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⑦ 낙동강3

 

 

강물 속으로 또 강물이 흐르고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 밤새 당신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중략)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로 또 강물이 흐르고 /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후략)

 

정태춘의 노래 '북한강에서'는 정말 명곡입니다. 이번 4대강을 걸으면서 가사 하나하나가 너무도 깊고 분명히 가슴을 후비고 들어앉아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산과 산들이,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다는 것과, 더욱이 깊은 감동스러운 것은 강물 속에 실제 더 큰 강물이 흐른다는 시인의 감성적 직관입니다. 실제 사실입니다. 강은 모래 바닥이라 물이 쉽게 빠지지요. 그렇게 쉽게 빠지는 모래 위에 물이 흐르려면 모래 아래는 더 많은 물이 충분히 고여 흘러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 보이는 강은 강 밑에 4-5배 이상 큰 강이 천천히 흐르고 그 물이 넘쳐 강물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낙동강 1300리의 평균수심은 놀랍게도 1m입니다. 아주 얕은 강입니다. 그리고 상류의 엄청난 모래를 하류로 흘려보냅니다. 낙동강은 모래톱이 특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금빛모래를 뒹굴고 강물에 손발을 담그고 천렵하며 놀기에 가장 아름다운 강입니다. 그런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거늘, 건설업자 토목업자들은 이 모래를 모래로 보지 않는 모양입니다. 건설업자들에겐 그저 건설자재로 보이기 때문에 낙동강에서 가장 많이 모래를 퍼냈습니다. 1m를 6-7m깊이로 만들었으니 엄청난 양의 모래를 준설한 것이지요.

 

16개 중 8개의 보가 몰린 낙동강, 실은 더 많아

 

4대강 개발로 극적으로 변한 곳은 바로 낙동강입니다. 총 16개의 보중에 반인 8개의 보가 낙동강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 거의 2-3일에 하나씩 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뿐이 아닙니다. 공식적인 보만 8개일 뿐이죠. 사실은 <구담보, 수하보, 안동보>도 보이긴 한데 사대강 사업의 공식적 이름이 없는 감추어진 보입니다. 안동댐 밑에 있는 2개의 하상보호공도 역시 보입니다. 

 

 

5월 5일 낙동강하구언을 츌발했는데 13일에 첫 번째 보인 창녕함안보에 도착했고, 5일 뒤인 18일에 왜가리 모양의 합천창녕보를 지났으며 3일 뒤에 달성보에 도착했습니다. 달성보는 대구한가운데 있는 보라서 달라도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일단 가장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 디아크(The ARC)라는 유려한 곡선의 거대한 배조형물 처럼 된 강문화관이 있습니다. 마치 인류의 재앙에 대비하여 노아가 만든 방주(Ark)의 모양과 이름을 연상케 합니다. 이 방주는 어떤 재앙을 대비하고 있을까요?

 

4대강사업은 유람선, 물놀이, 자전거 등 레저를 위한 개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금 달성습지의 유람선 뱃놀이사업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대구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이자 내륙습지로, 야생동식물들의 산란 및 서식처 구실을 하는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자연경관 1등급지역으로 환경부와 대구시가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지역인데 달성군은 강정고령보 앞에 선착장을 추가로 개설, 유람선사업, 뱃놀이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지요. 실제 강정고령보 앞 선착장이 들어선 곳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도래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는 곳입니다. “강을 썩게 하고 그 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옥토를 자전거 길로 만들고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억지 부리며, 바로잡는 시기를 놓치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정고령보를 지나 낙동강에 가장 많은 다리가 밀집되어 있는 왜관을 지나갔습니다. 6.25전쟁 당시 남북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강을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며 죽어간 곳이죠. 얼마 전까지 아무도 원수가 아니었던 사람이 철천지원수처럼 서로 죽고 죽였습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던가요? 순레단은 당시의 치열한 교전으로 부서진 뒤 수리하여 인도가 된 ‘호국의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곳에서 성베네딕토 왜관수도회 수사님들과 함께 걸었고 신부님들이 그날 왜관에 있는 자신의 수도회에서 숙식을 제공해주셨습니다. 그 위에 있는 칠곡보를 지나 3일 만인 5월 29일 구미보에 도착했습니다.

 

아! 문수 스님!!!

 

5월 31일, 문수 스님이 소신하신지 6주년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습니다. 아침 일찍 풀을 베고 주변을 정돈하고 제단을 차렸습니다. 문수 스님이 소신하셨을 때 보았을 들꽃을 꺾어 꽃 사태를 만들어 놓았고,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나타낸 백제향로로 향을 올리고 과일과 밥, 탕국을 진설하였습니다.

