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연등회 준비로 치열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이를 찾았다. 연등회 총괄사무를 맡은 박상희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연등회를 앞두고 박 국장은 날마다 아침 9시 회의를 열며 막바지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님과 재가불자로부터의 계속되는 문의와 밀려드는 업무로 인터뷰조차 쉽지 않았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박 국장은 연등회와의 인연이 조계사 학생회와 청년회 활동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청년회 당시 ‘연등회를 축제로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은 1996년 본격적 연등회 인생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조계종에서 연등회를 위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지 올해로 어느덧 20년째다.

연등회는 <고려사>에 최초의 기록이 전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등을 밝혀 봉축하는 전통의식으로 인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
 
그는 연등회를 전 세계인이 참가하는 축제로 성장시키고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정착시키는 데 인생을 바친 조계종의 숨은 공로자다.

박 국장의 연등회 사랑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었다. 연등회를 ‘누구나 즐기기 위한 행사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가 강조점이다.

“20년 전 업무 시작 시 연등회 참가 단체들을 대상으로 어떤 축제를 원하느냐는 주제로 조사한 적이 있어요. 재미있고 신나는 축제를 원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기에 ‘어떻게 신나는 축제를 이끌까’가 사무국의 목표이자 화두가 됐어요.”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회의에서 박상희 국장이 사무국 직원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하고 있다.

박 국장에 따르면, 그가 연등회 업무를 맡기 시작한 1996년 전까지의 연등회는 여의도에서 조계사로 약 11㎞를 행렬하는 ‘걷기 위주’의 행사였다. 이에 따라 구간이 짧고 걷기 위주가 아닌, 즐기는 축제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청년과 학생층의 건의가 빗발쳤다. 이를 받아들인 해가 1994년으로, 연등회는 동대문야구장에서 시작하는 시범 행렬과 시행착오를 거쳐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대문-조계사의 구간으로 정착됐다.
 
20년 전에 비해 “인원은 그대로이지만 등이 2배 이상 늘고 다양한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박 국장은 축제로서의 연등회가 많은 변화를 꾀하며 발전해왔다고 회고했다. 1996년이 짧은 구간에서 즐기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전초 작업이자 행사를 정착하는 시기라면, 월드컵을 앞둔 2000년부터는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본격화됐고, 등 만들기 대회로 많은 홍보 효과를 거두는 성장기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등회로 축구공등의 행렬을 이끌고 많은 외국인이 동참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연등회를 꼽았다. 

이후부터 전통등 복원 작업이 활발히 이뤄졌고, 다양한 등이 등장하면서 연등회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낮았던 등대가 높아지고 등대에 등이 2개씩 부착돼 개수가 배로 늘었으며, 매년 11월 경 행렬등과 장엄등 강습회를 실시해 등 제작을 교육하니 다양한 등 모양이 나타났다. 또 외국인에게 점차 주목을 받으면서 해외에서 유명한 한국의 축제로 소개됐다. 올해 세 번째 외국인 서포터즈가 50명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국장은 연등회가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원동력으로 ‘참가자들이 스스로 신나서 참여하는 자발성’을 꼽았다. 이 점이야말로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강조하는 상업적 축제와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1천5백여 년의 전통 문화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단다. 
 

그는 남이 시켜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놀이에 참여하면 신이 나듯, ‘자신들이 원하는 신나는 놀이 한판을 즐길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자신의 일이자 사무국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즉 연등회가 동원돼 끌려온 행사가 아니라 축제를 즐기려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이어왔기에 앞으로도 자발적 참여를 꾀하며 보존‧계승하는 것이 사무국이 해야 할 일이란다.
 
“많은 외국인들은 연등회 참가자들이 왜 이렇게 신나고 밝은지를 가장 궁금해 해요. 그 이유는 마음을 닦는 불자들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연등을 펼치는 자리이기 때문일 거예요. 또 연등행렬을 통해 큰 대로를 걸으며 해방감을 느끼죠. 남과 비교 경쟁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불을 밝히며 참여하니까 즐거울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장점을 쭉 이어나가도록 사무국이 뒷받침해야죠.”

