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석 칼럼] 19- 최근 조계종 출가자의 잇따른 소송을 지켜보며
“소송 남발은 브라만과 같은 성직자가 되어 신도 위에 군림하려 하기 때문”
청빈해야할 출가자가 무슨 이익을 바라고 소송하는가?
최근 불교계에 소송이 난무합니다. 동국대학교 총장과 이사장 임면, 봉은사 주지의 신도 제명, 용주사 주지의 처자 의혹, 흥국사 탱화절도 의혹 등의 불미스런 일련의 사건과 관련하여 이를 항의하는 시위를 했거나 이를 보도를 했던 20여명이 넘는 불교 시민단체 및 언론 관계자와 심지어는 해당학교 교수와 학생들까지 스님들로부터 피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법부의 판결 결과는 모두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모두 고소인이 패소를 한 셈이지요. 그리고 나머지 진행 중인 사건도 이미 결정 난 사건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입니다. 그런데도 고소인은 다시 재심을 신청했다고 하니 무지인지 오기인지 모를 일입니다.
사실, 소송에 앞서 의혹이 있다면 이를 적극 해명하고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마다하고 단순 부인만하는 태도로 일관하다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고 보도한 언론과 심지어는 아직 가르치고 계도해야 할 학생들까지 고소하였으니 참으로 적반하장입니다. 게다가 우리를 너무도 가슴 아프고 서글프게 하는 것은 이를 남발한 사실상의 주체가 스님들이라는 사실이고, 더구나 지혜와 자비를 내세우는 불가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불자의 한 사람으로 얼굴을 제대로 들 수가 없습니다.
이번 용주사 사건 판결에서 보면, ‘종단이나 공인의 지위에 있는 스님들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의 제기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미 예견된 지극히 상식적 판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종단은 정당한 비판을 오히려 해종(害宗)이라는 낙인을 찍어 출입·취재·접근 금지 등의 방법으로 핍박을 해왔고, 아직까지도 이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면서, 그들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알라위 앗갈라와 정사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송은 욕심에 가득 찬 세속인이나 할 일이지 출가자가 할 일은 못되느니라. 출가자의 삶은 세속의 거사들과는 달리 청정해야만 한다. 수행자는 소장(訴狀)을 쓰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한다. 수행자는 구태여 소장을 쓰지 않아도 덕망 있는 신도는 알고 있다. 출가자는 청빈하게 사는 것이 기본인데 무슨 이익을 바라고 소장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Atthisena Jataka vol. III)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출가자는 소송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법부가 판단을 해봐도 피소인 들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일을 두고 출가자가 고소, 고발을 남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승려는 단순히 세속의 총장과 이사장이지 불자들이 공양하고 예경해야할 스님은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배우는 학생들까지 고발한 사람은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 종단에 이런 일이 난무하는 것일까요?
이는 스님들이 스스로 출가자임을 포기하고 세속인의 역할에 불과한 일반 대학이나 법인의 총장이나 이사, 이사장 자리를 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수행보다는 종회의원, 원장, 주지, 방장 자리에 골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님들이 수행자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브라만과 같은 성직자가 되어 신도 위에 군림하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세속의 명리를 탐하다보니, 선거철인 요즈음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지 선거사무소와 유세장에 삭발염의한 모습으로 얼쩡대는 승려들까지 있습니다. 당선이 유력시 되는 정치인을 찾아 봉투 들고 읍소하는 승려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서 “세상일에 참견하거나 관료의 하수인이 되지 말라(遺敎經)”고 유언으로까지 당부하셨거늘, 어찌 부처님의 제자라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부처님을 말씀을 듣지 않을 수 있답니까? ‘세존께서는 부귀와 명예를 버리고 오직 일대사(一大事)를 위해 출가하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이 아닙니까?
제발이지 부탁드립니다. 우리 불자들이 스님을 뵈면 버선발로라도 뛰어가 반가이 맞이하고, 땅바닥이라도 기꺼이 엎드려 절하는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옵니다. 스님들이 대중의 공경을 받아야 출가자가 늘어나고 불교도 발전할 것입니다. 이처럼 성스럽고 고결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 불가이고 불교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제 총장하고 이사장하고, 선거판을 찾아다니고, 또 소송하는 이런 세속의 일들을 방편이란 명분으로, 세상이 변했다는 이유로 끼어들 생각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바뀌었어도 우리는 수저를 가지고 밥을 먹어야 하지 않나요? 근본을 저버리는 것은 불자임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혹여, 그 일이 정법을 지키기 위함이라면 반듯이 신장(神將)이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이 욕심을 허락한 유능한 세속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청정한 승가가 부처님을 유지를 어기면서까지 그 시궁창에 발을 담그려합니까? 이것이 해종입니다.
양식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종단에 등을 돌리기 전에, 이제라도 고소고발을 거두고, 언론 핍박을 멈추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불교삼보회 삼보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