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법사 수행기 Ⅲ] 1- 3번째로 위빠사나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

“긴 군부독재의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한껏 펴는 역동성이 도처에”

도이법사 수행기 Ⅲ

목 차

 

一. 머릿글
二. 미얀마의 변화
   1. 정치/ 2. 경제/ 3. 문화/ 4. 교통/ 5. 통신/ 6. 기타
三. 수행기
   1. 미하시 선원의 변화/ 2. 수행시간표/ 3. 수행/ 4. 와선/ 5. 삼파자나/ 6. 4여의족/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8. 수행소고 (가. 마하시의 분원/ 나. 탁발 기행/ 다. 선지식 친견 / 라. 큰스님의 열반)
四. 맺는 글

지난 2009년 6월 ‘도이 법사의 미얀마 수행기’를 통해 미얀마 수행처에서의 수행과정을 6차례에 걸쳐 상세하고 친절하게 소개했고, 2014년에도 미얀마 수행체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국내에서 수행 및 지도를 하며 체험한 내용을 연재했던 도이 김경재 법사가 지난 해 12월과 올해 초에 걸쳐 3개월간 미얀마 마하시 수행센터에서 수행한 체험기를 미디어붓다를 통해 연재합니다. 위빠사나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한국불교 현실에서 철저한 수행체험을 통한 도이 법사의 육필 수행기가 현재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예비 수행자들에게 큰 지남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도이법사 수 행 기 Ⅲ

一. 머 릿 글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다싸"(3번)
(그 분 존귀하신 분 공양 받아 마땅한 분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 예경 올립니다)

미얀마 수행 이후 ‘수행기 Ⅰ, 수행기 Ⅱ, 깨달음’ 등의 글을 써본 후 또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다음 주제는 ‘수행기 Ⅲ’로 ‘니빠나(열반)의 실현’이라는 소망을 안은 채 오늘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망은 오래 동안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내오다가 마침내 2016년의 첫 날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이 곳 미얀마의 마하시 수행처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15년 12월 중, 대한항공(KAL) 직항으로 양곤 공항에 도착하여 예전과는 달리 저가(低價)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28실 규모의 레인보우 호텔이라는 곳입니다. 수행 차 찾아 온 이 나라에서 4성, 5성 호텔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세 번째로 찾아온 미얀마 방문에서는 가능하면 좀 낮은 곳까지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가이드에게 잘 부탁하여 숙소며 식당이며 이동수단 등 모든 것이 현주민의 살아 숨 쉬는, 그 가장 밑바닥을 볼 수 있는 것이기를 각별하게 당부했던 것입니다.
 
일행 중에는 미얀마가 처음이신 도반님도 있었습니다. 그를 위해 5박6일 동안 바간-만달레이-헤호 등을 비행기로 여행했습니다. 당초 계획은 대중교통인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부탁했으나, 가이드는 고속도로 개통 이후 9시간 이상의 운행으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속출해 연간 300여명의 사망사고가 일어난다며 국내인보다 30~40%가 비싼 비행기를 이용할 것을 권하는 가이드의 조언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4차례나 비행기를 바꿔 타며 투어를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바간은 세 번째 순례를 하는 것이고, 만달레이와 인레 호수도 두 번째 여행이라서 여행의 감회가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간에서는 그간 외국인의 시내 입장료가 10달러에서 20달러로 오른 것 외에는 모든 여행이 이전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국테라와다 소속 경주

그래서 가이드에게 이전에 가 보지 않은 곳을 소개해줄 것을 부탁했더니 헤호에서 왼쪽으로 안내했습니다. 오른쪽, 인레 호수 가는 쪽은 약 한 시간여를 달려가는 Pindaya Cave(삔다야 동굴사원)이었는데 간신히 포장이 된 전형적인 시골길이었습니다. 네 명이서 6인승 승합차를 이용했는데, 하루 빌리는 비용이 우리 돈 5천원 수준이었습니다. 승합차 덕에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물러 멋진 풍광도 구경하고 시골가게에 멈추어 차도 마시고 아주 자유로운 여행을 즐겼습니다.

비행기 예약시간 외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행은 처음이라 여간 자유롭고 흥미진진할 수 가 없었습니다.  여행 도중에 양봉업자를 만나 벌통에서 갓 따낸, 벌들이 수두룩한, 정제되기 이전의 벌꿀도 샀습니다. 우리나라의 면소재지 정도 되는 Pindaya 마을 입구에 이르니 마을 입장료가 또 10달러라고 합니다. 물론 외국인에 한해서 징수하는 요금입니다. 그 마을 뒷산이 700~800고지 어림의 중간에 자리한 동굴사원에 이르니 사원 입장료가 또 3달러라고 합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찾아온 동굴 안으로 들어가 2시간여를 관람했습니다.
 
동굴 안은 찾아오길 잘 했다 싶을 정도로 잘 장엄된 부처님의 전당이 펼쳐졌습니다. 천연의 종유석 동굴이었는데, 생각보다 넓습니다. 크고 작은 갖가지 모양의 불상들 8000상 모셔진 장관이라니!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웬만한 부처님 앞엔 그 부처님을 조성한 분의 명패도 같이 있었습니다.
 
아무려나. 불국토로 불리는 나라라고 하지만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었습니다. 동굴 전체에 그대로 빼곡하게 장엄된 불상들 앞에선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람 후 그 아늑하고 잘 정리된 청정한 마을 어귀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 공양을 마치고 차를 되돌려 인레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인레 호수에서 1박 후 인레와 천탑 동네 ‘인던(indern)’을 두 번째로 관람하고, 다음다음날 헤호-양곤의 비행기를 탔습니다. 마침 기내가 한산해서 우리 일행은 자리를 바꿔가며 창밖에 펼쳐진 이 나라의 산하대지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어느 누가 이 미얀마를 미개한 나라, 가망 없는 나라로 볼 수 있겠습니까. 광활한 농토와 잘 정리된 관개수로 해자 속에 둘러앉은 옛 왕조의 정취를 품은 소도시, 티크나무 원산지라는 이곳의 웅장한 산세, 1,970km의 남북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이리와디 강줄기,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 650여km라는 4차선 고속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2,000km에 달하는 강줄기를 보며 뼈 있는 조크를 합니다. “어느 분이 이 곳의 대통령이라면 족히 20~30년간 장강의 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요. 강의 군데-삼각 델타지역의 기름진 농토에는 4계절 풍년을 노래하는 월령가가 울려 퍼집니다.

풍요한 자연 여건, 무한정의 자원이 깔린 나라, 무한의 잠재력 속에 무한의 경쟁력을 가진 한반도 3.6배의 상하의 나라, 135개 부족이 모인 유니언 미얀마(Union myanmar). 인구도 6,000만 명에 가까운 당당한 나라입니다. 비록 50~60년간 철저한 장막을 치고 무자비한 통치를 자행했던 군부세력이 배를 채우고 대를 이어 ‘금수저’를 물림하다가 이젠 포만해졌는지, 아니면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적 의지가 두려워서인지, 철옹성 같았던 군부가 슬슬 물러나는 흐름을 보이면서 철권통치를 누그러뜨리더니, 어느덧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당이 전체 의석의 70%를 차지하는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긴 군부독재의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한껏 펴는 미얀마의 약동성이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3차례에 걸친 미얀마 투어를 통해 보고 느낀 소감을 소개해 가며 본격적인 수행기를 펼치기 전에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이후 전개될 본문에서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풍토가 ‘수행의 나라, 미얀마’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