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52 – 대화를 하고 싶다.

대화 속에서 자기를 아는 방법

대화 가운데 누군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동감한다.
그의 말에는 외롭고 쓸쓸해서 상처가 커서 외침과 부르짖음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더 그에게 공감을 한다.
그에게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모두 나와 같다.

대화 가운데 한 사람이 줄기차게 떠든다.
말을 많이 할 따름이 아니라
울부짖음과 아픔의 메아리가 파동으로 전달된다.
몇 분은 그런 아픔을 지루함으로까지 변화시킨다.

말을 경청하며, 아니 꾹꾹 참고 견디며 인내하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내하거나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분들의 그런 역할과 나의 대응으로 인해 내게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를 자연적으로 보면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왜 그런지를 봐야 한다.
그렇게 나를 보지 않는 이는 지루할 따름이다.

흥미진진함을 잃고 '함부로' 또는 '마구' 대응하는 것은
의도와는 다른, 주인 잃은 양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가끔 초래하기도 한다.

'지루함'이 계속되는 원인은 그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을 따름이다.

굳이 남 탓을 하자면 '우리'의 잘못이다.
허용한 만큼 상상한다.
상상도 그럴진대 실제 상황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일은 고르는 게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이미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이다. 대화도 일이다.
그를 너로 받아들이고,
나와 너의 역할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들은 생각과 감정을 내가 왜 허용했는지를 보면 될 따름이다.

그래서 모두가 내겐 스승일 따름이다.
그걸 잠시라도 잊은 나를 발견하라!
그게 또 다른 수처작주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난 어제 다행히도 열 번에 여섯 번 정도 빼놓고는 여여 했나 보다.
아니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성북동 골목길에서 만난 봉황문 기와

대화를 하고 싶다

모임을 이끌어 보고, 법회도 해보며, 명상 강의도 해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럴 힘이 남아돌았나 보다. 잘난 척도 하고 매우 싶고 또 스스로도 잘났다는 말도 안 되는 ‘확신’에 가까운 자만심도 있었다. 도전 정신도 강해서 "뭐든지 물어봐 주세요"라고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묻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그건 '허위'에 찌들은 내 깊은 '상처'의 발악이었던 듯하다.

매일 모임에서 나를 지켜보면서, 아니 우리를 지켜보면서 나를 관찰하고 활용해 본다.
나는 나를 찾은 손님들을 위해서 어떤 도움이 되려고 했는가?
결국 그래서 나와 그, 아니 너는 성장을 했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그게 아니더라도 작은 선업의 씨앗이라도 내렸는지…….

지금 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래서 결국 뭘 했는지? 끊임없이 살필 따름이다. 비록 그런 명분을 가지고 대하지만,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실례'와 '무례' 속에서 손님을 괴롭힌 꼴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해주면 괜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자기 확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나 나아가 '자존감'의 결핍도 재차 확인한다.

언젠가부터 사지가 성하지 않는 '괴물'이 되어가는 '자아'를 본다. 하지만, 언제나 배고파하는 굶주린 '마음’의 다이어트는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음을 기억한다. 그런 작은 '기억'에 오늘도 다시 한 번 감사할 따름이다.

성북동 골목길에서 만난 봉황문 기와.

모이면 참 다양한 분들을 본다. 겸손해 하며 말을 삼가는 분, 항상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시는 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조언을 더 하는 분, 남의 말을 경청하는 '배려'가 배어 있는 분, 세속의 일에서 '수행'을 찾고 끊임없이 연결하시는 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눈을 반짝이는 분, 그리고 침묵을 '무지'로 착각해서 자랑하는 아이 같은 분, 모두 다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자신 맡은 역할을 찾아서 수행하며 모임을 빛나게 한다.

그런 균형과 조화를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본다. 내가 생명의 나무가 되려고 한다면, 누구는 물이 되고 누구는 불이 되고 누구는 도끼가 되고 누구는 흙이 된다. 선천지기이든 후천지기이든 간극에너지이든 소멸되는 영적인 에너지든 모두 화합을 시켜서 상생에너지로 만들어본다. 누구는 쉽게 맞춰지고 누구는 넘치고 누구는 모자란 듯하지만, 언제나 조화와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이뤄진다.

풍랑을 만난 배처럼 난파되지 않게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조금씩 조화와 균형을 맞추면서 어제도 무사히 육지에 안착한다. 가끔 나무의 역할도 양보하고 물의 역할도 해보고 불의 역할도 해보고 도끼나 흙이 되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강요가 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면 관계라는 그물망을 흔들기도 하고 조이기도 한다.

보이차라는 매개물을 가지고 자전을 포기하고 공전도 포기하는 '혹성탈출'을 시도하지만, 언제나 실패일 따름이다. 한없이 부끄럽고 또 창피하지만 그 역시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 스스로의 상처를 달래며 손님들을 배웅한다. 언제나 너무 많은 실례와 무례를 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