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在家)인 우바새·우바이가 불교를 공부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재가에게는 수행하라는 말씀보다 ‘생업(生業)을 열심히 하고 재산을 불리고 잘 써서 복을 지어라’는 말씀을 더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분명히 ‘재가도 해탈을 얻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궁극적으로 괴로움으로부터의 벗어나는 해탈에 있으니, 이를 성취하는 것에 출·재가의 구분이 있을 수가 없겠지요.
부처님의 사촌인 마하나마가 ‘어떤 것이 우바새의 지혜인가’를 여쭙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인생을 전체적으로 꿰뚫어보아 괴로움이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알고, 무엇이 괴로움을 초래하는가를 알아야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탈을 알아야하고, 해탈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서 실천하는 것이 우바새가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잡아함경>
이는 사성제(四聖諦, 苦集滅道)를 바르게 알고 실천하는 것이 지혜를 갖추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성제는 불교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사성제를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것이지요. 사성제 가운데 고제(苦諦)·집제(集諦)·멸제(滅諦) 3가지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믿는 것으로 족하고, 다만 마지막 해탈에 이르는 길인 도제(道諦), 즉 팔정도(八正道)를 열심히 실천하면 됩니다. 바로 ①바른 견해(正見) ②바른 의도(正思) ③바른 말(正語) ④바른 행위(正業) ⑤바른 생계(正命) ⑥ 바른 노력(正精進) ⑦바른 마음챙김(正念) ⑧바른 마음집중(正定)입니다.
재가결사 법림의 창립법회 모습. 사진=미디어붓다 DB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자기는 가르침을 믿고 잘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하는 것처럼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는 오직 자기만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우바새는 자신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남들도 이롭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니, 자신이 믿고 행하는 것을 남들에게도 가르쳐야만 한다. 자신도 이롭게 하고 남들도 이롭게 하는 사람은 태양 같은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자기 수행을 잘 하고, 또 남들도 가르치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천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이렇게 전법(傳法)하는 사람을 ‘태양과 같은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태양은 누구에게나 빛을 주시고 만물을 기르는 근본이며, 만물이 우러러보는 대상이니 그런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십니다. 이처럼 부처님은 재가에게도 출가 수행자와 똑같이 해탈과 열반, 그리고 자리이타의 전법을 주문하셨음을 명심해야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재가의 수행방법에 대하여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처자 권속을 거느리고 세속에 살아가면서 재물을 얻기 위해 갖가지 사업에 힘쓰더라도, 법을 얻을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삿되지 않고 바르게 집중하여 비추어보는 힘을 갖추기만 한다면 번잡한 세속에서도 삼매(三昧)를 얻을 수 있나니, 세속에 살면서도 집착을 놓아버릴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라야 하루 속히 열반(涅槃)의 고요함을 증득할 수 있다.” <별역 잡아함경>
이를 보면 재가나 출가나 다름이 없습니다. 오히려 재가는 출가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출가 사문이 사성제를 잘 실천하여 해탈에 이르고, 자리이타의 전법이 전부라면, 재가는 거기에다 자식과 처자, 권속을 부양하고, 나라에 세금을 내고, 이웃에 보시하며, 출가사문을 공양해야하는 의무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 우바새 우바이가 사부중(四部衆) 가운데 으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가는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면서 사성제를 실천하고 전법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재가가 출가만 못할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생업을 핑계로 수행을 게을리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제자에는, ‘지혜제일 사리불’, ‘설법제일 부루나’하는 식으로 보통 비구인 십대제자만 알고 있지만, 실은 우바새, 우바이 십대제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재가의 몸으로도 열심히 수행하여 더 배울 것이 없는 무학(無學)의 지위에 오르신 분들이었지요.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따르면, ‘공작은 비록 좋은 모양으로 몸을 단장했으나 큰 기러기처럼 멀리 날지 못한다’고 하여 재가는 출가의 공덕을 갖춘 사문(沙門)을 공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가가 재가보다 훌륭한 공덕이고 복인 것은 맞습니다. 출가는 경제활동하지 않고 수행만 하면 되니까 세상에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재가는 공덕주인 출가 사문을 공경하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 재가를 공작에 비유하신 것은 우리가 단절해야할 번뇌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에 있음을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재가가 처한 수행환경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집착에서 벗어나 생업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팔정도(八正道)를 닦아 나간다면 피안(彼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고 남을 위해 부지런히 전법하면 재가에게도 해탈의 문은 열릴 것입니다.
