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법사 수행기 Ⅲ] 4- 수행기⓷ 수행
긴장 완화 읊조리다 어느 세월에 도과에 이르겠냐구요?

 

목 차

 

一. 머릿글
二. 미얀마의 변화
   1. 정치/ 2. 경제/ 3. 문화/ 4. 교통/ 5. 통신/ 6. 기타
三. 수행기
   1. 미하시 선원의 변화/ 2. 수행시간표/ 3. 수행/ 4. 와선/ 5. 삼파자나/ 6. 4여의족/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8. 수행소고 (가. 마하시의 분원/ 나. 탁발 기행/ 다. 선지식 친견 / 라. 큰스님의 열반)
四. 맺는 글

3. 수행

처음 일과표와 통제사항을 듣는 이는 시쳇말로 조금 빡세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러나 한국의 무문관 수행에 비하면 천국의 여건입니다. 아침의 03시대의 첫 명상은 며칠간 비몽사몽의 시간입니다. 혼침 속에서 어떻게 한 시간이 지났는지 잘 모르나 차차 그 시간에 적응되어 사띠(sati)가 강화되다 보면 혼침 아닌 사마디(sammadhi)가 형성 유지되어 갑니다.
 
이곳의 가르침은 ‘only mahasi Sayadow’의 테크닉 일변도입니다. 우 자틸라 사야도의 법문집 내용이나 인터뷰시의 가르침의 내용들이 ‘only rising falling-배의 일어나고 사라짐-’뿐입니다. ‘Anapana sati(들숨날숨 알아차림-안반수의)’로 많이 굳어진 나의 수행습관을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바꾸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대로입니다. 앉자마자 합장 3배로 서원을 세웁니다.

“몸도 마음도 사라진 고요가 빨리 오고, 자주 오고 길게 오기를” 몸의 터치 포인트(touch point), 접촉 감각들이 감지할 수 없이 사라지며 호흡까지 지극히 미세하다 멈추며 “일어남, 사라짐”도 감지할 수 없는 몸과 호흡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로지 지극한 고요만 알고 있는 의식만이 있음을 아는 마음인 “앎, 앎, 앎”만이 계속 되는 바, 이와 같은 “앎, 앎, 앎”이 빨리 오고 자주 오고 길게 오기를 고오따마 붓다시여 가피내려 주시기를 서원하며 앉게 됩니다.

이와 같은 서원의 뒤 안에는 번뇌 망상의 흔적은 없이 순일한 사띠(sati)와 사마디(sammadhi)의 지속이 1시간동안 지속되면 출정도 잊은 채 깊이 들다 출정할 때 그 의도까지 사띠(sati)하며 눈을 살며시 뜰 때에는 눈물이 이는 감사와 피티(pitti)가 밀려옵니다. 이러한 즐거움과 충만한 행복감 때문에 명상수행에 심취해 감을 전제하며 여기까지 이르고 여기에 머뭄 없이 ‘니빠나’를 향해 가는 과정을 밝히고자 합니다.

메디테이션의 1시간을 알리는 벨[medi bell]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그 벨이 두 번, 세 번 울릴 때까지 앉았다가 출정할 때는 위에 적은 마음은 이와 같이 나를 보호해주시고 가피주신 붓다와 천신들께 감사드리고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다싸”의 3차 예경과 3배의 예를 올립니다. 초짜일 때는 원만성취에 들떠 “이제 수행이 끝났다”라고 쾌재를 불렀으나 이어 수행은 지속되는 것입니다.

경행의 의도에 이어 일어 설려는 의도, 일어나 경직된 몸의 이완을 위한 “왼발, 오른발”의 경행이 시작됩니다. 왼발 오른발의 두 스텝에 이어 “들어-놓음”, “들어-나아감-놓음” 등 6박자까지 하게 되면 10여 미터(m)인 명상홀에 마련된 경행코스를 30~40분, 때로는 1시간을 그야말로 중병환자의 몸놀림으로 그 거리를 5~6바퀴 경행하다보면 그 같은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대로 유지된 sammadhi의 상태에서 명상하겠다는 의도와 행위동작을 sati하며 다시 좌복에 앉아 전술한 내용의 순차대로 명상[sitting meditation]이 시작됩니다. 2-3차례 수행하다 보면 시간이 아쉬울 정도 짧습니다.
 
