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참구하고 있는 화두는 “다이어트”인가 보다. “뚱뚱”하다는 말을 들으면 엄청난 모욕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졌고, 아예 ‘분노’까지 느낀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순히 ‘비만’ 정도도 아닌데도 그냥 마르지 않으면 ‘다이어트 좀 하라!’라고 스스로 되뇌는 걸 보니, 우리 모두는 언젠가부터 ‘다이어트’의 노예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못 먹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잘 먹어서 거꾸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만병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는 우리는 ‘인공조미료’나 ‘고기’가 몸에 ‘해롭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물성 보다는 식물성이라는 ‘광고’가 적힌 식품에 손이가고 ‘자연 유기농’이라는 말에 눈길을 돌리곤 한다. 까닭에 연일 뉴스를 타고 있는 출가승들의 타락상으로 인해 불교 인구는 적어만가지만 ‘사찰음식’은 반비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고기를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이라는 말도 거추장스러워 하며, 그냥 자연 식물을 이용해서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요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고기를 전혀 넣지 않고 우리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다이어트’라고 하고 21세기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참으로 곤란하다. 특히 ‘성욕’을 부추긴다고 해서 오신채(파, 마늘, 흥거, 부추, 달래)마저 전혀 넣지 않고 조리한 사찰음식은 사실 먹는 것 자체가 수행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채식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사찰음식’은 요즘 너무 고급화되어간다. 어떤 곳에서는 코스 요리로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하니 서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절밥’이 아니다.
요즘 절에 가도 부처님은 없다. 바른 스님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많아졌다. 물론 절에 가도 제대로 된 ‘절밥’을 먹을 수도 없다. 비용도 문제지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공양주’들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집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거기에 인공조미료가 안 들어가고 오신채도 안 들어간 음식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는 현실이다.
낙산사 주지 도후 스님은 가끔 김주성 달래촌장의 초대로 낙산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양양 달래촌을 찾곤 한다. 쪽빛 동해바다가 보이는 백두대간 태백산맥 만월산 아래 있는 달래촌에는 “이제 절에는 없는 절밥”이 있기 때문이다.
"달래촌"은 "달이 뜨고 내가 흐르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음식점 겸 힐링캠프다. 농촌진흥청 선정 우수 농가 맛집으로 채널 A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에서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착한식당 29호로 선정된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주재료인 산나물을 달래촌 440만평에서 자생하는 약초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을 채취한다. 결국 주민 공동으로 산채를 채집하고 같이 즐겁게 일한다고 하는 게 더 바른 표현일 것이다.
이 농가맛집의 대표 메뉴인 "약산채밥상"(1인 1만 5천원)을 주문하면 입맛을 돋우는 메밀 차나 구절초차 등 계절의 약차가 다기에 담겨져 나온다. 매실효소 다래효소 솔순효소 등 5가지효소를 이용한 소스로 이용해서 세발나물샐러드와 소금이 거의 안 들어간 배추를 넣은 저염식 메밀전이 서울서 240km를 달려온 시장기를 감쪽같이 식혀준다. 매운 맛이 없는 구수한 청국장이 차려지면서 부지깽이나물, 참나물, 취나물, 더덕장아찌, 머위장아찌, 질경이나물, 능진이나물, 마취나물, 브로콜리순장아찌 등 10여 가지 이상 나오는 산채는 솔잎가루와 뽕잎을 넣은 돌솥밥을 밥그릇에 퍼두고 물을 넣어 만드는 누룽지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게 하는 신통력까지 가지고 있다.
먹는 동안 ‘다이어트’생각을 사라지게 하는 이 건강 밥상은 ‘절밥’보다 더 절밥답기에 다 먹어도 소화도 염려 없고 살찔 염려도 없는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시는 눈 깜짝할만한 짧은 시간 사이에 ‘식탐’은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허물을 모두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는 ‘공양게(供養偈)’처럼 달래촌의 ‘밥’은 그냥 ‘밥 잘 먹고 남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만 말해준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32km의 힐링로드와 “달래길”과 함께 백토와 자수정 편백나무를 사용하여 지은 원적외선 찜질방이 있어 ‘달래촌’은 웬만한 ‘템플스테이’보다 더 ‘절’다운 도시인들의 치유의 공간인가 보다. 도시로 가지 않고 고향을 선택한 달래촌의 사람들은 꿈이 있다. 그 꿈에는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이 있다. 보살의 하화중생의 뜻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은 아닐까?
달래촌 김주성 촌장과 부인 문정숙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