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일반전초(GOP)에서 일어난 총기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나라가 소란하고 국민들이 불안에 떨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병사가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참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해, 5명이 사망하고 일곱 명이 부상을 입는 참극을 일으켰습니다. 전에도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연천과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도 이른바 관심병사라고 하는 문제 사병에 의해 저질러진 불상사였지요.

평소 충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병영생활 중에 가혹행위나 규정위반, 사고, 또는 자살 등을 일으킬 염려가 있는 병사를 관심병사라고 합니다. 이들은 전문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그 위험도에 따라 1, 2급으로 나누어 구분하는데,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병사들의 20%가 관심병사라고 합니다. 그것도 관심병사의 4분의 1은 고위험 군인 1급에 속한다고 하니 너무도 충격적이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군대는 상명하복이란 계급조직의 특성상 각종 스트레스가 일어나기 쉽고, 병영이라는 공동생활에서 동료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 등으로 우울증, 대인 기피증, 충동장애 등이 심화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해들이 급기야는 자살이나 사고로 발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번의 총기사고나 그동안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군 관련 사고들이 대부분 이에 기인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군에 입대한 뒤에 관심병사가 되기보다는 입대 전부터 내재하고 있던 성격장애가 군이라는 특수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경쟁위주의 학교, 한 자녀 중심의 가정환경, 외톨이 놀이문화 등의 영향으로 남을 배려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성장배경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관심병사의 문제는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교육은 물론 학교교육과도 연관돼 있습니다.  
 
군이 존재하는 이유가 국가방위임으로 군인은 언제나 임전태세를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강군의 양성과 함께 우리가 소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성장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여전히 나라의 동량이 되도록 훈육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자녀를 나라에 맡긴 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병사 개개인의 고민과 불만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심리상담이 관심병사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병사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미리 파악하여 불상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요. 갈수록 커져가는 장병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군 내부의 문제들까지 밖으로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군에서도 전문상담제도를 도입하여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심병사들 모두를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군종 분야에서도 상담에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고, 일부 종교에서는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계의 움직임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아마도 심리 상담을 인류역사상 최초로, 또 가장 잘하신 분이 부처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때로는 직접 찾아 고통 받는 중생들을 상담을 통해 제도하셨음을 많은 경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는 문답으로 스스로 깨우치게 하시고, 묻는 사람의 심리를 헤아려 근기에 따라 치료하시는 부처님의 대기설법(對機說法)이 바로 상담의 극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고요히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관찰하고, 즐겁고 괴롭고 화나는 마음을 관찰하고, 그리고 나와 그 대상에서 일어나는 법(法)에 대하여 관찰하는 불교의 명상수행이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군대의 관심병사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의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화활동은 현대의 상담심리와도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구나 불교를 마음공부, 즉 유식(唯識)이라고 하니 이는 바로 심리(心理)와 같은 말이 아닙니까? 그러니 부처님의 가르침과 오늘날 상담심리학과의 장단을 파악하여 이를 상담에 응용하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이에 대한 불교계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를 위해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과 군대에서나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 자신의 삶에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수긍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흔히 ‘군대를 다녀오더니 사람 됐다’는 말이 참말이어야 합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생각처럼 ‘군복무가 일생에서 가장 기피하고 싶은 일’이라고 한다면 관심병사는 더욱 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른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궁극이 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에 있으니, 괴로워하는 이를 찾아 위안을 주는 것은 불교와 불교인의 사명이자 의무일 것입니다. 불교계의 관심병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군 불교를 담당하는 종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할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