 그의 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국교회에 십일조를 가장 많이 내온 최 장로는 김 집사를 드러내놓고 무시하곤 했다. 교인이 적은 천국교회가 시골교회이면서도 운영되는 것은 부자인 최 장로의 십일조 덕분이었다. 그런 최 장로가 김 집사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이장 선거에 나서면서 “외지에서 온 떠돌이 소작농이 마을 논밭을 벌레가 나무 이파리 갉아먹듯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고 비방하기도 했다. 외지인에게 이장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을 폈던 것이다.
이장 선거에서 떨어진 최 장로는 교인들을 상대로 십일조를 내지 않는 김 집사를 비난하고 다녔다. 최 장로의 비난은 사실이었으므로 김 집사는 차츰 교인들로부터 멀어졌다. 교인들이 김 집사를 지독한 자린고비로 여기고 슬금슬금 피했다.
선융은 주혜에게 말했다.
“김 집사님이 초대했어요. 점심을 하자고.”
“정말로요?”
“김 집사님을 그렇게 보지 말아요. 최 장로님이 교인들을 선동해서 김 집사님이 교회에서 쫓겨난 측면도 있어요.”
“선융 씨는 김 집사님 변호사가 돼버렸군요.”
“김 집사님에게 땀 흘리는 농사일의 소중함을 배웠다고나 할까, 나는 그분을 존경해요.”
“우리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이기는 해요.”
“그런데 이사 가신대요. 최 장로님이나 교인들에게 오만 정이 떨어졌다고 그래요.”
“별 수 있나요. 그분 뜻대로 가셔야죠.”
“나로서는 이야기 벗이 한 분 사라지니 아쉬운 거죠.”
“이사 가신다니 나도 가겠어요. 사실 저는 그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김 집사에게 점심 초대를 받은 선융과 주혜는 옷을 갈아입었다. 주혜의 얼굴은 목욕을 해서인지 발갰다. 오똑한 콧날이 더욱 반짝였다. 주혜가 장롱 서랍 속에서 십자가를 꺼냈다.
“십자가를 선물하면 어떨까요?”
“처음 본 건데.”
“이혼한 뒤 가방에서 발견한 십자가예요. 아마도 그 사람이 넣어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예수님 태어나신 마을로 성지순례 가서 그곳 가게에서 사온 거예요.”
“성지순례 기념품이군요.”
“십자가라서 버릴 수 없었어요.”
“갑시다.”
선융은 십자가가 주혜의 불행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문득 십자가가 선융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주혜가 지금까지 그 사람의 십자가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융은 주혜의 처지를 이해하기로 했다. 주혜로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가 조각된 성물이니 버릴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혜 씨, 잘 생각했어요. 김 집사님에게 선물하면 될 거 같군요.”
“늘 고민거리였는데 오늘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선융과 주혜는 김 집사 농가가 있는 마을 앞으로 난 길로 나섰다. 김 집사 집은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 건너편에 있었다. 개울은 여름에 폭우가 내려도 넘친 적이 없었을 만큼 깊었다.
“저기, 김 집사님이 나와 계시네요.”
선융이 고개를 숙이자 김 집사가 손을 흔들었다. 김 집사는 집 밖으로 나와서 선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융과 주혜는 작은 다리를 건너갔다.
“괜히 초대했는지 모르겠소. 우리 음식이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을지 걱정이오.”
“초대해 주신 것만도 고맙습니다.”
둥근 점심상은 비닐장판이 깔린 마루에 차려져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마루에 비쳐들어 점심상이 환했다. 점심은 뜻밖에도 닭백숙이었다.
“저희들 때문에 사모님이 고생하셨네요.”
“토종닭을 잡았으니 맛있게 들어요.”
주혜가 점심상을 보더니 한 번 더 감격했다. 좋아하는 산나물이 점심상에 가득했다. 더덕구이와 고사리와 도라지 무침, 취나물과 두릅짱아지가 반찬그릇에 담겨 있었다. 주혜가 호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내며 말했다.
“십자가를 선물로 가져왔어요.”
“김 집사님, 예수님이 탄생하신 마을의 가게에서 사온 거랍니다.”
“귀한 십자가를 우리 같은 농사꾼이 받아도 돼요?”
김 집사에게서 건네받은 부인이 십자가를 두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며 도리질을 했다. 선융이 말했다.
“이 십자가만 있으면 교회에 나가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 십자가가 놓인 곳이나 들고 있는 곳이 교회니까요.”
“나도 교회를 나가지 않고도 하느님을 믿을 수 없나 하고 늘 생각했어요.”
“김 집사님, 이제 십일조 내지 않아도 되겠네요. 호호호.”
주혜가 선융의 말에 동조해 주었다. 선융이 했던 주장 중에서 자주 들어본 말이었던 것이다. 선융은 가끔 주혜 앞에서 묘유스님에게 받은 단주를 들고서 “내가 어디 있던 이 단주를 차고 있는 곳이 나에게는 선방이지요.”라고 말했는데, 주혜는 선융의 그 말이 떠올라 웃었다. 어쨌든 단주나 십자가의 용도가 선융이나 김 집사에게는 흡사했다.
김 집사는 덤덤했지만 그의 부인은 십자가를 받고는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윽고 김 집사의 아내가 십자가를 가슴에 대고는 중얼중얼 식사기도를 했다. 선융은 식사기도를 주혜처럼 눈을 감고 들어주었다. 식사기도가 끝나자마자 김 집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점심 식사에 초대한 이유가 또 있어요.”
“김 집사님, 말씀하십시오.”
“최 장로님이 무슨 얘기를 하지 않던가요?”
“듣지 못했습니다.”
“소문이 마을에 다 돌았어요.”
김 집사의 얘기는 선융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놀라기는 주혜도 마찬가지였다. 최 장로가 교회 사택에 사탄이 들어와 살고 있다며 교인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융이 서래사 승려였다는 사실이 최 장로를 통해서 교인들 사이에 이미 다 퍼진 모양이었다. 최 장로가 사탄이라고 지목한 사람은 선융이 분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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