한국에서 나의 수행은 궤를 달리한 도그마(dogma)가 컸습니다. 32년차 당뇨병과의 투병으로 혈당을 낮추기 위한 칼로리 소모의 극대화를 위하여 10여 년간을 명상이 끝나면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6,000보, 8,000보, 10,000보의 경행(?)을 시행했더랬습니다. 물론 sati를 가지고 여법하게 한다고 무던히도 떠들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걷기운동”이었습니다. 역시 좌선도 “들숨, 날숨”으로 입정하여 호흡이 순조로워지면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보면서 sammadhi를 얻었다 출정하던 오랜 습이 바뀌면서 이곳에 온지 21만에 순수 위빠사나만으로 위의 수승한 체험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본인으로부터 수행법을 익히신 분들께 우 짜틸라 사야도의 법문집과 이쪽의 수행법을 전하리라!’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수행은 동물탐험이나 정글탐험과 같은 것. 좋은 가이드가 없으면 궁극의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동굴이나 정글에서 미아가 되듯이…그래서 붓다께서도 아난다의 질문에 “좋은 스승과 좋은 도반은 수행의 완성이다.”라고 설하신 뜻을 새삼 알았습니다.
 
이 같은 좌선, 경행의 수행을 일과표대로 매 1시간씩 하게 되면 좌선 10회 경행으로 하루일과가 마감되고 취침 시에는 덤으로 와선까지 하게 됩니다. 밥 먹고 잠자고 나면 할 일이라 이것밖에 없지 않은가….
 
인터뷰, 담마토크, 청소가 있는 날에 1~2회 빠질 수도 있고 혹 외출을 한 날은 명상수행에만 그야말로 용맹정진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집중 수행처에 오면 평소에 하던 자기만의 수행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그간의 나름대로 수행기법들을 모두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그곳의 가르침대로 수행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러기를 강조하고 강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몇 군데 수행처들은 그 같음이 없고 대략 자율성을 인정하고 맙니다. 더욱이 인터뷰에 있어서는 체험위주의 문답이 아닌 황당하리만치 교리의 문답과 이론에 치우칩니다. 수행 중 체험사항의 점검인터뷰는 한두 스님에게서만 보았고 집중수행이라는 모임에 가 봐도 수행의 테크닉을 세워 리드하지 않고 각자 나름의 수행법대로 앉혀 놓기만 하며 나름대로 알음알이를 펼치는데 급급하여 수행자들이 깊은 증과를 체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에 이곳에서의 집중수행 중에는 오로지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대로만 자나깨나 놓지 않고 수행토록 하는 지도에 따라 얻어진 결과는 지금까지의 수행의 도정에서 가장 수승함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가진 모든 모임들, 대승권이나 테라와다 불문하고 수행기법의 전제와 연마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설자(說者)의 알음알이 전달에 그침을 이 글을 읽는 이 모두가 경험하였으리라!

본인이 일천한 동안 일천한 체험을 가지고 수행지도를 하면서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수행이라는 이름하에 모이신 불자님들은 “너무 고파서”오시는 분들입니다. 어느 쪽이 고픈가? “배가 고파”오시는 분들은 없습니다. 의외로 “머리가 고파”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엇인가 이론적인 알음알이를 머릿속에 채우고자 하는 분들 말입니다. 진짜 붓다께서 설파하신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고집멸도의 사성제에 “마음이 지극히 고파”서 오시는 분들은 대다수로 보나 그런 분들께 머리를 채우라고 유도해서 되겠습니까? 진짜는 괴로움을 여의는 실참 수행을 지도하고 앉히셔야죠! 그래서 스리랑카의 케마 비쿠가 “1온즈의 실참이 1톤의 알음알이를 능가한다”라고 하신 말씀, 이 경구는 실참 수행의 중요성을 각 경전마다 율장이나 논장에서도 강조하신 붓다의 고구정령한 가르침을 이같이 간결한 한 문구에 담았습니다.

