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13 소백산 자락의 사찰들5 초암사(草庵寺)
시인 묵객들 시와 기행문 남아 … 오랜 폐허 속에서 1982년 중창으로 오늘에 이르러

 

 

소백산 자락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절들 중 희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상 스님과 관련이 있다. 지난 번 소개한 비로사가 그러하고, 이번에 소개할 초암사 또한 그렇다.

초암사의 창건과 관련한 자료로는 순흥 지역의 향토사 자료인 『재향지(梓鄕誌)』와 『여지도서(輿地圖書)』등이 있지만, 이들 자료들은 사찰의 위치와 창건연기만이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재향지(梓鄕誌)』와 『여지도서(輿地圖書)』에서 밝히고 있는 초암사 관련 내용을 종합해보면 ‘죽계천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상 스님이 부석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초가를 짓고 머물렀다고 하여 절 이름이 초암(草庵)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비로사 창건과 연관된 진정 스님의 창건설도 전하고 있다.

창건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경내에는 고려시대의 부도 2기와 통일신라 석탑 1기가 남아 있다.

『재향지(梓鄕誌)』에 소개된 초암사는 이 절보다 산내 암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언급된 산내 암자를 보면 철암(哲庵), 명경암(明鏡庵), 석륜암(石崙庵), 중백운암(中白雲庵), 상백운암(上白雲庵), 상가타암(上伽陀庵), 중가타암(中伽陀庵), 하가타암(下伽陀庵), 관음굴(觀音窟) 등이 열거돼 있다. 또한 초암사는 죽계구곡(竹溪九曲)의 상류에 있어 예부터 많은 이들이 명승으로 찾은 곳이다.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초암사 극락보전.

 

죽계구곡의 2번째 청운대. 초암사 바로 앞에 있는 거대한 바위 반석으로 백운대로 불리기도 했다.

 

초암사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남긴 시와 기행문을 통해서 그 단편이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1549년 소백산을 오른 퇴계 이황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을 비롯하여 17세기까지의 자료에서는 초암사의 사세가 어느 정도는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찰사료(朝鮮寺刹史料)』(조선총독부)에 실린 ‘초암사 법당단청기’에 따르면 1740년 극락보전의 단청과 삼존불 개금불사가 있었음을 밝히고, 이때 강원도 출신의 정학(正學) 스님이 화주가 되어 불사를 주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774년 권사부(權思溥)의 「소백유산기(小白遊山記)」등 18세기 이후의 자료들에서는 절이 황폐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유산기에서는 그 원인을 ‘관청의 세금이 너무 번거롭고 무거웠다’고 하고 당시 초암사에 거주하고 있는 승려가 10여 명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 1843년에 작성된 ‘완허당 학첨대사 영세국망기(玩虛堂學添大師永世國忘記)’를 보면, 영주관내 부석사를 비롯하여, 초암사, 중대사, 성혈사, 유석사, 희방사에 매년 봄가을로 납부해야 될 공역(公役)이 10여 가지에 이르러 그 고단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후 일제강점기 즈음에는 거의 폐사가 되었던 것을 1930년대에 이르러 김상호(金祥鎬) 씨와 지역 주민들의 후원으로 중창을 하였으나, 이 또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모두 불에 타고 말았다.

이후 오랜 기간 폐허 속에서도 간간히 이곳을 기도 수행처로 삼아 정진하는 이들이 있어 향촉(香燭)을 이어오다가 1982년 비구니 보원(寶元) 스님이 중창을 시작하여 대적광전을 비롯한 전각과 요사채 등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초암사 경내에 있는 삼성각 입구에는 특이하게도 돌로 만든 개[犬]가 있는데, 이는 과거 초암사에 불전함을 노리는 도둑이 많아 이를 막고자 조성하였다고 한다.

 

 

 

 

초암사의 옛 모습은 『조선고적도보』등 일제강점기 사진 자료를 통해 희미하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초암사 귀중품 대장을 보면 1.5m 크기의 목조 관음보살상과 신중탱, 산신탱 등이 있었으며, 경내에는 앞서 언급한 부도 2기와 삼층석탑 1기가 있었다.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로는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128호와 129호 부도는 모두 고려시대 제작된 것으로, 어느 스님의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두 부도는 경내에 있었지만 최근 절 입구에 새로 조성한 일주문 근방으로 이전되었다.

그 중 경북도유형 제128호는 1934년경 도굴된 것으로 앞서 언급한 귀중품 대장에 기록돼 있다. 도굴되었던 이 부도들은 한동안 정상적인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각 부재들이 뒤섞인 채 전래되었다.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도굴전의 부도 모습

 

 

또한 이 부도들은 현재 경내에 남아 있는 초암사 삼층석탑(경북유형문화재 126)과 함께 있었는데, 탑을 가운데 두고 부도가 좌우에 각각 1기씩 배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석탑과 부도의 배치가 본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인지 명확히 알 수가 없지만 탑과 부도가 함께 봉안된 사례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초암사는 한국전쟁 이후 폐사 지경에 이르렀다가 1980년대부터 중창이 이루어져 과거의 옛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절 입구에 남아 있는 석축을 보아 소백산 자락의 몇 안 되는 사찰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있었던 사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암사의 성보문화재와 관련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쟁 중 하나가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의 출토지 문제다.

 

 

 

 

이에 대해 『영주시사(榮州市史)』(2010년) 등에는 한일합방 직후 영주경찰서장으로 와 있던 일본인이 초암사에 있던 이 불상을 훔쳐내었고, 이것을 1912년 일본인 후지카미 사다스케(淵上貞助)가 입수하여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에 기증, 1916년 총독부 박물관으로 이관(移管)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자료대로 금동미륵보살 반가상이 초암사에 있었던 것일까? 현재로서는 가부(可否)에 대해 그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