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가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니, 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게 남을 대상으로 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제 이야기인 걸 아는 사람들은 알죠. 그걸 아는 것만 해도 참 대단한 분이 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죠. 내가 생산해 놓은 나의 유산들은 오직 나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장난기가 많다는 건 우쭐하다는 것입니다. 잠시 방심해서 생기는 틀이 모처럼 마음이 커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그게 호사다마라는 것으로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거죠. 어쩌냐구요? 이러면 어떨까요?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호사다마', '새옹지마'를 생각하며 혼자 있더라도 신독하는 것입니다. 신중하게 겸허하게 스스로가 방심하는 그 틈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쭐(자만과 조금 비슷)이 올라보면 방망이로 한 대 때려줍니다. 그렇게 기를 죽이는 걸 즐기세요. 아무렇지도 않게요. 그러면 후회도 안 남습니다.
기억은 죽으면 사라지는데, 장난기는 못된 버릇, 그런 습기여서 훈습되어 죽어서도 경향성으로 남죠. 제일 나쁜 게 업력의 기본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주역에 육효가 있고 해석상 문제인데 굳이 하수와 상수를 두고 비교해보면 장난기가 있는 사람의 수준이 그래요. 1,2 수준이라고 해야 할 듯해요. 경험해야 아는 사람이요. 남들 뻔히 알고 안 하는 짓을 꼭 해보고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알죠.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는 이생이 좀 짧아도 많이 짧다는 거죠.
64괘에 또 6을 곱하고 또 곱하면 그 변화는 정말 커지겠죠. 단순히 생각해도 그 총합에 따라서도 길흉회린(吉凶悔吝)이 바뀔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천진무구한 장난기로 인해 언제나 곱하기 1이나 겨우 2만해서야.
장난이나 하는 철부지들이시여. 부디, 이제 1,2를 넘어 2,3으로 가세요. 장난기 발동할 데 완전히 통제하면 3,4로 갈 수도 있죠. 여기서 완전한 통제란 후회 없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거죠.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스스로의 발전을 즐기는. 그런 장난기면 더욱 맑고 밝겠죠.
사진=양양 달래촌 김주성 촌장 제공.
주역의 기본은 변화를 이해하는 거죠. 변화가 있기에 세상은 고통스럽죠. 생로병사…. 행복은 늘 그 자리에 안 있는 게 문제죠. 행복이 움직이는 그곳을 함께 가면 되죠. 근데 그게 안 되니 잠시라도 찰나의 행복을 극대화해서 서로의 스펙트럼을 맞추면, 그리고 그 시간을 극대화하면 계속 행복하게 되겠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말입니다.
주역은 일의 변화를 보고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참회하면 길이 되고 참회에 인색하면 흉이 되는 간단한 이치와 그 변화상을 계속해서 설명했죠. 주역의 기본은 여기에 있는 듯해요. 아비담마구사론의 참과 회의 방법이 엄청나게 적혀 있는 것과 같죠.
수행하는 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한시도 빠지지 말고 참회하세요. 반성하고 다시는 안 하는 게 참회예요. 여기에 장난이란 우쭐한 기분은 설 곳이 없어요.
딱 그 수준에 계속 서 계시지 말아주세요. 움직이는 데 나아가는 데 인색하지 말아주세요 오늘 제가 제게 드린 가르침을 싸구려로 삼을 것인지 몇 억의 가치로 재생산할 것인지 역시 여러분의 참회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도반인 정 이사님이 귀국하는 날입니다. 지금 공항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런 날이군요. 오늘이란.)
또 다른 한 장난기 있는 도반으로 인해서 제 모습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어렸을 때의 제 모습이어서 기쁘기까지 합니다. 이런 우쭐함을 보고 경계를 합니다. 결계가 풀리지 않게 되어 또한 기쁘지 않은지요? 이런 식으로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않겠습니다. 멀리 있는 친구란 그런 의미죠. 이미 내 옆에 와 또 나를 살찌웁니다.
'단톡(단체 카카오톡) 방'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즐겁습니다. 스스로의 희망과 실제를 분간 못 하는 게 여전한 걸 보고 처음에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무시하고 질시했습니다. 나중에는 장난기 있는 이들로 안도했습니다. 최근에는 그들이 저와 같음을 알고 연민을 느끼고 안타까워합니다. 지금은 그들도 나도 아닌 현상으로 지나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 이렇게 대화 속에서 대답해야 하는 필요성과 시점에 대해 배웁니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는가? 해야 하면 언제 해야 하는가? 예전에 맹자를 보니, 왕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할 때도 때를 가리더군요. 오늘 이야기하면 칼 맞고 내일 이야기하면 그래도 목숨은 건지고.
오늘은 되지만 내일은 안 되고 어제는 안 되었지만 오늘은 되고 그 사람은 안 되지만 나는 되고. 세상이 다 차별이죠. 그게 무등의 참된 뜻이기도 합니다. 차별성 속에 무차별을 보고 평등 속에서 다시 무등을 보는.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