이 말씀의 내용을 저울에 달아볼까요? 1온즈는 28.35g이고, 1톤은 1,000,000g입니다. 즉 28.35g의 명상수행의 실참이 1,000,000g의 알음알이-이론을 뛰어넘는 공덕이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의 말씀입니다. 도식으로는 28.35g>1,000,000g이라는 수학적 공식을 역으로 합니다. 대략 공부 많이 하셨다고 칭송받으시고 또 알음알이를 능변으로 설파하신 분들! 죄송합니다만 그분들에게서 수행의 깊이를 보질 못했습니다. 자기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하라면 못 합니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한 줄도 모르고 심지어 자기도 못 알아먹는 말을 우리더러 들어 새기라는 얘기를 합니다. 소위 현학이라 하지요, 많이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진리란 보편타당성의 것인데 어려운 말로 포장, 확대시키시는 이들입니다. 진리와는 천리나 만리로 멀어지는 얘기라는 뜻이죠.

수행을 하다보면 그 방법 ‘대상, 입정, 머묾, 출정’의 과정이 초짜일 때는 때마다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획일적으로 익힘은 집중수행의 노력으로 얻어진 증과로 그게 몸에 배게 될 때 수행은 수승해지는 것! 그렇다고 집중수행자들의 그룹에서 처지지 않기 위해서 더욱이 앞서가기 위해서 괜시리 힘주고 용쓰면 앉을 때 꼭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니 긴장의 연속에서 오는 상기라는 병입니다. 그 또한 무서운 병입니다. 이러한 환자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곁에서 보기에 그 용맹정진에 탄성을 보냅니다. “참 대단해!”라고. 심지어 잠도 자질 않고 최소의 음식으로 버티며 온종일 앉아 계시는 분들도 가끔 뵙습니다.

그런데 수행에 있어 중도는 “긴장과 완화의 조율”이여야 합니다. 너무 긴장하면 병이 되고 너무 이완을 가지면 산만해 수행과 멀어집니다. 몸에는 몸에 적용되는 몸의 법칙이 있습니다. 잘 먹여주고 잘 재워주고 잘 치료하고 잘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몸(rupa)안에 마음(nama)이 깃들어 있는 것. 내 어릴 적 명구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몸”이라는 상호보완적인 메커니즘을 잊어선 안 됩니다. 다시 말해 몸의 혹사는 때로 마음까지도 피폐하게 만듭니다.

긴장, 완화 읊조리다 용맹정진을 놓쳐 어느 세월에 도과에 이르겠냐구요? 물론 이와 같은 긴장과 완화도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몸에 배이게 수행이 다듬어지고 더 높은 지혜에 이르기 위해서는 절대로 용맹정진이 필요하여 자연스럽게 용맹정진의 진행이 있게 됩니다.

“긴장, 완화, 용맹정진”의 3박자 운영이 자재할 수 있어야 됨을 익혔습니다. 본인의 경험입니다. 온 몸에 파스와 물파스를 바르고 옆에서 들리는 끙끙 신음소리를 내며 앉아계신 분들을 보고 “힘 빼시오! 이완을 가지시오!” 조언하면 자기의 용맹정진에 방해를 받은 양 씨알도 안 먹히다가 몸의 한계점을 인식하고는 차츰 충고대로 “긴장과 완화”로 바꿔 감에 따라 수행력도 증진되어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을 보았고 본인도 마찬가지로 처음 며칠을 결가부좌로 두세 시간씩 연속 이틀을 시행하며 심한 몸살기를 느끼며 과감하게(?) 한두 시간 선원 주변까지 구경 다니며 이완시키고 오면 확실히 집중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며 수행해 왔습니다. 위의 힘쓰고 용쓰며 앉으신 분들도 처음에 나의 행위에 의아해하다가 서서히 따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