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의 경계 1

'살얼음판 위를 걷다'라는 뜻의 의미는 뭘까요? 조심하며 신중하게 살라는 뜻이 맞나요? 정말 꼭 그런 의미인가요? 살얼음판을 돌다리를 두드려 보듯이 걷는다고 해서 얼음이 정말 안 깨지나요? 망치로 두드려 볼 수는 없으니 조금씩 발을 디뎌보아도 얼음이 깨지지 않는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금조차도 가지 않는 단단하고 두꺼운 얼음판 위는 경계가 아닌가요? 아니 맞나요? 아무리 꽁꽁 얼어붙어 두꺼운 얼음판이라도 결국 저처럼 뚱뚱한 사람이 그 위에서 뛰어 놀면 그 얼음판은 반드시 깨지기도 합니다. 그럼 그곳은 경계처럼 보이지 않지만 경계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요? 경계란 그렇게 항상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곳이 맞나요?

살얼음판의 경계 2

제가 서 있을 수 있다고 해서 그곳이 경계가 되고 아니고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강물 표면을 살짝 덮은 살얼음판이 아닌 곳이 경계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이 정말 안 깨지는 곳인지, 나아가 어디까지 깨지는 지를 두꺼운 얼음 위에서 미리 한 번 시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비무환(有備無患), 즉 대비해서 걱정을 미리 막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혹시 이런 경계를 알아보라는 과정 모두가 결국 항상 내가 어디 서 있는지를 보라는 '조고각하(照顧脚下)'의 의미는 아닐까요?

네팔 포카라 시내 논에서 축구를 하고 노는 아이들

살얼음판의 경계 3

전 오늘도 살얼음판 같은 삶에서 제 경계를 알아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또 다른 경계를 시험해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까지는 되지 않는지. 마치 장난기 가득한 해맑은 소년의 짓궂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저는 누구보다도 더 신중하게 그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대의명분과 씨름하지만 실제는 아무 소득이 없습니다.

아직도 정성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체념할 수가 없어서 어디서든 얼음판 같은 것들을 깨기 위해 뛰어도 보고 앉아도 보고 합니다. 그러다 조금 느낀 것은 제가 허용하지 않는 한 살얼음판도 없고 얼음이 깨져도 꼭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경계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하나의 경계가 시작됩니다. 얼음이 안 깨지도록 하는 것이 눈앞의 '경계'라면 깨지고 나면 물에서 나오기 위해 몸을 의지해도 안 깨지는 새로운 얼음을 찾는 것이 또 하나의 '경계'가 됩니다. 얼음판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것이지만 그 기준이 달라집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그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팔 포카라 시내 논에서 축구를 하고 노는 아이들

살얼음판의 경계 4

이 삶과 이 세상에는 끝이란 게 없는 듯합니다. 누구는 죽으면 끝이라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업력에 의해서 전 다음 생을 이번 생에서 결정하게 되고 다음 생에서 이생에 끌려 다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삶에서야 죽음이 경계 같지만 죽으면 '삶'이 경계가 되기도 합니다. '회광반조(回光返照)'란 그런 뜻도 있나 봅니다. 그런 자세로 '삶' 뿐만 아니라 '죽음'도 관조하면 될 듯합니다.

스스로 끝내지 않는 한 우리에게 경계란 없을 듯합니다. 모든 게 이어지고 경계라고 해도 잠시 그때만 유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음판은 두터워지기도 하고 반대로 가기도 합니다. 또 물밑 환경에 따라서 살얼음판이라고 해도 땅이 가끔 나오면 가끔 디뎌도 되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 된다는 그런 경계는 사실 애초부터 정해진 게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직 우리가 스스로의 역량을 보고 운명을 보고 정할 따름입니다.

설사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일이 있어도 헤엄쳐 나와 다시 얼음판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항상 우리를 따르고 또 물에 빠져도 사라진 듯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다시 소생하여 우리를 쫓아올, 아니 찾아올 우리의 그림자를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가끔 하늘도 보고 그림자도 보면서 우리가 어디 서 있는지 보시며 과거와 미래를 오늘에서 찾기 바랍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