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② 영산강2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 노래를 부를 때 마다 맑은 강가와 모래톱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마을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근처의 강이 더욱 맑아져 먹는 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물고기들이 놀며 손발을 담그고 물놀이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깨끗한 강을 원합니다. 또한 반짝이는 수많은 모래톱들과 모래성을 쌓고, 물결 따라 배 띄워 노닐 수 있는 곳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고 강과 물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면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면서 마을의 이웃들과 서로 돕고 사는 따뜻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강과 물과 모래와 함께 했던 고향의 기억과 추억이 있었습니다. 강은 바로 내 삶속에 들어와 내 인생을 만들고 삶을 만들고 기억과 성품을 만들어주던 아름다운 자연이었습니다. 우리가 누대에 걸쳐 누려온 강물의 문화는 이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강의 문화는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강은 가까이 갈수가 없습니다. 악취와 녹조의 띠와 썩은 물고기가 흰 배를 드러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강은 자전거를 타고 슬쩍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며, 그저 황포돗대나 유람선을 타고 즐기는 레저의 대상일 뿐이며, 둔치나 기타 강 주변에 다양한 놀이와 위락시설이 있는 개활지로서의 강일뿐입니다. 이제 손발을 담그는 강, 천렵을 하는 강, 모래사장위에서 뛰노는 강은 없어졌습니다. 최소한 영산강에서는....

분뇨냄새로 시작된 영산강의 첫 순례

4월 3일 100일 순례 입재식 다음날에 본격적인 첫 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산강 제1경이라고 표시된 곳에서 본격적인 첫행보에 우리를 맞이한 것은 바로 분뇨악취였습니다. 막 출발하려고 할 때,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한 동네주민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환경단체인가요? 바로 옆에 버려진 돼지분뇨, 저걸 고발해 주세요!”라고 항의하듯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악취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그가 알려준 것이지요. 분뇨를 섞어 마치 시멘트처럼 제방 한쪽 벽에 발라놓은 것입니다. 이 악취가 우리 수행 길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둥그렇게 둘러 앉아 명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애경>을 읽고 3배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도 같은 방법으로 합니다. 이 자애경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깊은 감동과 지혜의 마음이 열립니다.

“(상략) 살아있는 생명은 그 어떤 것이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작거나 거대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이미 있거나 앞으로 태어날
이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어디에서건 누구에게든
다른 이를 속이거나 업신여기거나
미움과 분노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나니
마치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을 다해 보호하듯이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자애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하략) “

우리는 생명의 강을 이렇듯 만생명의 행복을 기원하며 걷습니다.
모든 작은 박테리아부터, 인간까지. 풀에서 바위까지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막을 수도 있었던 영산강의 개발

흐린 날 아침 9시. 멀리 영산강 하구둑의 조형물들이 보입니다. 이후에 알게 되었지만 강마다 제1경, 2경, 3경 등을 선정, 강가 빼어난 경치를 소개하는데 하나같이 보의 인공조형물이 있는 풍경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70년대 모든 달력사진에 최고층건물인 3.1빌딩을 보여주며 눈부신 토목적 고도성장을 뽐내는 그때의 수준을 보는 듯합니다.

이명박정부 당시 민주당은 분명히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 대부분이 민주당인 전남과 광주에서는 영산강의 개발을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뱃길복원’ 사업으로 둔갑해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와 최인기 국회의원이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해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뱃길복원’은 당초의 이명박 정부가 말했던 4대강 운하건설의 논리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다니려면 강이 수심이 깊어야 합니다. 따라서 바닥의 모래를 파내서 5-6m 깊이를 유지해야 합니다. 배가 떠있으려면 일정한 수량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을 모아놓기 위해 댐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트를 타고 영산강의 오염 상태를 살피는 순레단원들. [사진 = 순례단]

1981년에 건설한 영산강 하구둑으로 인해 영산강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당시에 영산강의 강바닥의 퇴적토가 지나치게 오염되어 준설해도 모래로 사용하기 어려운데다 규모도 적어 4대강 건설계획에서 제외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지역차별이라고 비난하면서 오히려 유치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정말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최인기 의원은 “남해바다의 최대 포구인 나주 영산포까지 농산물, 소금, 홍어와 젓갈, 생선을 실은 고깃배가 들어오게 해서 영산포의 번영이 재현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는 바다에서 영산포까지 7일정도 걸리는 뱃길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운송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광주에서 나주를 거쳐 목포로 가는데 불과 고속도로로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고 KTX로도 불과 30분도 안 걸리는데 뱃길로 물류수단을 삼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모두 제정신인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입니다.

