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의 한 사찰에서 스무 평 남짓한 요사를 신축할 때 지켜본 일입니다.
주지스님이 건축자재를 구입한다고 혼자서 목재소를 다닙니다. 목재를 잘 아는 신도나 시공자에게 맡기면 될 일을 무엇이 그리 못 미더운지, 전문가도 아닌 당신이 직접 나섭니다. 결국 좋은 목재를 값싸게 구매했는지는 고사하고, 수요예측을 못해 남은 목재가 담장 뒤편에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중장비와 고급기술이 필요한 자연석 쌓기 축대공사를 하면서 뜨락이 넓으니 좁으니 하더니만 쌓은 축대를 헐고 다시 쌓기를 수차례 반복하더니, 결국 건축비가 배가 더 들었다고 합니다.
건축이라는 것이 설계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소요자재와 공사비를 산출하고, 또 예산에 따라 자재와 공법을 결정해야 하는 전문분야의 기술입니다. 그래서 건축에는 설계와 시공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도면도 볼 줄 모르는 비전문가의 어설픈 열정이 삼보정재(三寶淨財)를 낭비하고, 공기(工期)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현대는 실로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사회입니다. 세상에는 직업의 종류가 2만여 가지에 이르고, 우리나라에서도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직종만 1천 2백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지만, 전문가나 비전문가가 대충 일하는 사회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비전문가가 열심히 일하는 사회보다는 위험하지 않다.”
그러면 스님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일까요?
물론 출가 전에 익힌 전공도 있겠으나, 출가한 다음에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부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설법하는 일, 즉 수행과 전법(傳法)일 것입니다. 재가(在家)가 스님을 존경하고 삼보(三寶)로 받드는 것도 스님들은 바로 수행과 전법의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님은 세속의 명리를 포기하고 수행과 전법이라는 전공에 매진하는 거룩한 존재들이 아니십니까?
사진=미디어붓다 DB
그런데 요즈음은 자기 전공은 하지 않고 세속의 가요나 춤 등, 대중예술에 빠진 스님이 있는가 하면, 역학이나 무속, 심지어 정치나 사회 활동이 전공인 스님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재가자들도 이처럼 엉뚱한 전공에 몰두하는 스님들을 더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 스님은 가수야’, ‘우리 스님이 얼마나 용하다고’, ‘우리 스님은 무슨 단체의 위원이고 실력자야’ 라고 자랑을 합니다. 사실 스님에겐 그게 흉이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중생제도를 위한 방편이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부처님도 말리신 일을 방편이라는 명분으로 굴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자기 전공은 부실한데도, 단순히 취미정도를 넘어 남의 전문영역까지 기웃거리는 것은 세속(世俗)에서도 졸부들이나 하는 짓으로, 자신은 물론 이 사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지금은 작은 절 살림도 그렇지만 종단을 운영하는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이 절에도 상존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법률이나 세무 등은 어지간한 종단에서는 전문가를 따로 배치해도 될 만큼 활용도가 큰 분야이고, 심지어 스님들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포교와 문화재 관리 분야에도 심리·엔터테인먼트·역사·유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적어도 외부 자문을 받아야 하는 그런 일들을 불교 집안에서는 대부분 비전문가인 스님이 처리합니다. 종단이나 대형 사찰의 의사결정에 일정부분 재가가 참여하는 종단과 사찰이 있지만, 대부분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스님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합니다. 재가종무원들이 집행부에 있어도 그들은 솔직히 스님들의 심부름이 고작입니다. 더구나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언론·교육·문화기관 등의 대표와 이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실무직까지도 비전문가인 스님들이 차지하려 합니다. 그러니 우리 불교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종단에 따라서는 아직 전문가를 고용할 형편이 못돼 스님이 소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재가의 전문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재가는 자신이 종단의 일원으로 불사(佛事)에 참여하는 것을 부처님 은혜 갚는 일이라고 영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그런데 왜 스님이 다 하는 것일까요? 왜 재가와 함께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을까요? 대승(大乘)의 승가는 사부중(四部衆)이라 가르치면서 한국불교에서 대부분의 종단에는 왜 우바새 우바이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재가를 정인(淨人)으로 두어 절 살림을 하게한 전통을 지금은 왜 볼 수없는 것일까요?
요즈음은 자급자족하던 농경사회가 아닙니다. 재가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불교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종단을 진정한 사부중으로 구성하여야만 비전문가의 무모한 열정으로 야기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