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67 – 그 사람의 속을 알고 싶나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일어나는데 한 마디 듣는다. 큰 우산 챙기라고.
나가려는데 한 마디 듣는다. 열쇠 안 가져 가냐고.
퇴근하려는데 한 마디 듣는다. 내일 출장 갈 건데 아직 노트북 안 챙기냐고.

뭔가 해야 되는 일이 있으면 항상 챙겨주는 그가 있어 즐겁다.
좀 나태해지거나 좀 나쁜 짓을 하려 하면
옆에서 “정말 그럴 거냐?”고 한 마디씩 꼭 한다.

그러나 귀찮아하거나 그냥 해 버리면
한동안 우산, 열쇠, 노트북 등을 챙기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삐쳤나 보다.

한동안 말이 없어도 그의 말을 기억해보며 의식적으로 매우 조심하며 생활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아니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밀당’의 천재인 듯하다.

그래서 난 조금씩 착해지나 보다.
아니 좀 맑고 밝아진다.
이렇게 말하자니 매우 쑥스럽다.
그가 바로 내 안의 나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부처님오신날 정암사 하늘 (사진=하도겸)

그 사람의 속을 알고 싶나요?

마스코트 인형을 뒤집어 쓴 사람이 있다. 웃는 얼굴의 미키마우스 같은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 속의 그는 웃고 있을까? 그 앞에 선 아이들은 그가 가면을 쓰고 있기에 좋아할까?

많은 아이들은 실제로 가면만 써도 충분히 즐거워한다. 하지만 가면 속 그가 일을 정말 즐거워하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미소 짓는다면 어떨까? 정말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준다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사람의 얼굴이나 외모를 보고 다가가는가? 그것도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속을 알고 싶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가면 속의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

누구처럼 기운행도 하고 ‘관(觀)’ 수행도 하다보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십만 명 중 한 명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계의 스님이 만 명을 넘는데도 ‘깨친 이’가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니 그건 포기하고 쉬운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99% 이상의 적중률을 가진 방법이 있다. 뭐냐고요? 이미 가르쳐 드렸다! 설마 안 들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죠?

부처님오신날 정암사 하늘 (사진=하도겸)

마음에 여울이 있는 사람들

한 사람이 좀 갑작스럽게 친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동안 안 해봤던 이 이야기, 저이야기 하며 지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갑자기 태도가 바뀐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다. 모른 척한다.

이런 식으로 사이가 안 좋게 되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에 아픈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그걸 미리 생각하게 된다. 그냥 단순하게 ‘앞으로 있을 일에 내가 협력해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지겠구나!’라고 간주한다. 그렇다. 여기까지만 이런 식으로 사귀면 되는 거였다. 딱 여기까지였다.

이런 일은 대부분 스스로의 주제도 모르고 남 도와준답시고 다가오는 사람을 맞이하다가 벌어진다. 내 코가 석자인데 그것도 모르고 오지랖을 넓혔다. 인생은 항상 다양한 선택을 강요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두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한다. 서너 개가 더 좋을 듯싶지만 내 그릇과 복이 여기까지인 것을 잘 모른다.

내가 정리해야 할 관계를 상대가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생각하면 더 편하다. 예전에는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하면 화를 내거나 ‘복수’를 모색한 적도 있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다. 마음속에서 안타까움이 일어난다. 나의 능력이나 복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다행히 마음속에서 연민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우선 나부터 잘 해야겠다. 아니, 나나 잘하자! 나만 잘해도 된다!

주제넘게 함부로 확장해서는 안 될 ‘카르마(업)의 네트워크’가 있나 보다. 페이스북에서처럼 아무나 태그하거나 ‘콕 찌르기’ 해서는 안 되는 일과 마찬가지일까? 내게 태그 했다고 마음대로 친구로 삼았으니,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잘라도 하는 수가 없다. 어쩌면 당해도 싸다. 아니, 그런 일을 ‘당했다’가 아닌 ‘다반사’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생에서는 안 되었지만 이생에서는 조금 되고 다음 생에서는 더 될 수도 있고 더 안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고 업인가 보다.

※ 이 칼럼은 우리 모두가 맑고 밝은 어쩌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시민들의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와 무관하며, 부분적인 일례에 대한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