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69 – 유치한 악동일기

유치를 위하여

한 도반이 우리에게 글은 도인처럼 쓰면서 행동은 매우 유치하다고 한다.
한 도반은 보면 볼수록 우리들이 악동 같다고 한다.
다만 나름 순수한 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결국 우리의 공통점은 유치하다는 데 있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어리게 살고 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어느덧 다 큰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직장에 가면 거의 대부분이 어른이다.
실적, 성과, 보너스, 그리고 승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로지 하는 것은 불편하다.

십여 년 사귀어 온 동기들이 승진을 앞두고 철천지원수도 된다.
그동안 알았던 사적인 비밀들이 폭로되고
둘은 언제 친한 적이 있었냐는 듯 길거리에서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소중한 인생을 치킨게임 같은 약육강식의 장에 곤두박질쳐 둔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본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
있기나 하나?

감성문화공간 연(구 오대산장) 사진=하도겸.

 
마음은 좀 더 편하기 위해 그냥 나를 바라만 본다.

누가 잘해주면 더 잘해주는 것으로 갚는다. 반드시 유치하게 감사한다고 떠들기도 한다.
누가 괴롭히면 더 괴롭히는 것으로 갚는다. 반드시 유치하게 복수했다고 떠들기도 한다.

웬일인지 세상적으로 좀 더 성숙한 어른들은 ‘유치’한 방법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하면 ‘유치’하게 아니 더 유치하게 갚을지 오직 그것만 고려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기발하다 못해 ‘황당한’ 방법을 찾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짓마다 그렇게 유치찬란하나 보다.

이젠 무슨 일을 해도 고개를 저을 만큼 유치하지만,
그래도 우린 그만큼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어쩌면 그만큼 행복해진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하면서 사는 게 유치하다고 해도
우린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

우리 마음에 앙금이나 잔뇨감을 남기지 않고
그냥 바로 지금 당장 여기서 다 털어버리면서 살겠다.

정말 유치하지만 그게 업장소멸의 방법은 아닐까?
다행히 실제로는 생각한 것보다는 의외로 덜 유치하다.
감사할 일도 보복할 일도 없어진다.

오늘도
누가 괴롭히면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에게 가서 괴롭힌 것에 대해 읍소하고
누가 도와주면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에게 가서 도와준 것에 대해 칭찬한다.
다만 점점 강도가 낮아진다.
이렇게 늙어가나 보다.

감성문화공간 연(구 오대산장) 사진=하도겸.

페이스북에서의 악동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되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페친이 되어준 것도 감사한데 항상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까지 달아준 분께 더욱 감사드려야 할 듯하다.
댓글을 통해서 다양한 말로 격려의 뜻을 전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전 그게 그다지 감사하지 않는다.

정말 제 글이 고맙다면, 클릭 한 번의 좋아요나 칭찬하는 댓글보다는 제 뜻을 따라주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댓글까지 다는 모든 분들께 메신저를 통해서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는 NGO 나마스떼코리아에 대한 기부를 요청했다.
그렇게 고맙다고 했던 여러 명이 짜증을 내고 화를 냈고 어떤 분들은 조용히 페친을 끊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지만 몇 분의 페친들이 기부를 약속하고 의뢰해 왔다.

악동에게는 이런 일이 즐겁다.

페친을 정리하고 옥석을 가린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적지만 진정한 도반이 될 수 있는 페친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누구나 잘한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실천을 하는지가 항상 궁금할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칭찬의 댓글까지 달며 고맙다고 했던 이들이 바로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며 떠났다.

‘당신’은 정말 누군가의 글을 사랑하고 있는가?
누군가의 글을 정말 좋아한 적이 있는가?
너무나 흔해서 질려버릴 수도 있는 인스턴트 사랑이나 우정은 원치 않는다.
악동은 앞으로도 계속 페친에게 도반이 되기를 권유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자극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악동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

항상 공이 오면 가볍게 리시브해서 토스해서 넘긴다. 여러분은 넘긴 공을 안 받고 도망갈 것인지 마주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토스까지 해 줄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모든 선택이 이와 같나 보다.

세상에는 말만 잘하고 실제로 상황이 닥치면 도망가는 ‘여우’ 같은 분이 더러 있다. ‘여우’라고 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 성향이 다르니 그런 ‘여우’가 있어서 즐겁기까지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평소에는 침묵하지만, 항상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 ‘곰’ 같은 분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전 여우도 좋아하지만, 그다지 가까이 할 생각은 없다. 너구리도 있고 사자도 있고 기린도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만화 ‘쥬토피아’에 나오는 그런 여우도 있다. 그런 여우는 사실 ‘곰’ 같은 여우여서 참 좋다.

정말 제 글이 좋고 정말 도움이 되었다면 차 한 잔 사준다고 생각하고 네팔 어린들을 위해 활동하는 NGO나마스떼코리아의 회원이 되기를 권해 본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