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74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가요?

인생은 그냥 한 편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많은 사람과 조직, 그리고 이야기들…….
다 다른 듯하다.

하지만 작은 냇가들이 바다에서 만나듯이 돌아갈 곳은 하나일 수 있다.
말라서 증발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해서 언젠가 결국 바다로 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원수는 외다리 나무에서 만난다는 말도 일면 그런 의미에서 진리에 가깝다.
결국 모든 인과관계는 물이 바다로 가듯 결국 하나로 모여진다면 잘못일까?

우리의 전체 인생 이야기를 우린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 남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야박하게 평가를 해도, 그게 나 자신의 대한 평가보다 좋다면 난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고 있는 것일까?

소나기도 한때라고 한다.
부침이 있어도 파도가 치듯이 패턴은 지속되고 잠시 폭풍을 동반하기도 하고 또 잠잠해지기도 할 따름이다.
모두 다 한 편의 이야기의 구성요소들이고 기승전결의 일부일 따름이다.

문제는 1장이 끝나도, 아니 1막이 끝나도 몇 막 몇 장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인생이라는 것이다.
몇 막 몇 장……. 결국 인생은 막장 드라마인가?

인생은 어차피 지루하게, 고통스럽게 지속될 지긋지긋한 드라마이다.
우리는 다만 그 인생 속에서 한 순간 한 순간이라도 행복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런 행복은 나만을 위할 때는 오지 않는다.
적어도 나뿐이 아니라 우리가 있어야 된다.

왜냐하면 그래야 비로소 사람은 외로움의 고통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하늘목장의 전경들

백 년의 고독, 천 년의 고독에서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나만이 아닌, 연결된 주변의 우리와 하나가 되었을 때가 아닐까?

그럼 원수는 뭘까? 그들은 우리가 아닐까? 부처님은 원수조차도 품는 '자비'를 가르친다.
모든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이며 그 안에는 수많은 '악역'들이 있다.

이런 딜레마 같은 인생 막장 드라마에서 슬기롭게 조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치신 분 가운데 한 분이 석가모니부처님인 듯하다.
그 원수 자리에 이 사람 저 사람 넣어보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본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하늘목장의 전경들

위선자

우린 위선자다.
우린 정말 대단한 위선자다.
때로는 위선도 조금 하고, 그것이 선행이 되는 때도 있는 듯하다.
보란 듯이 선행을 하면서 요즘은 점점 뽐을 내지 않게 되는 듯하다.
언젠가부터 선행이라는 시비분별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위선자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듯싶다.

하지만 위선의 '위'에 해당하는 한자가 조금 달라진 듯하다.
거짓이라는 '僞'에서 인위적 의미를 가진 부수 '人'을 빼니 위할 ‘爲’가 되었다.
인공적이고 억지스러운 위선에서 자연스러운 위선으로 이렇게 변화하는 것도 새삼 '아재개그'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좀 착해지고 싶은가 보다.

우리는 외로움을 달래며 선행으로 채우고 그로 인해 칭찬이나 바라는 나약한 위선자다.
어쩌면 여전히 거짓스러운 위선자이기도 하다.
오늘의 위선을 참회하며 하루를 마친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하늘목장의 전경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가요?

길 가다가 사람을 만난다.
어딘가에서조차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정말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같다.
그런데 정말 지나치다가 옷깃만 스쳤다면 이것도 인연인가?

맞다.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옷깃만 스치는 인연일 따름이다.
거창한 인연 마케팅에 속은 것일 따름이다.

다만 그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좋은 점도 있다.
그래야 인연을 더 소중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뜻의 반어법인가 보다.
오늘 하루 우리를 있게 한 부모님과 또 우리가 있게 한 자녀들도 잊지 말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