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법당에서 법회가 끝나면 장병들과 둘러 앉아 친교도 하면서 먹는 간식으로, 현장조리 메뉴를 제외하면, 단연 피자와 햄버거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장병들이 좋아할만한 질량으로 이를 구입하려면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아서,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특별한 날이라도 큰맘을 먹거나 누가 거들지 않으면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운 품목이지요. 그래서 비교적 만들기가 쉬운 햄버거를 종종 집에서 만들곤 한답니다.
요즈음에는 햄버거가 사병식단에도 포함된 메뉴라서 선호도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사제(私製)고, 수제(手製)라는 의미가 더해지면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비용은 절반에 품질은 곱이 되는 햄버거를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가 있답니다.
대형 마트에서 햄버거용 빵과 패티,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울 양배추 등의 채소와 소스를 준비하고, 이를 포장할 유산지만 있으면 됩니다. 한사람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패티를 지져내면 다른 한사람이 소스에 버무린 채소와 패티를 빵 사이에 넣은 다음 유산지로 한 개씩 포장하면 그만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아서 한 시간이면 둘이서 1백 개는 거뜬히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식지 않도록 보온 상자에 넣었다 따뜻할 때 나누어주면 장병들이 참 좋아합니다.
사진=네이버블로그 '정군아내'에서 캡쳐
법회 날 아침 일찍, 전날 준비해둔 재료로 아내와 함께 햄버거를 만들면서 장병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고, 또 신이 납니다. 이런 마음으로 햄버거 만들기에 집중하다보면 거기엔 어떤 잡념이나,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장병불자들이 법사가 직접 만들어 온 정성에 감사하고, 수제 햄버거의 맛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고맙고 마음도 뿌듯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좋은 재료로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어야지 하고 다짐도 한답니다.
그리고 그날 법회에서 공업중생(共業衆生), 천지동근(天地同根), 만물일여(萬物一如) 등의 부처님 가르침을 장병들에게 전하면서, 국방의무에 헌신하는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칭찬한 다음, ‘모두 성불합시다’로 작별인사를 하고, 즐겁고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면 기다리는 얘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빠, 오늘 좋은 일 있었어요?”
<화엄경(華嚴經)>에서 대승보살의 열 가지 수행단계를 십지(十地)라고 합니다. 부처의 지혜를 이루어서 흐트러짐이 없이 잘 간직하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이롭게 하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가 온 생명을 품고 기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지(地)라고 합니다.
그 십지의 첫 단계가 환희지(歡喜地)입니다. 중도(中道)의 지혜로 불성(佛性)의 이치를 보고 잘못된 견해를 끊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살아갈 때 느끼는 기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보살행을 하면서 맛보는 행복감이 바로 환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을 이구지(離垢地)라고 하는데, 탐·진·치 삼독(三毒)과 같은 온갖 번뇌를 여의여 몸이 청정(淸淨)해지는 단계이고, 다음으로 몸이 청정하면 지혜의 광명이 저절로 나타나는 단계인 발광지(發光地)에 이릅니다. 그리고 나머지 염해지(焰慧地)·난승지(難勝地)·현전지(現前地)·원행지(遠行地)·부동지(不動地)·선혜지(善慧地) 등의 단계는 보살행이 더욱 굳건해지면서 나타나는 지위로 해석할 수 있고, 결국에는 지혜와 복덕을 구비한 자비로운 구름이 되어 온 중생을 이롭게 하는 법운지(法雲地)에 도달하는데, 이것이 십지의 마지막입니다.
햄버거를 만들면서 평등하게 나누고 베푸는 보시행(布施行)의 즐거움을 만끽하니 이것이 환희지요, 만들기에 집중하면서 삼독과 번뇌를 여의니 이것이 이구지며, 법회를 다녀온 아버지의 얼굴표정이 밝으니 이것이 바로 발광지입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온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법의 공덕을 쌓았으니, 이것이 법운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건방진 말씀이지만 필자는 군포교에서 보살 십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군 포교에 나서보라고 권합니다. 군 포교에는 정말로 쉽게 보살되고 부처되는 길이 있습니다. 스스로 젊은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교화(敎化)할 자신과 능력이 있다면 더더욱 주저할 일이 아닙니다. 꼭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젊은이들을 이롭게 하는 전문지식이나, 그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누구라도 환영받습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능력 있는 법사를 도와 열심히 햄버거 만들고 거들면 됩니다. 법회에 함께 가서 햄버거 나눠주고 장병들과 놀아주면 됩니다.
더구나 지금 군대에는 군승법사가 절대 부족하여 법당이 있어도 매주 법회를 못하는 부대가 많습니다. 법당이 없지만 교육관이나 식당에서라도 법회를 하고자하는 부대가 많습니다. 그들이 여러분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무량한 전법의 공덕을 쌓아보시길 바랍니다.
전법이 곧 수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