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문에 참으로 황당한 기사가 사회면 상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박으로 2백31억을 날린 사람이 돈을 잃게 만든 카지노도 책임이 있으니 배상하라는 소송에서 대법원은 ‘자기 책임으로 도박을 했다면 결과도 자기가 져야한다’는 취지로 1,2심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원고는 4년 동안 한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두 번째 방문에 2천여만 원을 딴 것이 빌미가 되어, 1회에 1천만 원도 모자라 대리베팅으로 한번에 6천만 원을 거는 도박에 빠졌다고 합니다. 도박에 중독되다 보니 말리는 자식의 말도 듣지 않고 거금을 날리고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카지노가 도박중독에 빠진 고객을 보호하지 않고 한도를 초과한 베팅을 묵인하여 사행성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이지요. 1심에서는 손실액의 20%를, 2심에서는 15% 배상 판결로 승소했는데, 최종심에서 카지노의 책임이 없다는 결정이 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소송이 담배소송일 듯합니다. 자기가 사서 피워놓고는 건강을 해쳤으니 담배회사가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 외국의 경우에는 흡연자가 승소한 경우가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흡연자가 승소한 일이 없습니다. 법의 판단 여부를 떠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굳이 소송을 하려면 도박장을 개설하고 담배를 팔 수 있도록 한 국가를 상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박은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름을 뜻하는 도(賭)자가 고대의 화폐인 조개(貝)와 관련이 있고, 오늘날과 같은 주사위가 이미 5천 년 전부터 이집트에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늘, 금기의 대상이었던 도박이 최초로 합법화된 것이 1826년 베니스의 카지노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사진출처: 영화 '타짜' 포스터.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는 쌍륙(雙六)이, 고려시대에는 골패, 조선시대에는 투전이 유행했답니다. 쌍륙은 지금의 주사위놀이와 비슷하고, 중국에서 들어온 골패는 놀이방법이 복잡해서 크게 대중화 되지 못하고 마작으로 발전하였으며, 투전은 가장 인기가 있던 노름방식으로 화투의 집고땡과 비슷합니다. 조선조 영조 때에는 어찌나 투전이 성행을 했는지 일반 서민은 물론 양반까지 즐겼으며, 심지어는 군졸이나 관리들이 투전에 미쳐 공금을 횡령하는 일까지 일어나 조정에서 대대적으로 단속했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일제의 침략과 함께 유입된 화투가 투전이나 골패에 비해 놀이방법이 쉽고 다양하여 기존의 노름방식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양의 포커게임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급되었지만 화투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노름인 화투나 마작에 빠지는 사람들이 크게 준 대신에 카지노·경마·경륜·경정·소싸움·게임·복권 등의 다른 사행성 노름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불법오락은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청소년을 비롯하여 가정주부들까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어서, 그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취미로 시작하는 오락이 바둑이나 스포츠처럼 경기자체에 매료될 수 있는 특징이 없으면 사행성으로 전락하기가 쉽습니다. 노름으로 전환되는 대부분의 놀이가 실력이 아닌 요행으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고, 단 시간에 경기가 끝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름은 중독으로 발전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지요.
도박중독은 충동조절장애라는 뇌질환으로 분류되는 질병입니다. 재산을 탕진하더라도 한번 크게 딸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그러다 어쩌다 한번 성공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이 했다는 성취감과 우월감이 생겨, 그 심리적인 짜릿함에 돈을 따고서도 도박을 계속하지요. 중독이 심해지면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여 도박을 하지 못하게 손을 자르면 발로 하고, 발을 자르면 입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박할 돈이 떨어지면 사돈의 팔촌까지 못살게 굴고, 심하면 가족을 파는 일까지 생길 정도로 사리분별을 못하는 무서운 질병이 됩니다.
최근 유명연예인들이 도박에 빠져 무더기로 구속되고 본인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청정한 승가에서까지 승려가 도박에 미쳐 사찰재산을 몰래 판 일이 있는가하면, 재미로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스님들이 모이면 화투를 친다고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싱갈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에게 여섯 가지 위험이 있느니라. 비록 도박에 이기더라도 상대에게 미움을 사게 되고, 도박에 지게 되면 재산을 잃고 슬픔에 빠지게 되며, 재산이 나날이 줄어들게 되고,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서게 되더라도 그 말에 무게가 없게 되며, 친구나 관청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고, 혼담에 지장이 있게 되느니라.”(<싱갈라경>)
부처님께서는 도박을 ‘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스님과 불자가 도박을 즐긴대서야 말이나 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