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17 영주 영전사의 수난기

『삼국유사』‘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조의 현장을 찾아서②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했던가. 1천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욱면이 염불하여 서방정토로 승천했다는 미타사도, 귀진의 욱면의 등천에 감복하여 집을 내놓아 절을 세웠다는 법왕사도, 욱면이 짚신과 몸을 버렸다는 보리사도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아련한 흔적과 몇 줄의 글과 이야기가 전해 온다.

욱면이 주인과 함께 염불했던 미타사는 언제부터인가 ‘영전사(靈田寺)’로 불리게 됐다. 아니, 어쩌면 그 미타사는 따로 어딘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영전사를 그 미타사라고 추정하는 것은 그곳의 지명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서이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유물들로 보아 ‘욱면’ 설화와 같은 시기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더욱 그러하다.

근대의 몇 가지 자료에는 영전사가 669년 의상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 뒤 조선시대에 폐사된 이후 1920년대에 중창을 하였고, 다시 1949년 공비들의 출몰로 인해 절을 현재의 위치인 영주시 풍기읍 동부리로 이전하였다.

현재 동부리 영전사에는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24호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하여 옛 영전사 터에서 옮겨온 다수의 석조유물이 남아 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24호 석조여래입상
2001년 8월 20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324호로 지정된 석조여래 입상은 영전사 폐사이후 오랫동안 땅속에 매몰되어 있다가 1923년 영전마을에 사는 황영석(黃永奭) 씨의 부인 김금강화(金金剛華, 당시 45세)가 현몽을 받아 발굴하여 세상에 다시 출현하였다. 당시의 상황은 ‘영전사 사적비’에 상세히 적혀 있다.

이렇게 다시 세상에 나온 석불은 희방사 주지였던 해운 스님을 비롯하여 지방 유지들이 ‘영전불상고적보존회(靈田佛像古蹟保存會)’를 조직하고 그들의 시주로 용화전(龍華殿) 3칸과 불당 11칸 건축을 시작하여 1925년 음력 9월 15일에 준공하고, 봉불식(奉佛式)을 성대히 거행하였다고 한다. 이후 1949년 소백산지역에 무장공비들의 출현으로 인해 국군전투사령부의 소개령에 따라 풍기읍 동부동에 옮겨왔지만 이안과정에서 광배가 파손되었다.

-.그 밖의 석조 유물
과거 영전사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살필 수 있는 유물이 더 있다. 욱금리 영전사에는 최소한 3구의 석불과 1기의 승탑과 석탑이 각각 있었으며, 상당한 규모의 가람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석조여래입상은 8세기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의 여러 석조유물들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욱금리 영전사 터에는 석탑과 건물의 부재가 산재해 있으며, 곳곳에서 통일신라 때의 와편들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민가가 들어서고 경작지가 개간되는 등 훼손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승탑의 탑신. 8개의 면 중 2곳에는 문비장식이 있으면, 나머지 6면은 범천과 제석천 그리고 사천왕이 조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