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누군가와 일을 같이 할 때는 지시한 대로 그대로 따라서 이행해야 합니다. 모르겠으면 물으세요. 물어서 정확히 자기가 할 일을 구체화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정말 그 일이 좀 다르거나 이상하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일 경우, 일을 하기 전에 충분히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양해를 받고 새로 지시를 받은 이후에 해야 합니다.

결국 일을 하라는 지시나 뜻을 받으면 반드시 지금 당장 여기서 바로 해야 합니다. 늦어지거나 못하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낫다면 바로 보고를 해야 합니다. 지시를 한 분과 의논을 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면, 바로 토스를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그냥 눌러 앉아서 하지 않고 있으면 안 됩니다. 만약 그러면 안했다고 욕 듣고 하면서도 혼나고 해놓고도 욕을 듣습니다.

본다는 것 1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안목이 보이게 됩니다. 보려고 하면 보이게 되므로 보려는 노력만 해도 차츰 보이게 됩니다. 그럼 상대가 눈앞에 있는, 아니 스스로 말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문제점이 하나라는 ‘점’을 보는지 문제의 전후 맥락이라는 흐름이라는 ‘선’을 보는지 그런 선들을 포함한 배경 등의 ‘면’을 보는지 두루두루 관점을 달리하고 입장도 달리하면서 ‘입체’로 보는지 좀 떨어져서 타자화 시켜서 객관화를 하는 ‘입체’를 돌려서 보는지를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이상도 있지만 어느 관점에 서든 결국 다 ‘점’은 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이 전혀 다르게 해석될 따름입니다. 결국 다시 순환론적인 이야기가 되는데, ‘점’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안목’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가 우리의 도반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요? 그래도 도반입니다. 어쩌면 이글을 읽는 분들이 모두 도반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말만 들어서 ‘도반’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석유파동으로 집에서 장작으로 밥을 해먹는 네팔사람들

본다는 것 2 계제
수행에도 수준이 있습니다. 단순히 위아래의 상하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저 아득한 높은 곳과 저 낮은 곳을 아직 우린 잘 모르니까요. 다만 그래도 아는 게 조금 있습니다. 그냥 서로 말하다 보면 대충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말을 하다 보면 그들의 안목이 보입니다.

한 점만 콕 집어 말하는 사람, 점점을 이어 억지로 선을 만드는 사람, 한 면만 보는 사람. 다 본다고 이면저면 착각해서 말하는 사람, 다 보고 통찰력 있게 의미를 전달하는 사람. 그 역시도 작은 점에 불과한 점을 느끼게 하는 사람 등등요. 이것조차 못 보면서 거창하게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말을 들으면서 한 단계씩 관점을 바꾸고 안목을 끌어 올리면서 말해 볼 수 있거든요.

혹시라도 잘 되면 법보시한 보시바라밀이 되고 잘 안 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 준 인욕이라는 바라밀을 한 게 되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다 보살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라도 보살행을 한다면 그 때는 보살이 맞습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때로는 천천히!
대화를 하든 일을 하든 혼자 열심히 하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혼자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됩니다. 혼자서 해야 할 일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혼자만 너무 빨리하면 나머지는 커다란 부담이 생깁니다. 길을 갈 때도 잘 걸을 수 있다고 아니 빨리 가고 싶다고 혼자서 너무 멀리도 먼저 가면 안 됩니다.

왜냐고요? 한 번 헤어지면 다시 따라잡기도 싫어지거든요. 삶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항상 함께 가기를 원합니다. 함께 간다면 빨리 가도 상관이 없을 듯합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석유파동으로 집에서 장작으로 밥을 해먹는 네팔 사람들.

내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맘
NGO 내에서 모두들 하기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영화에 자막 씌우기인데 결국 전문가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결국 다른 영화과 교수님과 상담을 합니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무료상담을 해서 일을 배우고 일할 사람도 소개를 받습니다. 하지만, 결국 5편이 넘는 영화에 자막을 씌우는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하기에, 지도 학생 가운데 그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을 소개받습니다.

NGO가 하는 일이니 40~50만 원만 주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소개받는 NGO 사람들은 40만 원을 머리에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항상 55만 원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소개시켜준 사람은 50만 원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하고 돈을 받을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왕 주는 거 모두들 만족하고 행복하려면 역시 50만 원은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밥도 먹어야 하고 다과도 해야 하고 술도 한 잔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별도로 사주면 되지만 결국 끝에는 수고했다며 고맙다며 5만 원을 더 주는 배려 깊은 ‘센스’가 필요한 듯합니다. 삶이 수행입니다. 삶속에서 같이 일한 사람들한테 인색한 이는 도반을 은인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쭙잖게 승려들이 보리심이니 염리심이니 말하기 전에 자기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행하는 ‘인색’함부터 고치기 바랍니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