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에 대하여

아는 분의 침몰을 본다. 우리 사회가 인정한 명실상부한 최고 대학, 최고 학부, 최고 엘리트의 길을 걸은 그의 몰락은 참으로 허무하다. 그래서 흥미롭지 않고 그냥 뭔지 모를 이유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불법적인 일이 되어 있었다. 아니, 그 범죄적인 행동에 대한 경계의식이 느슨해진 탓이 가장 큰 원인일까? 스스로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따름이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든 것은 진심일까? 혹시 그 안타까움은 안도의 다른 표현은 아니었을까? 그의 승진이나 축재 등의 성공에 대한 질투나 시기가 이제야 멈추게 된 것에 대한 ‘안도’를 느낀 것은 아닐까?

학력이니 경력이니 실력이니 직함이니 명예니. 모두 그보다 더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주제어들이 아닐까? 결국 어쩌면 허울만 좋을지도 모르는 속세의 ‘전리품’을 가지지 못한 열등감의 드러남일 따름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오직 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된다. 부처님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고 직장상사도 아니다.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나다. 언젠가 나는 나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리라 믿고 오늘도 나는 내게 기대해 본다. 아니, 기대에 맞게 행동해 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를 바로 보고 알고 인정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나를 가린 나의 고정관념과 같은 장막을 벗겨내고 진정한 나를 꼭 보고야 말겠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자만에 대하여

가끔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본다. 그는 때로는 어쩌면 자주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또 그보다 더 강한 어조로 거듭해서 반복해서 말하기도 한다. 강하게 보이는 듯한 말속에 포장된 그의 내면을 알 길은 참으로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한번 인지상정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은 그 역시 매우 외롭고 나약한 인간으로 그의 ‘강요’는 한낱 절규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없기에,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없이 그냥 자존심만 강할 따름이다. 그냥 그렇게 강한 척하고 아는 척하면서까지 스스로의 존엄만을 너무 높인 결과는 참으로 비참하다. 사람들과 척을 지어갈 뿐이다.

올라갈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서도 안 될 곳으로 자존심을 올리고 또 올리다 보니 결국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게 계속 스스로를 아무리 올려 세운다고 한들 결국 스스로의 발을 디딜 곳조차 사라진다. 스스로 안심하고 구름에서 내려 발을 디디는 순간에 그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해야 한다.

이걸 아는데도 계속 한다고 말 하는 이도 한다. 말은 어디서 배워서 청산유수다. 하지만 실천은 안 한다. 언제나 고치겠다고 하고 노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고치는 꼴은 눈을 씻어도 볼 수 없다. 결과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마음조차 확인할 길은 없다. 결국 고치겠다거나 노력 중이라는 말은 ‘지금은 안 하겠다’는 증거일 따름이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다가온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조언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는 결국 겸손을 어딘가 버려두고 자만을 다섯 번 이상 거듭하다가 오만을 저지르게 된다. 읽다가 이미 다 느꼈겠지만, 그가 다름 아닌 바로 나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겸손하지 못한 이로서 겸손해지고 싶다고 노력 중이라고 떠드는 스스로에게 자문이라는 돌을 던져 본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비겁에 대하여

뭐든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게 있다.
그래서 항상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냥 해본다.
“Just do it”이다.

남들은 용기가 있다고 볼 줄 모르지만, 사실 난 겁쟁이다.
비겁할 정도로 겁이 많다.

겁이 있다고 해도 작은 ‘실패’를 두려워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이것저것 다 해 본다.

어떤 때는 결말을 알면서도,
아니 알고 속는 게 좋아서 그냥 해본다.

진짜 겁쟁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나 역시 바보일 따름이다.
어떻게 보면 바보고 겁쟁이이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난 정말 큰 실패와 작은 실패를 모두 거듭하면서 스스로의 내공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예상하고 그냥 해보고 확인해보는 과정 속에서 예상 적중률을 조금씩 상승한다.

성장이 참으로 더디게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퇴보도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성장하고 있다.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 장수한다고 하든가?
덕분에 실패를 거듭하지만 한 방에 훅 가는 실패를 겪지는 않은 듯하다.

저와 같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바보나 겁쟁이가 되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 거인으로 성장하여 세상을 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무시아본사서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