 

문수 스님은 스님들 중에도 드물게 3년 간 두문불출 무문관 생활을 했고, 제방 선방에서 20년 넘게 용맹정진을 해왔습니다. 하루 한 끼 일종식과 묵언수행, 생손가락을 태우는 연비까지 하는 등, 치열하게 수행생활을 하면서 오로지 수좌의 길을 가신 분입니다. 준비를 끝내고 스님이 소신했던 자리에 서봅니다. 바로 지금 이렇게 들꽃이 피고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위천강을 바라보고 문수 스님은 이 자리에 서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소신에 대해 생각했을 것입니다.

 

 

 

문수 스님은 4대강의 생명의 죽임과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느끼셨을까? 세상과 담을 쌓고 두문불출 수행하던 수좌가 목숨까지 내야할 정도로 당시 상황은 계속 수렁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걸으면서 바라본 개발의 결과는, 수백 만 마리의 물고기 폐사와 새들이 울지 않는 강, 농민들과 어민들의 생계의 위협이었습니다. 결국 토건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개발과 준설이 시행되었으며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비리와 부정의가 판을 쳤습니다. 또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30조 가까운 엄청난 돈이 탕진되었고, 약속했던 일자리는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수행을 깊이하면 예민해지게 됩니다. 신체적인 감각뿐 아니라 정신적인 감각도 칼끝처럼 섬세해집니다. 더욱이 식(識)이 맑아져 수많은 생명들과도 교감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바람과 햇살, 생명의 신음과 고통의 소리까지도 듣게 됩니다. 동물과 식물들과 교감했던 수많은 과거 스님들의 행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이 우는 소리를 들었던 지율 스님이 그러했고, 새에게 설교하며 교감했던 아시시의 성자인 프란치스코도 그러했습니다. 처음엔 생경했던 “사대강 사업을 멈추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재벌과 부자가 아니라 서민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언이 6년이 지난 지금, 4대강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전 11시가 되어 법만 스님을 비롯해 부산, 대구, 안동, 구미등 의 스님과 불자들, 그리고 환경단체 요원을 비롯하여 총 50여명이 스님의 소신장소인 군위 위천 못골잠수교(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진리 9-2) 옆 둑방에 도착했습니다. 문수스님이 계셨던 지보사의 주지 혜안 스님께서 며칠 전부터 극진히 준비해주셨습니다. 대둔사 현종 스님과 연화사 원각 스님, 수구·칠엽 스님과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국장과 상주·안동 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그리고 석포제련소대책위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특히 국전 심사위원인 부산의 성타 스님께서 4대강의 생명이 펄펄 살아나는 걸게 그림을 심혈을 다해 그려주셨습니다. 참여한 많은 사람이 이 그림으로 복받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낮에는 강순례, 국토순례, 밤에는 사찰순례, 그리고 마음 순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수행 길은 강을 만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수행 길에 수많은 선지식을 만납니다. 그리고 숙박을 위해 많은 사찰을 가게 됩니다. 또한 10여 명이 함께 종일 코를 맞대고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경계를 바라보는 마음순례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함께’ 회원 한의사들은 낙동강구간에도 역시 일주일에 2-3번씩 순례에 참여하여 식사준비를 해왔는데, 소리 나지 않게 아주 조용하게 도와주는 모습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수근 선생을 비롯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가족들이 구간마다 참여해 설명과 안내를 담당했습니다. 영남 자연생태보존회, 상주안동 환경운동연합, 대구맑고향기롭게, 녹색당, 천주교대구교구 정의평화위운회, 영남불교문화원, 대구 시민사회단체회의 회원들이 참여해주셨고 식사준비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베네딕토(분도) 왜관수도원 신부님들의 참여와 도움, 그리고 수도원에서의 숙박은 쉽지 않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베네딕토(분도) 왜관수도원 신부님들의 참여와 도움으로 수도원에서 숙박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은 수도원 전경이다.

 

대부분 불교집안에서 오래있었지만, 이러한 사찰순례는 쉽지 않은 기회였습니다. 반룡사 원광 스님, 자비선사 지운 스님, 연화사의 원각 스님, 대흥사의 성철스 님의 지원과 도움은 나그네 수행길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동화사 총무스님의 말씀은 나른해진 우리가 큰 죽비가 되었습니다. 군위 송림사 해범스님과 도리사 스님, 대구의 승원 스님, 대둔사의 현종 스님의 따뜻한 환대로 인해 고생길이 될 우리의 수행길이 행복한 길이 되었습니다.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에 여러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4대강 수행길은 생명과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하나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성찰하며
묵언, 기도, 명상등의 수행을 하고 지역의 주민과 단체분들을 만나는 대화하며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순례입니다. 함께 순례에 동참하실 분, 그리고 후원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순례동참 : 하루, 1박2일, 또는 구간별로 참여가능하며 식사와 숙박은 본인이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1654 . 010-3269-2516)

● 후원동참 : 국민은행 023501-04-152336 불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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