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박사 특별기고] 전통제다 중요무형문화재 신규종목 지정 결과 ‘아쉬움’
“제다의 원리는 고도의 집중력·전승자의 안목·이해의 깊이를 함께 전승하는 것”

지난해 '차문화·산업 진흥법'이 통과되고 올해 문화재청은 '전통제다(傳統製茶)'를 중요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쇠락한 전통차 부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 제다는 종목만 지정할 뿐 개인이나 단체를 지정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는 전통 제다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이기에 효율적인 정책 방향이 아닌 듯하다.

전통 제다는 원래 기술 전승이 핵심이다. 좋은 차를 만드는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므로 보편적인 제다 이론으로는 그 원리에 접근하기 어렵다. 오랜 세월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제다의 원리는 고도의 집중력과 전승자의 차에 대한 안목, 이해의 깊이를 함께 전승하는 것이다. 전통 제다가 종목 지정이 아닌 개인 지정이어야 하는 이유다.

차밭 풍경. 차를 만드는 제다인들은 곡우를 전후로 차잎을 수확해 제다에 나선다.

논의 진행 과정에서 각기 다른 견해들, 지정 방향에 대한 각론을 수렴해야 하는 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침투된 일본식 제다법, 1990년대 이후 검증되지 않은 중국식 제다법의 범람은 한국 제다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러므로 전통 제다의 원형과 역사성을 바르게 세우는 일은 시대적인 요청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다양한 각론 속에서도 전통 제다의 원형을 찾아내려는 당국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통 제다는 차를 만드는 방법으로, 자연환경과 한국인의 기호와 이상을 함의하고 있기에 중국·일본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녹차를 마시면 배가 아프거나 몸이 냉해진다는 부정적 인식도 차 문화 쇠락의 요인인데 이는 제다 기술이 낮기 때문이다. 만약 녹차가 원래 그런 것이라면 초의선사나 김정희, 정약용, 신위 같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은 차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맑고 시원하며 향기로운 차의 매력에 환호했으니 이는 초의선사에 의해 완성한 제다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다란 찻잎의 독성을 제거하여 차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잘 만들어진 차는 배가 아프거나 몸을 냉하게 하지 않는다. 차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먹어도 탈이 없는 차를 공급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하겠다. 전통 제다의 개인 지정을 통해 전통 제다의 원형과 정체성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