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

생각의 단편들을 키보드로 옮기는 건 언제나 날 즐겁게 한다.
눈을 감아서 참선하는 것은 재미 없다.
누워 자면서 하는 와선도 이젠 물린다.
영화 인셉션과 같은 박진감도 이젠 그다지 없다.

그냥 일상에서
키보드를 치며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바라보며
딴청도 부리면서도
글을 계속 쓰고 있다.

이렇게 난 여여하다.
성성적적하다면 글을 쓰는 그는 성성적적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그는
딴청을 부리는 나와 또 다른 나들을 통해서
생각거리를 제공받기도 하고
가끔 끊어진, 아니 자주 끊기는 생각의 흐름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도 여하튼 글을 써내려 가고 있으니 조화롭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방안에 앉아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감히 나를 사랑해도 될까?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선군에 자리한 흑말바위

아기의 울음

잠재운 듯하는데 아기는 또 일어나 보챈다.
밤새 보채는 것도 모자른지
아침에도 낮에도 어떻게 보는 우는 그 짧은 순간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끝나지 않고 영원할 것 같다는 악몽까지 느끼게 된다.

고통이란 그렇고
고통 받고 싶지 않은 욕심이란 그런 것 같다.
언젠가 잘 지운 듯했는데
다시 고개를 들고 움직이며
불현듯 이미 우리를 욕심의 노예로 만들어 놓기도 하다.

뭐가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아기는 밤새우는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알 수 있을까?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10년 후의 나

10년 후의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죽기 전의 나에게도 흥미가 많아졌다.

언젠가부터 백 년 후 아니 천 년 후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면서도 결국 눈 앞에 작은 일들에 휘둘려 무너지는 자신을 매일 또 본다.
나의 가증스러운 ‘자만감’의 끝은 어디일까?
참회하며 또 참회해야 할 따름인가 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선읍 봉양리 소재 생탄마을의 한 농가의 외양간 겸 부엌에서 소가 여물을 먹고 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지금 바로 여기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생각조차 버리는 것도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서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집중이란 강요이며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기 때문인가?
뭔가 한 가지 일을 한다고 해도 '집중'한다는 생각이 따로 있다.
그러기에 이미 집중한다는 마음속의 규정이 나오는 시점에서 난 집중하지 못한 것이 된다.

정말 집중하고 있다면 대체 또 어디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지금 바로 여기 존재한다는 것은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이다"란 생각조차 내려놓고 왜 그걸 원하는지 먼저 봐야할 듯하다.

얼마나 원하고 그래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도 알아야겠다.
그게 어쩌면 불교의 '수처작주'의 의미가 아닐까?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이란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
얼음도
수증기도
냇물도
바다도
빗물도
시공간과 환경을 달리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변화하지만
결국 물이 아닌가?
그래서 상선약수라고 하나 보다.

나는 뭘까?
모양은 다르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나'가 중요한 것인가 보다.
그래서 지금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 어디에 왜 있는지 그 의도를 보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