그간 활동 중 2012년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2009년과 2011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보류를 겪으며 국제학술대회 개최와 전통성 규명을 위한 특별 좌담회 등으로 문화적 가치 확산을 준비하기 위한 뒷받침을 묵묵히 감내해 온 터다.

그러나 박 국장은 문화재지정보다 더 큰 기쁨은 축제 때마다 사람들의 환희로운 표정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길 인생을 걷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해외에서 그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신나는 대중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도 지금도, 앞으로도 기쁠 겁니다.”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박 국장은 “축제에 끌려온, 이른바 동원된 이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상을 가지거나, 남들에게 과시하는 모습은 ‘비불교적 행태’”라면서 “단체들이 경쟁하거나 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을 시키거나 끌고 오기보다는 만난 것만으로도 반가운 불교정신이 살아 있는 축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등회 준비를 위한 교계 단체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사무국의 역할이다. 연등회 청년 서포터즈에 참교육과 대불청에서, 국제포교사회에 외국인 대상 연등만들기, 포교사단에 자원봉사활동,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에 율동 보급, 풍경소리에 찬불가 제작 등 각자 자기 영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다.

“사무국은 연등회를 준비하며 개인이나 단체의 참여와 역할을 늘리려고 해요. 이들이 각자 맡은 자기 일을 잘 하도록 이끄는 게 우리의 역할이죠.”

박 국장은 연등회 참여를 위해 큰 단체는 1년 전부터 대강의 계획을 세워 전 해 가을부터 준비하기도 하고, 대부분 봄에 들어서면서 준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많은 단체들이 1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매진한다. 연등회 계획 등을 수립함은 물론, 이 모든 단체들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사무국이 해야 할 일이다.

연등회 준비로 어려움에 봉착한 단체에 도움을 주는 일, 신나는 율동 전수, 전통등 제작 교육도 모두 사무국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로 추모 분위기에 젖어있던 지난해 연등회는 그에게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연등회 개최 여부를 두고 일었던 논란과 개최 결정 후 가무를 빼고 추모와 기원의 의미를 담은 만장 수백 장과 홍등‧백등‧장엄등을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했던’ 기억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사무국과 스님들의 마음이 잘 모아져, 참여 단체들이 잘 따라줘’ 원만히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단다.

올해는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까지로 이어지게 돼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올해 연등회는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서울 조계사 우정국로와 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데, 5월 16일 오후 3시 30분부터 동국대 운동장에서 40여 개 단체의 1000여 명의 연희 율동단이 춤과 노래의 어울림마당을 펼칠 예정이다.

연등법회 직후인 오후 6시부터 동국대에서 동대문을 거쳐 종로 일원까지 연등행렬이 이어지며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태극기등’과 ‘평화통일 한반도등’,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마애삼존불등’ 등이 선보인다.
 
특히 연등행렬이 끝나는 직후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 각국의 고승 226명 등 국내외 400여 고승과 사부대중 20만 명이 참석하는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봉행한다.
 
이번 대회에는 캄보디아의 승왕 텝퐁 스님과 스리랑카의 말루와타 시암종 부종정 니얀고다 스님을 비롯,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서구의 종교지도자들 등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기원대회에는 종교지도자를 비롯, 연등행렬에 참가한 사부대중, 시민 등 약 20만 명이 참석해 등불을 밝힌다.

박 국장은 “등불을 켜면서 마음을 밝히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불교의 핵심인 지혜와 자비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등회에 매년 참가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고맙다”면서 “정성을 다 하고 상을 내지 않고 참여하면 다 잘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박 국장은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행사로서 항상 하던 일이지만 더 많은 단체들이 신나고 재미있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데려올 수 있는 축제로 이끌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연등회가 끝나면 축제 영상 편집과 사진 정리 등 자료화 업무가 다시 시작되지만, 사무국 직원들과 ‘차분히 길게 멀리 함께 가자’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라져가는 옛것을 지키겠다는 전통 수호의 역할자로서 걸어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천천히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해요. 참가하는 대중이 축제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참가자와 신도들의 배려를 하려고 해요. 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고 좋은 씨앗을 심으면 좋은 결과 나오기에 욕심 내지 않고 하나하나 천천히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박상희 국장을 비롯한 연등회보존위원 사무국 직원들이 연등회 준비로 회의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