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12 소백산 자락의 사찰들4 비로사② 

다양한 석조 문화재의 보고 … 영주 삼가동 석조당간지주 등 다수의 유물 남아

 

가끔은 그 사찰에 국보가 몇 개, 보물이 몇 개, 지방유형문화재가 몇 개 있느냐에 따라 사격(寺格)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러한 문화재가 많다는 것은 그 역사와 절의 규모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백산 자락의 비로사에는 보물 제996호인 석조아미타불좌상 및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호인 진공대사 보법탑비(眞空大師普法塔碑)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7호인 영주 삼가동 석조당간지주 등의 유물이 남아 있다.

이외에도 경내에는 과거 비로사의 영화를 말해주는 다양한 석조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 고려 태조 22년(939) 세워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호 진공대사 보법탑비는 비석 외에 대사의 사리를 모신 승탑도 있었으나 지금은 이를 복제한 것이 남아 있다.

비로사에 남아 있는 석조유물들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인 내용을 가급적 삼가고 특이한 현상이나 문양 등을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유물 설명에 앞서 일제 강점기에 작성된 ‘비로사 귀중품 대장’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로사도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에는 경북 문경 금룡사의 말사로 당시 비로사 경내에는 석조비로자나불 2구, 영산회상도, 지장탱, 산신탱, 독성탱, 진공대사 비와 부도, 화엄경 42권, 법화경 5권, 작은 종 1, 5층 석탑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최근 비로사의 유물을 조사한 《한국의 사찰문화재》경상북도Ⅱ-2를 살펴보면 석조아미타, 석조비로자나,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하여 1832년 제작된 아미타회상도가 적광전 안에 봉안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석조비로자나불은 일제 강점기 귀중품 대장에는 2구로 등장하는데, 이는 함께 봉안된 석조아미타불을 또 다른 비로자나불로 오인하여 기록한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이 든다.

이와 관련해서는 1987년 간행된 《영주·영풍향토지》(송지향 편저)에서 ‘노사나불’로도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영산회상도도 마찬가지로 현재 남아 있는 아미타회상도의 오기(誤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울러 1980년대까지 비로사에는 후불목각탱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비로사 귀중품 대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가 없다.

 

1)보물 제996호 석조아미타불좌상 및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적광전 안의 석불과 관련된 석조유물들이 경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이 중 석조 광배는 본래 적광전 안에 있는 석불들의 광배로 비록 깨진 상태로 흩어져 있지만 조각 솜씨도 우수하고 눈여겨 볼만한 도상들이 많이 있다. 또한 적광전 앞마당에는 이들 석불의 대좌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석조 유물들이 석탑을 이루고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석불들의 광배들을 살펴보면 다른 석불들의 광배와는 다른 특이점도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광배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에도 화려한 구름과 꽃문양이 표현돼 있다. 또한 광배의 앞면이나 뒷면의 표면 처리가 매우 섬세하게 돼 있어 마치 방금 돌을 다듬은 듯하다.

광배 앞면의 도상 중 원형의 꽃문양 안에 보살상을 배치한 예인데, 이러한 도상은 일본 후도인(不動院) 소장 고려불화인 ‘비로자나불도(관세음보살도로 추정)’와도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남아 있는 광배의 상태로 보아 비로사 경내에는 적광전에 봉안된 아미타불과 비로자나불과 더불어 모두 3구의 불상이 동일한 법당 안에 봉안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통일신라 때 부석사와 소백산과 태백산 일대를 중심으로 삼신불(三身佛) 혹은 삼불(三佛)도상을 봉안한 금당이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로사 적광전에 봉안된 보물 제996호 석조아미타불좌상 및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조광배에 조각된 보살상.

 

 

석조 광배 뒷면도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 꽃과 구름 문양을 조각하였다.

 

2)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호 진공대사비
비로사 중창조인 진공대사(855~937)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려 태조의 명에 의해 939년에 세워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호 진공대사비’는 비석의 머릿돌인 이수(螭首)와 글이 새겨진 비신(碑身) 그리고 이를 받치고 있는 귀부(龜趺)로 구성되어 있다.