강은 이제 가까이 할 수 없는 멀리 보는 경치이자 풍경일 뿐

지금 영산강 하구둑에서 몽탄대교까지 우리가 이틀 동안 걸었던 곳은 아예 ‘영산호’라는 호수 이름이 붙여진 강입니다. 강가까지는 갈대가 무성하고 강에서 약 100m정도 까지 습지가 있습니다. 100일 동안 우리가 걷는 길은 흙먼지 길이 아닙니다. 강의 좌안과 우안에 자전거 길을 만든 제방 둑을 걷습니다. 하루에 5-6대의 자전거밖에 지나가지 않습니다. 또한 이 둑길 양쪽에 가드레일이 있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에겐 좋지만 동네사람들에겐 접근을 차단하기도 하고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것을 막는 차단기입니다. 이 자전거 가드레일로 막혀 더더욱 마을사람들은 강에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도 굳이 강가까지 갈필요가 없다는 표시가 아닐까요?

이 가드레일은 강을 다가가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이 가드레일에서 떨어져 바라만 보는 곳으로 규정하는 행동제한 설치물 같기도 합니다. 다시금 확신하게 됩니다. 4대강사업은 손 담그고 발 담그고 깨끗한 모래사장에서 물과 함께 노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업입니다. 강은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임을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가의 넓고 넒은 개활지는 여가와 레저시설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강은 보트와 수상스키, 캠핑 등의 위락시설로 사용할 것을 준엄히 국민들에게 강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농업은 망하고 있고 농촌을 해체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저기서 관광특성화마을을 지정해 수 십 억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농투성이들과 지역민들은 농업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인력이 아니라 모두 도시민들의 관광을 위해 호객하는 사람들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가로 가보았습니다. 녹조의 띠가 강변을 따라 녹색으로 이어져있고 온갖 쓰레기 폐기물들이 널브러진 곳에 물고기들이 흰 배를 드러내고 썩어가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죽산보로 내려가면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그래도 강변의 샛강에는 산란기에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잉어들이 퍼덕이며 물보라 치는 것을 봅니다. 그곳엔 여지없이 낚시꾼들이 찌를 내려뜨리고 이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영산강의 오염은 4대강 중에 최악입니다. 오죽하면 7미터나 쌓인 영산호의 퇴적토는 준설해도 쓸 수가 없어 준설을 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은 광주북부 ‘첨단대교’까지 이어지고 그이후가 되어서 그나마 나은 강물을 보게 됩니다.

한국불교를 이끌어 온 원동력, 지역의 사찰

이번 순례에서 숙식은 모두 사찰에서 해결한다. 예불과 발우공양 등 수행이 곁들인 순례다. [사진 = 순레단]

여느 순례와 달리 이번 수행 길은 사찰에서 숙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사찰의 예에 따라 예불하고 수행하며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목포의 보현정사에서 2일 숙박으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예불과 발우공양이 인상적이었던 곳입니다. 그리고 상담심리 분야의 명소로 꼽히는 봉불사, 노스님께서 평생을 각고의 원력으로 키워 온 도덕사, 아름답고 예쁘기 그지없는 심향사, 눈물 나게 감동스러운 절밥에 3개의 중고등학교와 복지단체를 운영하는 수퍼맨 원일 스님의 미륵사, 깔끔하고 정갈한 복암사, 깍아 지른 경사지에 정갈하게 비구니 도량으로 키워 온 용현사, 광주불교를 성공적으로 통합해 영향력을 높여 놓은 연광 스님의 증심사, 광주시내의 포교 도량이자 안락한 근거지인 선덕사, 아름다운 산벗꽃이 한창인 광덕사, 길상사, 용흥사와 불갑사, 그리고 우리 순례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아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한 토진 스님의 백양사, 순례단과 이틀 동안 함께 걸었던 법만 스님이 주석하는 선운사 참당암 등을 거쳐 갔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찰을 지나는 길목에서 그동안 서울중심의 불교, 조계사중심, 총무원중심의 불교가 전부라고 생각해온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불교를 널리 알리고 사찰을 가꾸고 신도들을 잘 건사하며 청정수행하시는 수많은 분들이 진짜 우리 불교를 이끄는 원력보살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수많은 감동들을 만나게 됩니다. 4대강 수행 길을 모두가 깊이 관심을 보여 주셨고 격려해주셨으며 지원까지 해주시는 손길에 다시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순례하는 우리는 전생에 얼마나 선근을 많이 지었으면 이런 복을 누릴까하는 오만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분들의 공덕이 내 삶의 빚인데 어떻게 갚고 살아야 할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4대강의 수행 길은 생명과 생태적 고통의 현장을 찾아가는 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 사찰을 돌면서 우리 불교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에코붓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