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47 -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야 자만 막을 수 있어

정선군 동강.

사랑이 있기는 하나?

사랑이 정말 있기는 한 건가? 가수 이승철의 노래 가사가 가끔 심금을 울린다.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다 죽을 듯이 하고는 우리는 언젠가 또 다시 사랑을 한다.
그렇게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사람을 만나고 있다.

수행도 그렇다. 사랑만 그런 게 아니다.
이 방법이 최고이거나 최선인 줄 알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래서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 새로운 방법이 계속 다가온다. 떠오른다.

그렇게 언제고 다시 시작하지만, 이제 나이는 못 속이겠다.

난 지금 다시 또 새로운 스승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정말 이 삶에서 참다운 스승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지나온 모든 분이 참다운 스승이었다. 나만 참다운 제자가 아니었나보다.

이젠 스승이면서 제자여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제자이고 싶은 받으려는 '욕심'만 있다.
기대고 의지하며 편하게 따라가고 싶은……. 그렇게 위만 좇는 것은 결국 배우다 끝내는 인생이다.

깨침을 얻으려고 스승을 구하는 상구보리는 아무나 한다. 하지만 자신이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헌하며 제자들에게 전하는 하화중생은 아무나 못 한다. 배우는 것이 이기라면 가르치는 것은 이타이다. 이기와 이타가 둘이 아니다.

이제 배운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미 조금이라도 알량하게 깨친 것이라도 세상에 나눠줘야 한다. 그게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의 길이며 교학상장의 길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서로를 성장하게 한다. 그렇게 세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가수 이승환의 노래처럼 "세상에 사랑을 뿌려야 한다." 아마도 그게 보시바라밀인가 보다. 특히 가장 공덕이 크다는 '법보시'인가 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선 정암사 전경.

재가자에게 도를 구하는 출가자

세상이 싫어서 그런 염리심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런 출리심을 내어 승려는 되었는데 마땅한 스승이 없다.
참된 승려가 되려면 역시 참되고자 하는 스승이 필요한데
그런 스승을 구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꼭 은사일 필요는 없는데 굳이 은사한테 집착해서 출가 전부터 스승을 물색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른 법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들 속으로 병들어 있다.

부처님의 뜻을 받드는 이라면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이다.
제자에 출가와 재가가 어디 있는가?
승속을 떠나서 사부대중 모두가 부처이며 스승이다.
그런데 굳이 상을 낸다.

내가 출가자인데 어찌 재가자에게 배우겠냐며!
세상에서 제일 못된 놈들이 출가를 한다는 속어도 있다.
아마도 출가하면서 가족도 버리고 부모도 버리기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다 버리고 출가했으면서도 정작 출가했다는 '상'만은 못 버린다.
내가 부모 형제는 버렸는데 그것까지는 못하겠나 보다.
한 재가 수행 단체의 노사께 가끔 참선화두에 대해서
가르침을 배우러 오는 출가 승려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불교 승가가 살아 있나 보다.
다행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정선군 정암사 수마노탑.

자만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누구에게나 한 수가 있다고 한다. 아니다.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몇 수는 있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장점들이 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면에서 특히 내가 잘 못하는 부분에서는 나보다 못한 놈은 없다는 말도 된다.

하심을 모르는 이는 수행자가 아닐 수 있다. 하심을 해야 비로소 수행이라는 게 성취가 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행이 이뤄지고 나서도 '자만'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건 '자만'이 아니다. '자존감'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기 때문이다. 자존심만 있는 이들에게 자존감 있는 사람들은 눈에 가시일 따름이다.

이런 설명을 하면 경지와 안목이 다른데 말해 봤자, 그걸 제대로 알아듣겠냐고 한 도반은 전한다. 하지만, 다행히 귀가 밝은 도반이 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 도를 전하나 보다.

뭣도 모르고 잘난 척하는 것과 일단 경지에 오르고 이야기하는 것의 차이 정도는 일 것이다. 가라앉힘 없이 '수처작주' 어디에 처하든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그저 '자만'일 따름이다. 하지만 가라앉히고 수처작주하면서도 묵묵히 말을 전한다면 그건 '자존감'인 셈이다.

말에 이유가 있고 의도도 있다면 그런 말 아니 말씀은 경청해야 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부처님이 말씀한 것은 자존심이나 자만이 아닌 자존감이다.

자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다. 그렇게 깨어 있으면서 가라앉혀야 비로소 '자존감'이 생긴다. 이 뜻을 깊이 새겨서 알면 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 자체에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걸 아는 도반을 만나고 싶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