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 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 20 영주의 석불들 ②
산중 깊은 곳과 강가 마애불들…강동리 마애불은 연꽃 든 보살입상
영주지역 석불 그 두 번째는 마애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선 연재에서 국보 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불과 보물 제221호 영주시 가흥동 마애불, 보물 제680호 영주 신암리 마애불을 살펴보았다. 이들 마애불들은 모두 7세기 말을 전후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영주지역의 마애불로는 경북문화재자료 제471호 평은면 강동리 마애불과 경북 문화재자료 제223호 두월리 약사여래석불, 경북 문화재자료 제243호 월호리 마애석불좌상, 경북 문화재자료 제504호 휴천동 마애불 등이 있는데 대부분 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마애불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방향이다. 두월리, 월호리, 휴천동, 강동리 마애불은 모두 동쪽이나 서쪽으로 약간 치우친 북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현상은 마애불을 새긴 바위의 방향성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①영주 두월리 약사여래좌상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 내성천변의 야산에 위치한 이 마애불은 높이 2.5m 크기의 바위에 새겨져 있으며 불상의 높이는 1.1m이다.
3중의 원형 두광이 불두를 감싸고 있으며, 통견의 법의를 착용하고 있다. 불상은 상반신만이 조각되어 있는데, 가부좌를 틀었을 하반신은 연화문이 일부 조각된 대좌 속에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왼손에는 둥근 형태의 지물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여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불상 주변으로는 사찰이 존재했을 흔적은 전혀 없는 점으로 보아 민간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영주 두월리 약사여래좌상
②영주 월호리 마애석불좌상
영주시 문수면 월호리에 있는 이 불상은 동산골로 향하는 도로변 야산에 있는 바위에 새겨져 있다. 1.5m 높이의 바위에 95㎝ 크기로 전체적 모습은 다소 살찐 형태이다. 목이 매우 짧게 표현되어 있지만 삼도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오른손은 가슴 부위에 올려 중지와 약지를 굽혀 엄지와 맞닿게 했고, 왼손은 선정인을 취한 듯하지만 마멸이 심해 확인하기 어렵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의 법의는 왼쪽 어깨에서 S자로 흘러 무릎위에서 3단의 옷자락으로 모아졌다.
대좌는 연화대좌일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 있지만 마멸이 매우 심해 실제 조각여부는 불분명하다.
영주 월호리 마애석불좌상
③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
영주에서 안동으로 넘어가는 옛 길인 두무현(杜舞峴)에 위치한 강동리 마애불입상은 높이가 약 4m에 육박하는 대형 마애불이다. 지금은 불두가 사라진 상태로 남아 있지만 조각은 선각과 양각을 모두 사용하여, 경주 남산 상선암 마애불을 보는 듯하다. 불상의 상체는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고, 허리부분 이하는 선각으로 처리하였다.
불두는 본래 별도의 돌로 조각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데 목 부분에 턱의 일부로 추정되는 곡선면이 남아 있어 하나의 바위에 머리를 포함한 불신(佛身) 전체를 조각한 듯하다.
이 불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조각은 손이다. 양손을 가슴께에 올려 왼손 손가락을 살짝 구부린 다음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했고, 오른손은 엄지와 검지 중지를 모아 연꽃줄기를 잡고 있다.
허리께부터 선각 처리된 군의는 위에서 아래로 점점 넓어지는 삼각형 모양으로 여러 겹의 옷자락이 표현되어 있다. 군의 끝자락 가운데에는 발가락만 표현되어 있으며 그 아래는 얕은 연화좌가 남아 있다.
불상의 오른쪽과 왼쪽 바위 면에는 명문 각자와 함께 4개의 감실이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化全行’으로 추정되는 2~3자의 명문이 있지만 명확히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왼쪽 바위 면에는 4개의 사각형 감실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안에 각각 1구씩의 좌불을 조성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감실의 왼쪽 첫 번째에는 항마촉지인을 한 듯한 좌불이 있으며, 두 번째에는 합장인을 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불상의 얼굴에는 눈과 코가 조각되어 있다. 이어 세 번째와 네 번째 감실에는 불상을 조각하기 위해 다듬은 사각과 사다리꼴 형태의 윤곽이 남아 있다.
이 마애불과 관련해서 일부 기독교계에서는 예수의 제자인 ‘도마’의 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꽃을 들고 있는 보살입상임이 명확하다. 또한 감실의 석불형태를 보고 히브리어라는 주장하기도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설에 불과하다. 사진상으로도 분명하게 불상임이 확인된다.
한편 전설에 의하면 이곳의 지명이 ‘왕유(王留)’인데, 이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략으로 피난할 때 안동으로 가기 전에 이곳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 전경
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의 손 모습
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의 발과 법의 및 연화좌 모습
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의 감실 불상 조각.
영주 강동리 마애보살 입상의 각석(刻石)
④영주 휴천동 마애여래 좌상
보물 제221호 영주시 가흥동 마애불이 마주보이는 야산 중턱 바위에 새겨진 이 불상은 높이 78㎝로 비교적 작은 규모이다. 이 불상이 있던 곳은 1961년 대홍수 이전에는 서천이 흐르고 있었지만 이후 이곳을 매립하고 제방을 쌓았다.
불상이 있는 바위로 가는 입구에는 ‘관수대(觀水臺)’라는 명문이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과거 이곳에서 서천 강변을 바라보는 명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불상은 높이 3.8m크기의 바위에 앝은 감실을 파고 그 안에 새겼다. 시무외 여원인을 한 좌상으로 통견의 법의는 옷주름이 매우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주 휴천동 마애여래 좌상 입구의 ‘관천대’ 각석.
영주 휴천동 마애여래 좌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