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4 북방불교문화 통로에 남겨진 영주불상들

영주 지역의 고대불교문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석불 등과 같은 유형의 자료와 『삼국유사』와 같은 역사 기록, 그리고 지역에 전해오는 설화, 전설, 사찰의 창건연기 등을 종합해 보아야 한다.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등에서는 이미 눌지왕(재위417~458) 대에 선산(善山) 일원에서 묵호자, 아도 등이 포교활동을 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들 사서의 기록에는 향(香)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향뿐만 아니라 다른 불교문화도 죽령 이남 인접 지역에 전파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듯하다.

특히 사적 238, 313호로 지정된 순흥 어숙묘와 읍내리 고분벽화 속에 등장하는 연꽃문양 등으로 볼 때 5세기 중반에는 불교문화가 이 지역에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읍내리 고분 벽화에서 확인된 명문 중 ‘기미중묘상인명(己未中墓像人名)’의 기미년은 벽화의 양식 등을 고려할 때 신라 소지왕 원년인 479년경으로 추정된다.

순흥 읍내리 고분벽화의 연꽃 그림.

죽령을 넘어 신라로 전파된 불교는 영주보다는 선산 지역에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특히 문경에는 진평왕 9년(587)에 사불산(四佛山) 정상에 사면바위의 각 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그곳에 대승사를 세우고, 향화(香火)공양을 끊이지 않게 했다고 『삼국유사』에는 전한다.

그렇다면 현재 영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영주 지역에서 확인된 불상 중 1953년 순흥 숙수사터에서 발견된 27구의 불상을 살펴보면 그 중에는 신라의 삼국통일 이전인 6세기의 불상(보살입상)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불상의 경우 영주 지역에서 제작되었는가라는 의문이 남아 있지만, 불상의 양식으로 보아 고구려 등에서 제작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이들 불상들은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금동불과 같이 이동이 용이한 경우 제작지의 판단은 다른 지역에서의 출토 사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석불의 경우 대부분 현지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영주 지역의 석불은 이곳의 불교문화 정착여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재 영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석불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①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불, ②보물 제221호 영주 가흥동 마애불, ③보물 제680호 영주 신암리 마애불, ④봉화 북지리 출토 석조반가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조성연대는 대략 7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불과 마애삼존 및 마애탑

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불과 마애삼존 및 마애탑

보물 제221호 영주 가흥동 마애불.

보물 제680호 영주 신암리 마애불.

봉화 북지리 출토 석조반가상.(경북대 박물관 소장)

특히 ①,④ 봉화의 두 불상중 반가상이 출토된 곳에서 ‘금당와(金堂瓦)’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된 바 있어, 통일신라 때 금당에 미륵불, 강당에 아미타불을 봉안하는 전형 중 선행 사례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앞서 언급한 불상들이 위치한 지형적 특징을 살펴보면 모두 하천과 인접해 있으며 불상 앞에는 넓은 광장과 같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봉화 북지리와 영주 가흥동 석불과 관련한 향토사 자료에는 두 곳 모두 ‘한절’이라는 동일한 사찰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중 봉화 북지리 반가상 출토지에서는 1965년 조사 당시 ‘대사(大寺)’라는 명문기와가 출토된 바 있다.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 지역이었던 영주 지역은 상황에 따라서는 대륙의 문화가 왕래하는 길목으로, 때로는 전장으로 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곳의 민심이 신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흥왕 15년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가 공인된 이후 진흥왕대에 이르러, 544년에 국인(國人)의 출가를 허락하였으며, 이때 경주에 흥륜사가 준공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527년부터 544년 사이 17년간 신라 땅에서는 불교와 관련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미 북방의 불교문화와 친숙해져 있었던 죽령 이남의 영주, 봉화, 문경, 선산 등지에서 자생하고 있던 불교도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는 앞서 숙수사지에서 출토된 6세기경에 제작된 금동보살입상에서 보듯 다양한 경로를 통한 북방의 불교문화들이 이 지역에 수입, 정착단계를 거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7세기 후반으로 편년되고 있는 앞서 언급한 봉화 북지리 마애불 등 영주 지역 석불들의 제작 연대가 그보다는 훨씬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주 지역의 불교문화유산은 경주의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경주에 남아 있는 석불 등의 선행양식 일부가 이곳 영주 지역(소백산맥 이남)에서 출발 혹은 이동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일까.

숙수사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신라의 금동불』,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46쪽 발췌. 20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