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여의봉] 1 - 송구영신1

신중히 최소한 4~5년 준비시간 둬야

서두르지 마세요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선지 여기저기서 창업을 합니다. 그러나 창업이나 투자 실패의 결과는 매우 무섭습니다. 병환, 이혼, 자살, 가족 해체 또는 붕괴 등등 누구나 두려운 결과입니다.

이런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필요합니다. 그걸 수칙이라고 하죠. 우선,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보세요. 그리고 왜 하고 싶은지 보시고 그게 정말 생업에 도움이 되는지도 찬찬히 살펴야 합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경제적인 이익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생활인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 안목에서 비롯되었거나 유행에 휩쓸린 것일 수 있습니다. 잠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눈앞의 유혹은 한쪽으로 보고 한쪽으로 흘려야 합니다. 많은 남자 사람이나 여자 사람이 이걸 못 견디고 시작했다가 금세 망한다고 합니다.

그걸 다 '클리어'해서 아무 문제가 없어 그래도 꼭 하고 싶다면 앞으로 최소 4~5년의 충분한 준비시간을 둬야 합니다. 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면 차라리 시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본의 자영업자는 10% 정도인데 우리는 20%를 훌쩍 넘어선다고 합니다. 동네방네 시골에 가도 커피나 치킨을 파는 '가게'가 즐비합니다.

하지만 창업한 사람들 가운데 10%도 안 되는 사람만 그나마 먹고 살고, 나머지는 모두 폐업하는 불편한 진실을 보셔야 합니다. '나만 예외'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20% 이상의 자영업자는 사회구조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열 집 가운데 두세 집이 장사를 합니다. 나머지 7집이 팔아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선진국, 아니 보다 앞서 잘사는 나라들처럼 10%대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새해 일출을 기다리는 스님

생산노동 가능 인력 10명 가운데 1,2명이 치킨집도 하고 밥집도 하고 옷가게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2,3명이 하면 그만큼을 반으로 나눠야 합니다. 경제도 어려우니 더 나눌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 창업을 합니다. 모두들 소믈리에, 바리스타가 되고 '치맥(치킨과 맥주의 준말)' 붐을 타고 치킨 가게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10%라는 구조적인 틀이 잡힐 때까지는 정말 많은 가게들이 폐업을 할 듯합니다. 못사는 네팔에 가도 한 집 건너 한 집이 구멍가게를 합니다. 어쩌면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30%는 정말 후진적일 수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나라 정책이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변하기 전에 아니 변할 때까지 우리는 먼저 살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치킨게임을 하는 현재의 자영업 창업이나 투자는 자제가 필요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장사를 하려면 풍수적인 '목'을 잘 보고 계속 눈여겨봐야 마땅한 자리가 보입니다. 거기에 창업을 해야 합니다. 물론 창업의 내용 역시 갈고 닦으며 전문가의 코칭도 꾸준히 받아둬야 합니다. 천천히 가야 어려움이 닥쳐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만약 직장에 다닌다면 그만 두지 말고 현직을 유지하세요. 잠시 그만뒀다면 창업보다는 적은 월급이라도 좋으니 최소한의 생계만 된다면 재취업을 권장합니다.

다시 강조합니다만, 구조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자영업 너무 힘듭니다. 일부 성공사례를 보고 창업하고 가족이나 친지들이 투자를 한다면 '그 집은 다 망해 지옥에 한 발을 걸치게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20년 정도 저성장기, 아니 마이너스 성장기가 옵니다. 취업빙하기의 펭귄들은 절대 3D라고 가리지 말고 중소기업에라도 바로 들어가서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작은 NGO 등이라도 우선 취업해서 전천후적으로 업무를 숙지하면서 다음 기회를 봐야 합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분명 일 잘하는 경력자를 필요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디 창업 신중히 하시기 바랍니다.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습니다.

봉은사 전경

유동성 함정

벌써 작년이 된 이야기입니다. 추경을 하고 뭘 해도 우리 경제가 이제 회복의 기미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퍼부어서 경제지표들을 활성화시키려고 해도 아니 쉽게 말해 '돈을 돌고 돌게 하려고' 해도 이젠 그 모든 돈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가서 거품을 만들거나, 서민들까지 돈을 안 써서 다시 은행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걸 전문가들은 유동성의 함정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동네 집값이 또 올랐습니다. 몇 채나 가지고 있는 분들이야 좋겠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을 듯싶습니다. 올해 연내에 폭락조짐이 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우리나라에서도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처럼 1/3까지 폭락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그래도 가격이 안정화되어 실제 수요자들이 편하게 집을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폭락을 하면 우리 이웃이 살고 있는 집들이 모두 깡통 부동산이 될 것 같습니다.

전세 사는 분들도 전세보증금보다 훨씬 싸진 집값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겠죠. 하지만 대출내서 집을 산 집주인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좀 공평해지고 집값도 안정되게 될까요? 주식도 잘 모르지만, 부동산 전문가들마저도 마지막 과열 조짐에 편승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이래저래 서민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올해도 집값 안 떨어지고 고공행진해서 전세 값 올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