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 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 21 영주 포교당 석조 유물들
석조유물 다른 곳서 이운…포교당, 옛 절터에 지어진 것으로 보기 힘들어

 
영주 지역에는 삼국시대부터 고려, 혹은 조선 전기에 이르는 다양한 불교문화유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천여 년 혹은 수백 년을 지키고 있는 석불들을 비롯하여 일부는 타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소백산 자락 남쪽 언저리가 그들의 고향임을 잊지 않고 있다.

 

이번 마지막 답사는 영주 시내에 있는 ‘영주포교당’ 여러 석조 유물들을 만나고자 한다.

 

 

 

 

 

영주포교당은 영주시내 구성공원 동쪽에 자리 잡은 사찰로 1911년 창건(중건)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이 또한 정확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창건 연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영주향토지 등에서는 이곳이 조선시대 ‘향서당(鄕序堂)’이 있었고 근세에 ‘영주면사무소’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영주포교당 인접한 곳에는 조선시대 만든 역대 관리들의 선정비(善政碑)가 다수 전하고 있으며, 경내에는 석등재와 석탑재 등이 남아 있다. 이를 근거로 영주포교당이 과거부터 절이 있었던 곳이라고 전하지만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석조유물은 다른 곳에서 이운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 황수영 박사님이 남긴 1956년도 자료에 따르면, 영주포교당 내 석탑재는 영주시 창진리의 사유지에 있었던 것을 포교당으로 옮겨온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석탑재 만을 언급하고 있어 현재 남아 있는 다른 석조유물의 현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일설에는 영주시 문수면 일원에서 가져왔다고도 한다.

먼저 경내 대웅전 앞에 있는 석탑의 현황을 보면 3기의 탑으로 만든 각종 석조유물이 있다. 이들 석조유물은 석탑과 석등, 그리고 불상대좌의 하대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석탑재는 모두 각각 다른 석탑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작시기도 차이가 있다.

대웅전 중앙의 석탑은 기단을 팔각의 불상 대좌 하대석으로 삼은 4층의 구조이다. 옥계석의 층급 받침은 3~4개로 고려시대의 석탑 부재로 추정되면 2층 몸돌에 감실을 파고 문비를 달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대웅전 좌측의 석탑도 기단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불상 대좌 하대석을 사용했으며, 2층 몸돌에는 문비장식이 조각되어 있다.

 

 

 

 

 

3층 탑신에는 사면에 걸쳐 신장과 천신(天神)의 상이 조각돼 있다. 먼저 남면 투구와 갑옷을 입은 장수(將帥)형 신장이 양손으로 칼을 쥐고 하강하는 구름 위에 서 있다.

 

 

 

 

 

 

서면에는 문비 장식과 함께 구름을 타고 있는 작은 크기의 신장상이 쌍으로 조성되어 있다. 문비장식 앞에 이들 신장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부처님의 사리를 수호하는 임무를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면은 남면과 유사한 형태의 신장상이 쌍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이들은 남면 상에 비해 다소 긴 칼을 쥐고 구름을 타고 있다.

 

 

 

 

동면에는 구름을 타고 삼산관을 쓴 천신이 등장하는데 좌측은 불자(拂子) 혹은 견삭(羂索)을 지물로 갖고 있으며, 우측에는 양손으로 금강저와 같은 모양의 지물을 받들고 있다.

 

 

 

 

 

이 천신과 같은 삼산관 도상은 인근의 흑석사 마애삼존불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불자 혹은 견삭을 지물로 갖고 있는 도상은 부석사 (전)원융국사비의 범천(梵天) 도상에서도 등장한다.

이와 함께 팔각의 하대석 각 면에도 조각이 확인되는데 향로와 꽃이 안상에 조각돼 있거나 여러 송이의 꽃들이 조각돼 있다.

 

 

 

 

대웅전 우측의 석등 부재에는 8면의 화사석 중 4면에 천신 혹은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다. 각 조각상들은 서로 다른 지물을 파지하고 있지만 4면 중 3면에서만 지물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남면의 천신은 불자를 파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범천으로 보이며,동면의 천신은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금강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석천으로 추정된다.

 

 

북면의 천신은 양손을 가슴에 모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경주 석굴암에 있는 천(天)과 같은 도상으로 보인다.

 

 

 

서면의 도상은 앞서 3면의 인물들과는 달리 어린아이와 같이 동그란 얼굴을 하고 있으며, 오른손으로 화염문이 새겨진 보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의주를 들고 있는 용녀(龍女)로 추정된다.

 

 

 

 

특히 이 석등의 상대석으로 사용되고 있는 앙련의 연화대에는 연꽃의 중앙에 좌불(坐佛)이 조각돼 있어 매우 이채롭다.

 

 

 

 

 

이밖에 영주포교당 대웅전 뒤에는 석등부재와 1기의 석탑 기단면석이 남아 있다. 석탑의 기단면석은 잘록한 허리를 가진 팔부신중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는 조각이 남아 있다.

또한 석등 부재로는 화사석 2기, 8각 연화대석 3개와 4각 연화대석 1기, 석탑 부재 2기, 석등 간주석 1기가 있다.

 

 

 

 

포교당에 남아 있는 석조유물의 양상으로 보아 본래부터 현재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 흩어져 있던 것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포교당이 옛 절터에 지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지금까지 21차례에 걸쳐 영주지역 불교문화 유산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직 소개되지 못한 유적과 유물에 대해서는 향후 인연이 닿으면 새롭게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동안 연재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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