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보면 이런 저런 작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한다. 잠시 뒤돌아봐도 온통 지은 죄가 너무 많은 ‘잡놈’이며 ‘나쁜 놈’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런데 그건 나나 몇 명만 추억하는 ‘잘못’에 불과하다. 여하튼 어떤 잘못을 하던 참회하고 죗값을 치루고 다신 안 하면 된다.

일반인들도 한자리에 모여 얘기하다 보면 가끔 모두들 스스로가 더 나쁜 놈이라며 “참회 아닌 참회”를 무용담처럼 하곤 한다. 그런데 “참으로 나쁜 놈들은 세상에 죄가 드러나도 ‘감옥’도 안 가고 오히려 굳이 알린 ‘사람’을 핍박해서 작은 잘못도 키우는 ‘침소봉대’라는 수법으로 괘씸죄를 뒤집어씌운다”고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전한다.

백양사의 풍광. 사진=하도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주역사전(周易四箋) 가운데 무진본(戊辰本) 권22에 보면 “길흉회린자생오동자야(吉凶悔吝者生於動者也)”라는 말이 있다. 길한 것과 흉한 것, 그리고 참회하고 인색한 것이 모두 변화에서 나타난다는 뜻인가 보다. 누구나 잘못을 하는데 그래도 그 앞에는 길흉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참회를 통해서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해서 지금부터는 다시 안 한다면 당연히 길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참회에 인색해서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하던가 말만 번듯하게 고치겠다고 하고 때가 되면 번복하거나 잘못을 거듭하면 당연히 흉할 따름이다.

어른들은 웬만한 잘못은 스스로 고치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사람 잘 안 변한다고 하나보다. 하지만 그건 속세에서나 하는 말이다. 수행하고자 출가한 성직자는 일반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놔둬도 다들 스스로 조금씩 고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유독 일부 승려라는 성직자들이 혼자서만 뒤쳐져서 그 자리에서 맴도니 안타깝다. 하지만 크게 봐서는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맴돌고 있으니 불편한 의미에서 ‘정중동(靜中動)’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물 안 개구리라고도 할 수 있나?

백양사의 풍광. 사진=하도겸.

옛 선사들은 잘못을 모르는 제자들을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불교를 숭배하는 대만에서는 육식을 하거나 범죄는 물론이고 계율을 조금만 어기는 승려가 있어도 이구동성으로 혼을 내주고 승단에서는 괘씸죄가 아닌 실제 지은 죄에 따라 파사현정의 징계를 바로 한다고 한다.  아무리 뻔뻔한 출가승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심한 욕을 받아도 “명예훼손”으로 감히 재가자를 고소할 수는 없다. 후배들을 몽둥이로 일단 두들겨 팰 수 있는 깨친 어른 스님(선지식)이 없어서 그런가?

옛날 중국 신화시대라고 하는 하은주 가운데 은나라(상)의 무을(戊乙)왕은 거북점괘를 쳤는데 그게 맞지 않으면 가죽주머니에 피를 채워 높이 매달고 활을 쏘면서 “내가 하늘을 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 한 신도는 “요즘처럼 불자인 게 창피한 적이 없다. 세상에 알려진 죄가 있는 승려가 머무는 절에 가서 그 절 불상들을 다 부수고 싶은 심정”이라며 ‘구업’만 짓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요즘 수험철이어서 그런지 부적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잘 되라는 뜻으로 그리고 소나기는 피하라고 나쁜 것은 잠시 피하겠는 뜻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마음에 어려운 분들에게 부적을 써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불자로서 “세상에 알려져 경악할 만한 죄를 더 이상 짓지 말아주세요!”라는 뜻을 담아 범계승들에게 부적을 써주고 싶다.

백양사의 풍광. 사진=하도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