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꽤 유명하고 신도도 많은 승려가 있습니다. 과거에 뭐 했나 봤더니, 남의 글을 버젓이 자기 것이라고 신문에 연재하다고 딱 걸린 적이 있습니다. 과거 일이니 뭐 그럴 수 있다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더 알아보니, 인가를 한 사람은 입 다물고 있는데 스스로는 인가를 받았다고 한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가를 줬다고 한 사람도 그럴 만한 자격이 없는 함량 미달 같았습니다. 그러니 줬느니 안 줬느니 할 것도 없는 것이 되는 셈입니다.

얼마 전 그 승려가 낸 책을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우리 출가승들에  너무 많습니다. 아니 부끄러운지도 모르나 봅니다. 안목이 거기까지니 대충 그렇게 책을 내도 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정말 애석합니다.”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한 출가 승려가 갑자기 ‘승가’를 욕했다며 '바라이'죄라고 합니다. 목이 잘리는 죄라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엄청나게 화를 내고 있었다는데 있습니다. 서평 하는 사람이 책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 정도 했다고 불교 수행의 가장 기본 가운데 기본인 ‘분노’ 조절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출가승이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하는 말을 보면 “승려는 모름지기 여여해야 하고 성성적적해야 한다며 스스로는 이미 그렇다”라고 적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유가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지 않는 게 군자의 덕목인데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여하튼 참 놀라운 열등감입니다. 출가 승려분들이 부모 처자식 다 버리고 ‘성불’을 위해서 출가했다면서, 정작 출가했다는 상을 못 버리니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 한 지도법사가 자신에게서도 공부를 하다가 출가한 사미승에게 “스님”은 아니고 “승려”라고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했더니, “막장까지 가려고 하냐?”는 답을 듣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암담할 따름입니다. 대체 왜 출가를 한 건지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네팔 포카라 마낭곰파에서 제기차는 깔마파 동승들.

며칠 전 좀 괜찮은 한 승려와 차 한 잔을 했습니다. 사람도 좋고 학식도 있는 사람인데 사람만 나오면 '너의 전생은 뭐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하니, 왜 그러면 안 되냐며 역성을 냅니다. 윤회를 인정하는 것은 불자로서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생에 누구였으며 무엇을 했는지가 왜 그리 중요한 걸까요? 한낱 호기심을 풀기 위해 수행을 하나 봅니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굳이 맞을 확률도 거의 없는 전생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혹세무민’입니다. 이런 폐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얼마나 참 불쌍하게 여기실지 이 역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제자이지 ‘전생 집착증 환자’는 아닙니다.

얼마 전 한 사찰에 갔더니 스님들 모임이 있었나 봅니다. 마침 행사가 끝나고 스님들이 모두 앉아서 공양을 하려고 하던 순간이었나 봅니다. 주최하는 스님이 알아보고는 얼른 들어가서 같이 식사하시라고 하더군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나 보다는 한심한 기대를 하고 공양간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한 여신도가 지금은 스님들 식사하니 나중에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한 바퀴 도량석을 돌고 다시 들어가니 여전히 스님들만 꽉 차 있고 신도들은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양간에는 우리 불자들 공양할 자리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승려들에게 3배 하게 한 성철 스님 덕택에 출가 승려들이 이렇게 ‘하심’을 잃어가며 특정 신분화 되어 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하심하라고 했는데…….

한 스님이 경전을 가르칠 자리를 소개해달라고 합니다. 뭘 제일 잘하고 뭘 가르치고 싶으시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한 후에 능엄경인가를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들어보니 아직 무르익지 않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뭘 그리도 많이 안다고 가르치고 싶어 안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전을 전하는 것은 그런 과시욕을 채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능엄경은 몰라도 그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페이스북에 자기 사진을 계속해서 바꿔 올리는 한 출가승을 봅니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들어서 내렸고 마음에 들기에 올렸을 것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니, 그 죽 역시 다 타버려서 더 끓일 것도 없어 보이는 관상인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마음공부에 집중해야 할 분들이 외모나 얼굴에만 집착하니 전법이나 포교가 아니라 연예인 홍보 같았습니다. 부디 ‘페북질’ 그만 하시고 화두일념하시기 바랍니다.

참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한 출가 승려가 느닷없이 “너 뭐냐?”고 다짜고짜 반말을 합니다. 참선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니, “그럼 어느 정도냐?” 하기에 옆에 있던 분이 “우리 참선 선생”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랬더니 대뜸 “무념무상에 들어갔냐?”고 묻기에 당연히 그 근처에도 못 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물러서는데 ‘안심’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뭐에 꺼둘리기에 그리 쉽게 일희일비하는지 참 안타까운 중생입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이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