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정각산
고타마 싯다르타는 29세에 출가하여 6년간 고행을 하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누구보다 철저하게 고행 수행을 한 그는 “이런 방법으로 하는 수행은 몸만 피로하게 할 뿐, 도를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버린다. 선현들이 권한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자각, 이것이 붓다의 첫 번째 깨달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공양했지만, 수자타의 공양은 그 중에서 최초의 공양이기도 하고 또한 가장 긴요한 공양이기도 했다. 그런 수자타를 위해서 후대 사람들은 네란자라강 인근 지역에 수자타 스투파를 세웠다. 원래 탑은 ‘무덤’이라는 뜻이지만 기념을 위한 탑도 있다. 수자타 스투파 중앙에는 특이하게도 보리수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었다.
고타마는 네란자라강(니련선하 尼連禪河)으로 내려가 몸을 씻었다. 몸을 씻는 행위는 고행과는 정반대되는 행위여서 고타마와 함께 고행하던 콘단냐 등 5비구는 “고타마가 타락했다”며 그 곁을 떠난다. 고타마는 주변에 있던 반얀 나무(니그로다 나무) 아래에 앉아 몸을 쉬며 명상에 잠긴다. 그때 반얀 나무를 신으로 모시던 수자타 여인이 고타마를 보고 “나무의 신이 나무 밖으로 나왔구나”라고 생각하고 우유죽 공양을 드린다.
고타마는 공양을 받고 몸을 가눈다. 그가 수자타 마을에서 두 달 동안 체력을 회복했다는 설도 있다. 이후 고타마는 “죽든지 혹은 깨달음을 얻든지”라는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발우를 강물에 띄운다. “내가 깨달음을 얻을 것이면 발우여 강물을 거슬러 올라라가”라고 읊었는데 정말로 발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懷疑), 의심이 반영된 행위였다고 자현 스님은 해설했다. 고타마는 주변 산으로 올라가 다시 명상에 든다.
전정각산 오르는 길
그 산이 전정각산(前正覺山), 즉 ‘정각을 얻기 전에 올랐던 산’이다. 그 산에는 부처님 고행상이 모셔진 굴이 있다. 부처님의 그림자가 남아있다는 유영굴(留影屈)이다.
고타마는 이 굴에서 수행을 했으나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굴을 떠나 보드가야로 간다. 길을 떠나는 고타마에게 굴속에서 같이 살던 용이 “가지 말라”라고 한다. “네가 있는 것이 분노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이유였다. 고타마는 “그럼, 그림자를 남겨 줄게”라고 답했다고 한다.
7세기 현장 스님은 원래 산적이 많으니 가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개의치 않고 이곳으로 가다가 산적에게 잡힌다. “왜 이곳에 왔느냐”는 산적의 질문에 “부처님을 뵈러 왔다”고 하자 산적은 “그럼 같이 가자”라며 따라 나선다. 현장은 대당서역기에 “부처님이 굴에서 환하게 나왔다”라고 적었다. 자현 스님도 “이 굴은 영험한 뭔가가 계속 나오는 터”라며 “여기서 부처님을 뵀느냐”라고 물었다. 신심 깊지 않은 내 눈에 부처님이 뵐 리가 없었다. 물론 모셔져 있는 부처님 고행상은 봤지만 말이다.
전정각산의 기록은 실패의 기록이다. 고타마는 이 산에서 수행했으나 “이 산이 아닌가벼”라며 산을 내려왔음을 경전이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지워버릴 법한 이런 기록을 굳이 강조해서 적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일 것이다.
붓다는 고락중도를 얘기했다. 몸에 고통을 가하는 고행주의나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는 모두 천박한 것이어서 도를 얻기에 적합하지 아니하니 그 중간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고락중도의 ‘락’은 일반적으로 고타마가 출가하기 전에 누렸던 감각적 쾌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이를 선정(禪定)을 통해서 정신적 쾌락을 얻겠다는 ‘선정주의’로 해석한다. 어느 경우건 도는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승들이 무문관에 들어가 용맹정진 하는 중세 중국의 선불교, 혹은 현대 한국불교의 수행 방법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깨달은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깨달았느냐’라고 물으면 그들은 그 옛날 중국 선사들의 흉내를 내고 답을 회피한다. “크,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강변에 나가 산책이나 할까 해요” 식으로. 그러나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은 이런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깨달은 후 5비구를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달았다. 그러므로 나를 고타마라고 부르지 말고 여래(如來)라고 불러라”라고 했다.
부처님은 칼날 같은 토론의 대가였다. 당대의 회의주의자 산자야는 자신의 제자였던 사리불과 목건련을 부처님에게 뺏긴 후 부처님에게 신청한 토론 대결에서 이렇게 묻는다. “나는 어떤 논리도 세우지 않는다. 이런 나의 논리를 너는 깰 수 있는가” 그러자 부처님은 되묻는다. “당신의 그 말은 논리를 세운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어떤 논리도 세우지 않는다’는 당신의 말과 모순되므로 이미 당신의 논리는 꺾였다. 당신은 논리를 세우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면 서지도 않은 논리를 깰 이유도 없다” 말문이 막힌 산자야는 피를 토하고 죽는다.
부처님은 “브라만이 기도해주면 죄가 씻긴다”라는 당대의 신앙에 대해 “죗값은 누가 대신 받을 수 없다”라고 반론한다. 그는 “호수에서 가라앉고 있는 돌을 향해 ‘떠올라라, 떠올라라’라고 기도한다고 해서 돌이 떠오르겠는가”를 묻고 “사람이 지은 죄는 그 돌보다 더 무거울 것인데, 기도로 그 죄가 사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논증한다. 갠지스 강물에 목욕하면 죄가 씻긴다는 당대의 신화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물고기는 다 성불했겠다”라고 한마디로 잘라버린다.
전정각산에서 순례객들에게 설법을 하고 있는 티벳 스님. 그러나 제자들이나 청중은 지루해 보인다.
부처님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올바르지 않은 자와는 대화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중아함경 ‘대화주제의 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질문을 받으면, 단언적으로 대답해 주어야 하는 경우에 단언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분석적으로 대답해 주어야 하는 경우에 분석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경우에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 주지 못하거나, 질문을 제쳐 두어야 하는 경우에 질문을 제쳐두지 못한다면, 그러한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
부처님은 또한 다음과 같이도 말한다. “질문을 받고는 달리 다른 것으로 답변하고 밖으로 화제를 돌리고 화내고 성내고 실망을 드러내면, 그러한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 “질문을 받고는 공격하고 유린하고 조롱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면, 그러한 사람은 대화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
대화 혹은 토론은 해탈과도 관련이 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행승들이여, 귀를 기울이면, 관심이 있다. 관심이 있다면 하나의 법을 곧바로 알고, 하나의 법을 완전히 알고, 하나의 법을 끊어버리고, 하나의 법을 깨닫는다. 그러면 반드시 해탈을 경험한다. (중략) 집착 없는 마음에 의한 해탈이 대화의 목적이고, 대담의 목적이고, 관심의 목적이고, 귀를 기울임의 목적이다.”
부처님은 신화로 가득한 당시에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한 토론을 주창했고, 그렇게 토론을 통해서 하나의 진리를 깨달으면 반드시 해탈을 경험한다고 했다. 불가(佛家)에서 해탈은 보통 생각을 끊어야 경험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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