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④ 금강2

금강의 마지막 대청댐에서 봉행한 천도재.

또 시작되는 4대강 개발, 공주보와 예당저수지까지의 도수로사업

우리에게 함박 같은 웃음으로 20여명의 순례자 일행에게 2-3번이나 맛있는 쌈밥과 유부초밥을 만들어 오신 신은미 홍성예산환경운동연합 간사는 도수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기도 합니다. 도수로가 뭘까요? 신은미 선생님이 소개합니다. 2015년 42년 만에 가뭄으로 예당저주지가 물이 말랐습니다. 그러자 농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1,127억 원을 투입해 공주보에서 10km구간까지 강물을 끌어들이는 도수로 건설 사업을 벌입니다. 이 수로사업은 다시 물길을 만드는 거대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4대강 개발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500억이 넘으면 무조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도록 되어있지만 면제되었을 뿐 아니라 17가지의 절차를 생략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무시한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당저수지가 작년을 제외하고는 이제껏 물이 마른 적이 없고 보통 40%만 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평가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80%이고 지금은 100%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작년고갈 상황을 근거로 도수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예당저수지를 시작으로 정부가 전국에 20여 곳에 도수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단체들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수천억을 들여 전국에 20여 곳에 도수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또 다른 사대강사업입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보에 가로막힌 금강은 갈수록 썩어가고 악취가 진동하는데 비교적 깨끗한 예당저수지의 물을 섞어 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뿐 아니라 도수로 사업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물줄기를 인간의 힘으로 바꿔놓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금강은 결국 5개의 호수가 연결된 곳

역시 2012년, 공주보는 물살로 인해 보의 밑이 패는 세굴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부실공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수부들이 하자보수를 했습니다. 그 위에 위치한 세종보는 유압실린더로 보가 열리고 닫히는 가동보인데, 역시 속도전으로 밀어 부친 결과 부실공사로 인해 유압에 토사가 쌓여 가동보가 가동을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한겨울 잠수부가 동원되어 토사를 긁어내었고, 그래도 누수가 심해 12개의 수문도 6개로 용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2년 뒤인 2014년에 백제보 마저 세굴현상이 발생하여 대대적인 하자보수공사를 해야 했습니다. 이를 일컬어 돈을 먹는 하마라고 환경단체들은 비판합니다.

그래도 세종보를 지나 부강면 금호리 강변, 대청댐에서 약 17km떨어진 곳에 들어서서야 우리는 본래 의 강을 만났습니다. S자 만곡의 사행천 강입니다. 물이 바위와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들이고 반짝이는 모래톱이 보이고 온갖 작은 식물들이 반기는 강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강가로 내려와 손과 발을 담그고 물수제비를 놀면서 강을 느끼고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4대강 이후의 달라진 강

금강의 유속이 0.02㎧입니다. 거의 흐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바람이 불면 듯 물결이 일렁이며 착시를 일으킬 뿐입니다. 그래서 금강은 하구둑에서 백제보까지, 또 백제보에서 공주보까지, 공주보에서 세종보까지, 세종보에서 대청댐까지 물이 흐르지 않는 거대한 4개의 호수입니다 여기에 대청댐이 호수인 것을 포함하면 금강은 5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강 아닌 강입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이 금강에 오시면 4대강 개발이전과 확실히 바뀐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첫 번째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강이 흐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로 모두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보로 막아 강이 흐르지 않으니 물이 고여 강변의 수량이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보기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경관 때문에 수변의 위락시설을 이용하거나 자전거 탈맛 난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요,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정을 알면 마냥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나무를 뒤덮어 고사시키는 가시박덩쿨.

세 번째는 흐르지 않는 물이다보니 강물이 썩었습니다.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납니다. 심각한 곳도 있습니다. 물고기가 흰 배를 드러내 죽은 곳이 도처에 있습니다. 녹조 띠가 강가를 따라 있고 눈에 보이는 강변에는 조류들이 바닥을 뒤덮고 있어 물이 소 오줌색깔 같다고 한 순례자는 말합니다. 네 번째는 상류를 제외하고 강가에 여지없이 모래, 모래톱이 없다는 점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모래사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놀 곳이 없어 강가로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준설을 해서 강바닥을 5-7m 깊이로 긁어내었습니다. 그래서 수심이 깊어져 예전처럼 멱 감거나 천렵이나 수영하는 일은 상상하지 못합니다. 빠져죽기 딱 좋기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로는 그 좋은 모래사장이 없어진 곳에 인공 수변공원이 곳곳마다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오지 않아 대부분 시설이 부서지거나 잡초만 무성합니다.