이 비석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귀부에 새겨진 문양들이다. 지금은 조계종의 종단문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삼보륜(三寶輪)’, 즉 ‘원이삼점(圓伊三點: 실담문자 ‘∴’(영문발음 i))’ 문양이 확인된다. 이 문양은 거북모양의 몸통 정면인 즉 거북의 좌우측 어깨 부분에서 확인되는데, 이 문양은 선종(禪宗)의 표시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진공대사는 가야산에서 선융화상(善融和尙)을 은사로 득도한 이후 스승의 영에 따라 진전사(陳田寺)로 가, 도의국사의 유허(遺墟)를 답사하며 그 영탑에 예배하고 스님의 진영(眞影)을 추모하여 영원히 제자가 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이후 대사는 소백산 자락 비로사를 중심으로 선지를 널리 펼쳤다는 점에서 비에 나타난 원이삼점 문양은 매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 비석의 비문에는 신라를 ‘청구(靑丘)’라고 표현한 첫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다.

 

 

 

 

3)사라진 진공대사 보법탑과 비로사 동봉 승탑
진공대사 보법탑과 동봉 승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두 승탑의 명칭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일부 자료에서는 동봉 승탑을 진공대사의 승탑으로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뭔가 착오가 있는 듯하다.

1987년 송지향이 펴낸 『영주·영풍향토지』를 비롯하여 지역에서 발간된 향토사 자료에는 동봉 승탑을 진공대사 승탑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조선고적도보』에는 진공대사 승탑과 동봉 승탑을 별개로 언급하고 관련 사진을 실었다.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사진을 살펴보면 진공대사 승탑은 방형(方形)의 기단 위에 2매로 구성된 탑신이 올려 있고 그 위에 옥개석으로 보이는 석재가 올리어져 있다. 사진 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석재에 조각된 문양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 탑재는 현재 비로사 경내 곳곳에 남아 있는 석재들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진공대사 승탑은 한국전쟁 당시 비로사가 소실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훼손되어 일부 부재들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봉승탑은 진공대사와는 연관이 없고, 고려 초 비로사에 주석했던 어느 스님의 승탑일 가능성이 크다.

동봉승탑은 본래 비로사 동쪽 산등성이 넘어 골짜기에 있었던 것을 1983년 경내로 옮겨왔으나 이후 도난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승탑은 팔각원당형으로 하대석은 복련을 두르고 그 모서리마다 귀꽃이 장식되어 있다. 중대석에는 각 면마다 사자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상대석은 이중의 앙련이 새겨져 있다. 사리장치가 있었을 탑신에 문비(門扉)장식과 더불어 신장상들이 배치되어 있다. 끝으로 옥개석과 상륜의 보개에는 각 모서리마다 귀꽃이 조각돼 있다.

동봉 승탑의 경우 관련 자료가 남아 있어 설령 국외로 반출되었다고 해도 환수해 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부디 국내에 남아 있다면 잘 보존되어 다시금 비로사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4)이외의 성보문화재
비로사 경내에는 앞서 언급한 것 외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7호 영주 삼가동 석조당간지주를 비롯하여 다수의 유물이 남아 있다.

비로사 당간지주는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기 전 좌측의 편평한 대지에 우뚝 솟아 있으며, 높이는 4.2m로 통일신라시대 제작되었다.

경내 적광전 앞에는 석불 대좌와 중대석 등을 쌓아 올린 석탑 1기가 있다. 현재 탑의 기단은 석불의 하대석이며 중간 탑신은 석탑과 부도, 석불대좌 중대석 등을 이용하여 채웠다.

그러나 이 탑에서 실제 석탑의 옥계석과 탑신이 있는 점으로 미뤄, 과거 경내에 3층 혹은 그 이상의 층수를 가진 석탑이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경내 범종각과 진공대사탑비 사이에 석등재와 『조선고적도보』에서 확인된 진공대사 보법탑에 사용되었던 석재들이 남아 있다.

최근 필자가 비로사를 방문했을 당시 머리를 결실된 작은 석불 1구를 확인한 바 있다. 이 석불은 높이 35㎝, 폭 50㎝로 수인은 미타정인을 하고 있다. 이 석불의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인근 산내 암자에 봉안되었던 불상으로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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