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불교에 나서보니 이것저것 마음 쓰이는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우선은 군에서 포교기반이 이웃 종교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다는 현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군 불교가 범불교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대작 불사임에도 한 종단이 독점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종단의 몫까지 잘만 해 준다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실제는 자기는 못하면서 얻을 것은 남의 몫까지 차지하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종단에는 군승에 지원하는 스님이 없어 소요인력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군승자원이 많은 다른 종단의 군승 파송을 막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군승사관 후보생을 양성하는 동국대학교에 지원자가 없는데도 금강대학교나 위덕대학교에는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또, 출가한 스님들이 지원을 하지 않아 군승이 모자라는데도 다른 종단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 군승 파송을 간절히 원하던 이웃 종단에게 공식적으로 밝힌 장자종단의 수장의 말씀이 ‘우리에게 배정된 군승인원을 다른 종단에 주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라 바람직하지 않으니 군승을 보내려면 신흥종교로 신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굶주린 짐승들에게 당신의 몸까지 내주셨는데, 제살을 제가 먹는 것이 뭐가 그리 손해라고 반대를 합니까? 더구나 천지동근(天地同根) 만물일여(萬物一如)를 배우고 실천해야하는 수행자의 입에서 나온 ‘제 살 깎아먹기’라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 불교종단협의회 활동은 함께 하면서 이웃 종단에게 신흥종교로 신청하라는 말은 당신들은 불교가 아니라는 뜻이라서, 이는 폭언을 넘어 악담으로 보였지요.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편집자. 사진=미디어붓다 DB
군 불교가 불자들 모두의 관심대상인 것처럼, 군승도 원래 불교의 몫이지 한 종단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을 다른 종단이 참여할 수 없었던 시절에 내가 차지했다고 이웃종단을 불교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더구나 제살을 지키며 잘했어도 매 맞을 일이거늘, 군 법당이 교회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군승은 수요도 채우지 못하는 데다 자질부족이 심화되어 군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를 총체적 난국으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살만 챙기겠다는 장자종단의 탐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문학적 서사로 서술하였다는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는 목숨을 함께해야하는 공명조(共鳴鳥)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새는 몸뚱이는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라고 합니다. 가끔 머리가 둘 달린 뱀이 발견되기도 하고, 샴쌍둥이도 있으니 아마 그런 새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쪽은 <카루타>, 다른 한쪽은 <우바카루타>라고 불리는 이 새가 어느 쪽이 먹어도 배가 부를 것을, 저 혼자만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독이 섞인 먹이를 먹고 결국 둘 다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부처님께서 연기(緣起)의 이치를 공명조에 비유하여 설명하신 이 가르침은 사찰의 벽화 그림으로도 흔히 그려지고, 많은 스님들이 설법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우와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일원인 장병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공감하기 쉽기도 하고, 또 새겨두어야 할 금언으로 생각되어 군 법회에서 자주 설법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명조처럼 공동운명체인 중생, 즉 공업중생(共業衆生)임을 알지 못하고 카루타와 우바카루타처럼 제 욕심만 채우려다가 모두를 망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만 배부르겠다고 기업의 노하우를 몰래 경쟁회사나 심지어는 외국의 기업으로 빼돌리는 행위가 그렇고, 진도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건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또한,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하찮은 일이 돌고 돌아 증폭되면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우리는 늘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일본 관서(關西) 지방에서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그리고 그 여파로 발생한 원전사고가 우리에게는 별다를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남동해에서 생산되는 생선의 방사능 오염이 염려되어 먹지 않으니 수산업 종사자들이 어렵고, 횟집 등의 음식점도 장사가 예전 같지 않는 상황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는 당사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는 또 어떤 영향이 발생되는지를 헤아리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이것과 저것이 그물망처럼 얽히고 얽혀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공동운명체입니다. <화엄경>에서는 이를 인드라망이라고 한다지요? 그리고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각각의 역할이 염연히 존재하고, 또 그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부처님이 설하신 연기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누가 먹어도 배부른 것을, 내 욕심만 채우겠다고 혼자 먹어 함께 죽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카루타와 우바카루타의 이야기를 군 법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배우면서 스스로를 성찰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