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50 – 디팍 초프라 인터뷰 기사에 대한 몇 가지 의문

중앙일보 2016년 4월 13일자에 의하면 세계 영성계 수퍼스타인 디팍 초프라(70)가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1946년 인도에서 출생한 그는 내분비학 전문의 출신의 명상가로 고대 인도의 치유과학인 아유르베다와 현대 의학을 접목한 ‘심신의학(心身醫學·Mind-body Medicine)’을 창안했다. 초프라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아이콘·영웅’이라고 한다. 전 세계 43개 언어로 3000만 권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의 작가다.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미란다 커 등 월드 스타의 멘토로도 유명한 그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지상에 소개되었다. “진정한 영성은 자기각성…종교와 아무 상관없다”라는 제하의 "디팍 초프라 인터뷰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이 있어서 글을 써본다.

“한국은 세계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나라다. 탈근대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영적인 배고픔’도 있다. 동양의 지혜 전통과 기독교 사상이 만나는 곳이라 위대한 영적 유산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답변에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환상이 근저에 있다. 기독교의 영성이 동양의 지혜전통과 융합한 곳이라는 공간 지리적 선입관이 있는듯하다. 융합의 ‘융’의 의미를 고려해 보면 실제적 교류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특성과, 왜 유럽에서 가톨릭이 쇠퇴했는지를 망각한 것인지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양 철학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아닐까 싶다. 또한 탈근대 세계와 무관하게 모든 나라 아니 모든 인간은 영적인 배고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 기술 발전을 주도한다는 말로 시작한 것은 ‘강연 마케팅’의 일부로 오해될 수 있다.

“영성은 별다른 게 아니라 ‘자기각성(self-awareness)’과 창의성이다. (영성의 세계에서 요즘 가장 신나는 일은) 사람들이 점점 종교적인 도그마나 이념을 탈피하고 영감과 창의성의 원천인 자기각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영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답변에 나오는 자기각성과 창의성도 완성된 답이 아니라 답의 일부를 구성하는 부분들일 따름이다. 영성을 담론하는 데 있어서 정답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노자의 ‘도가도비상도’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이 번역의 잘못이 아니라면 그의 자신감은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일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일 수 있다. 또한 ‘종교탈피’ 운운은 애초부터 영성을 종교에 올가미에 채운 이들의 ‘틀에 박힌’ 화법일 수 있다.

애초부터 영성이라는 소재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이 종교이며 가톨릭 등의 기독계 사상의 주요 ‘무기’일 따름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따라서 영성을 종교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서 시작된 논의인 듯하다. 그 역시 인터뷰 끝에 “영성은 모든 종교적 도그마로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 진정한 영성은 종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위의 문제제기는 이미 충족된 듯하다. 다만 그 의문점을 남겨두어 그의 강연이나 저서 등에서 어떤 의견이 개진될 지가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영성은 우리를 현재의 ‘축소된 정체성’에서 ‘확장된 정체성’으로 이끈다. 그 결과 상상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영성의 과학이 곧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말 가운데도 있는 영성은 확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확장이나 발전 일변도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한 확장에는 축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굳이 애써 반증을 들라고 하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그 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안목에서 흐름을 볼까에 따라 확장과 축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장 지향적 어쩌면 일변도적인 생각에만 매몰된 것은 그의 철학적 사유가 과연 ‘인도’적인가를 의심하게 한다. 인도출신에 미국 거주라는 특이한 생활력(?)이 꼭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 듯싶다. 극단적인 예로 외국에서 대학을 다닌 한국인 철학자들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것도 한 예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그가 말하는 ‘확장에 따른 상상력의 비약적 발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백양사 재가자 부도탑

다만, ‘비약적’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상대적인 과장(과다 의미부여)이 보태진 기대나 희망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아울러 굳이 과학 앞에 영성을 붙이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 또한, 기독교적인 진화론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과학은 이미 창의성이 담보된 것이기에 굳이 문제 삼을 것도 없다. 하지만, 굳이 영성 뒤에 과학을 넣을 필요가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도 여전히 유효할 듯싶다.

그가 말하는 영성이 무슨 말인지 그조차도 잘 모를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개념에 대해서 오랫동안 교류할 기회가 없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영성은 곧 창의성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 본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영성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과학탐구에 싫증난 ‘영성 마케팅을 하는 과학자’라는 냄새가 풍기는 것은 아닐까라고 한 도반은 전한다.

“웰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영적인 웰빙’은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 사랑의 발현, 초월, 인정(人情), 기쁨, 평정 등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웰빙은 ‘지금 당장 바로 여기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정의하고 싶다.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물론 여기서 해방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게 왠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성불’과도 같은 이야기를 과연 ‘웰빙’이라는 말 한마디로 단순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무관하다는 말은 아니다. 여하튼 그런 의미에서 영적인 웰빙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이라면서 인정, 사랑, 기쁨, 평정 등 몇 가지 단어의 나열로 답하는 것은 전혀 충분치 못해서 약간 실망스럽기까지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는 그의 업적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도 되지 못한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의사이자 과학자이자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초심자로서 이번에 그가 전하는 강의를 어떠한 형태로든 꼭 듣고 싶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