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73 – 친구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사람을 만난다.
만나기 전부터 따스하게 바라본다.
다가가서 손을 잡고 기뻐 미소 짓는다.
반가워서 서로 껴안아 보고
낯빛이 좋지 않으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냐고 물어본다.
도와줄 수 없어도 끝까지 들어주며
그렇게 아픔을 나누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래, 우린 친구다.
삼청동 꼬꼬매니아에 진열된 닭들(사진=하도겸)
약속해 놓고 안 지키는 사람
약속을 하는 사람들의 받아들임과 이해가 서로 다르다.
일정을 정해 놓고 혹시 못 오게 되면 연락이라도 와야 할 텐데,
어떤 때는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고
어떤 때는 한 곳에서도 안 올 때도 더러 있다.
많이 오면 적게 만나서 좋고
적게 오면 많이 만나서 좋다.
여하튼 연락이 올수록
혼자서의 ‘신독(愼獨)’을 즐겨야겠다.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도 남는다.
외로움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가깝다.
그걸 느끼라고 하는 ‘섭리’와 ‘숙명’을 아직 모르는 게 무지고 무명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탓이며 나의 죄업이기도 하다.
항상 흐르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약속은 무엇일까?
삼청동 꼬꼬매니아에 진열된 닭들(사진=하도겸)
만성고산병이라는 꾀병에 걸린 사회
고산병이란 어쩌면 한 발씩 착실하게 낮은 곳에서부터 직접 걸어가지 않으면 걸리는 병인 듯하다. 누구나 걸리지만 누구나 안 걸릴 수도 있다. 조금씩 고산병이 다가올 때 인내하며 적응하도록 노력하면 극복되기도 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럿이 함께 가야하는 단체 여행 시 이 병이 심하게 왔는데도 남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해서 그냥 참아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혼자 참다 보면 그냥 저절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 안 하면 더욱 안 된다. 정말 큰 병이 되어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단체 일정도 끝장나고 여행의 의의도 사라진다. 함께 한 모든 사람이 세상의 지탄을 받으며 도덕적인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고산병 걸려서 아프거나 죽거나 하는 사람이 적어진 듯하다.
거꾸로 조금만 힘들어도 고산병을 핑계 삼아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산행에서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도 힘들면 조금도 안 참고 너무 아프다며 절규하는 사람들만 많아졌다. 이들은 정말 고산병에 걸린 걸까? 아니, 정말 아프기는 한 걸까? 좀 참으면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삼청동 꼬꼬매니아에 진열된 닭들(사진=하도겸)
야간등행
산은 그냥 명사화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니다.
산에는 개천도 흐르고 다람쥐도 있고 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있다.
산은 생태이고 환경이며 생명이다.
서울에 있는 산들은 불쌍하다.
남산을 비롯해서 도무지 모두들 잠을 잘 수가 없다.
온통 네온사인 등의 밝은 빛으로 인해 산은 불야성이 되어 부득이 노이로제에 걸려간다.
산도 푹 잘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좋은 분들이 좋은 뜻으로 밤에 산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밤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숲속의 친구들은 불편할 듯싶다.
낮에도 제대로 편히 쉬지 못한 그들에게서 우리는 밤도 뺏고 있다.
어쩌면 야행동물들에게는 밤은 낮일 수도 있다.
산 주변이나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밤에는 불을 꼭 다 끄고 주무시기를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밤에는 산이나 숲에 가지 말아 주면 좋겠다.
우리가 쉬고 싶듯이 숲도 숲의 친구들도 쉬게 해 주자.
저와 한 번이라도 탑돌이를 함께 한 적이 있나요?
산에서 전생의 도반을 만났다.
낮에 처음 스쳐 지났다.
계속 함께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아쉬움은 다시 오고 싶은 설렘과 기대로 바꿨다.
우연을 핑계로 밤에 다시 만난다.
꺼져 있어야 할 산장의 불은 이미 칠흑 같은 무명을 밝혔다.
10도를 밑도는 가을바람에 들고 다니는 노차(老茶)를 서슴없이 우통수 물에 푼다.
깊어만 가는 어둠과 적막 속에서 침묵을 탐닉하듯이, 우리들의 말도 하나둘씩 섞인다.
회자정리라 둘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둘로 나뉘어 헤어진다.
사찰의 긴 밤은 그렇게 익어만 갔다.
우리들은 언젠가 그 먼 옛날 9층탑을 함께 탑돌이 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