우리의 수행 길은 결국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 하찮은 것들의 죽음과 고통을 깊이 가슴에 담는 것
 
이 글 처음에 말했던 의문입니다. 우리의 이 순례는 어떤 수행길이 될까?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습니다. 그것은 곧 수많은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마음으로 정면으로 받아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작은 벌레, 물고기, 미꾸라지, 지렁이 등 하찮은 것들의 죽음과 고통을 가슴으로 담는 일입니다. 이러한 생명들의 고통을 내면화하여야 이들 수많은 원혼들이 우리의 뒤를 밀어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돌지 않으면 넘어지는 팽이나 구르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돈과 자본의 세계는, 남보다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를 재촉합니다. 그래서 위로만 위로만 끝간데 없이 더 잘 먹고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 하잘 데 없는 미미한 것들을 고통으로 내몹니다. 이들의 죽음은 사실 우리 안중에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우리 후손세대의 삶에도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금 여기 나의 이익과 욕망‘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그러나 모두 연결된 인드라망의 세계에서 나의 이익을 위한, 타인과 뭇 생명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자 자멸의 과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그 과보의 시작들입니다. 영산강의 발원지 용수에서처럼 우리는 대청호 밑에서 우리가 만나온 금강에서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임양자연 어린이의 ‘생명을 위한 시’와 ‘발원문’을 읽고, 조선희 선생님의 진혼의 살풀이춤으로 원혼들을 보내드렸습니다. 금강의 수많은 생명의 원혼들이여 왕생극락하소서...

또 하나의 수행 길, 금강에서 만난 선지식들
 

군산 동국사에서 주지 종걸 스님(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순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금강을 지키는 젊은 활동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난 것처럼, 금강을 걸으면서 금강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선지식을 만난 것이 우리에겐 큰 감동이자 공부였습니다. 365일중 300일을 금강에서 사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는 우리의 금강순례 내내 동참하면서 자신의 모든 일정을 접고 금강을 찾아온 손님으로 우리를 극진히 환대해주었습니다. ‘물고기의 눈으로 강을 본다’는 그의 금과옥조 같은 말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어록입니다. 그리고 ‘새의 눈으로 강을 본다’는, 새 박사인 대전 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정책국장의 새 이야기는 우리들의 혼을 쏙 빼놓았고, 앞서 언급했던 비행기 조종사출신으로 금강지킴이 역할을 해온 하천사랑운동 김재승 대표의 현장중심의 활동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모르는 게 없고 어딜 눌러도 대답이 튀어나오는 복권승 충남생태문화연구소 대표의 박학다식함에도 놀라웠습니다. 금강을 지키는 젊은 활동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의 맑고 차분한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3일간 우리와 같이 걸으며 상세한 설명을 해준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의 얼굴은 그야말로 고결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2번이나 점심을 손수 혼자 준비해온 도수도 대책위 신은미 홍성예산환경운동연합 간사님을 보면서 우리가 행해야할 보살행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내 느낀 것이지만 대학의 석박사가 전문가가 아니라 현장에 살고 발바닥으로 지식을 쌓은 이분들이 정말 믿을 수 있는 전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금강이 좋아진 다면 바로 이분들의 선근공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박한암 스님에 관해 엄청난 자료를 모으고 1000여 쪽의 책을 집필했으며, 일본식 사찰에서 일본의 참회문비석과 정신대소녀상을 세우고, 일본으로부터 유실된 한국불교문화재들을 들여오고 의미 있는 한일불교문화의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군산 동국사 종걸 스님을 우리 순례자들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비구니로서 수많은 노인들을 봉양하며 현대적인 사찰을 깔끔하게 건사하는 관동사의 소윤 스님, 적극적으로 포교하면서 크게 불사를 하고 언제나 싱글싱글한 법륜종 지장정사의 법원 스님, 폐교를 구입해 깔끔하게 개조해서 무문관을 만들고 사찰의 어디 한구석이나 예술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세심하고 뛰어난 감각의 스마트하고 유쾌한 젊은 매화사의 도원 스님, 계룡산의 큰 절 신원사를 건사하면서 우리의 활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준 신원사 중하 스님, 맑고 경건한 자태로 정갈하게 맞아주고 우리 일에 큰 힘을 준 갑사의 주지 화봉 스님, 4대강 반대운동을 펼칠 때 흔쾌히 절을 내주고 금강선원을 운영하도록 해준 전형적인 충청도 스님인 영은사의 성연 스님, 그리고 극진히 환대해준 대원사의 석용 스님과 영평사의 환성 스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큰 고마움과 감동은 한의사들로 구성된 <세상과 함께> 회원들입니다. 이분들은 3~4일 극진한 식사를 직접 준비해오고 금강 순례 내내 수시로 내려와 함께 걷기도 하고 올 때마다 손수 보시금을 모아 크고 작게 보시를 해주었습니다. 이분들의 덕분에 우리는 행복했고 풍요로웠습니다. 이분들이 남긴 은혜와 감동은 우리에겐 큰 공부가 된 또 하나의 수행이었습니다.

이제 5월 1일을 마지막으로 18일에 걸친 금강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부산으로 낙동강 하구언을 향해 내려갑니다. 5월 5일부터 낙동강 순례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아픔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감동을 만날 준비를 합니다.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에코붓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